
재생에너지 지원을 표방하는 RE100 모펀드가 오히려 전력공급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재생에너지 운송 방법이 마땅치 않은 가운데 공급만 늘면 오히려 전력망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논리다. RE100이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10일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RE100 전용투자펀드인 ‘기업 재생에너지 펀드’ 모펀드 위탁운용사 선정이 이달 중 결정될 전망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이 녹색프리미엄 재원을 활용해 마련한 정책자금 2000억원에 하위펀드 위탁운용사를 모집해 민간 투자기관의 추가 출자금을 더할 예정이다.
모펀드 금액은 올해와 내년은 각각 500억원 이내, 2025년에는 1000억원 이내로 예정됐다. 하위펀드 위탁운용사는 내달 모집 계획이며 금액은 자율적으로 제안하도록 했다. 주요 투자 대상은 태양에너지, 풍력, 수력, 해양에너지, 지열에너지, 바이오에너지 등과 관련된 국내 사업이다. 펀드 성격 자체가 기업(기관)의 재생에너지 사용 및 조달(RE100이행)을 위한 마련됐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안정+환경부 지원…금융권 녹색채권 관심 쑥쑥
대개 모펀드와 자펀드는 합성구조다. 투자자가 자펀드에 투자하면 모인 투자금을 모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때 투자자는 모펀드에 직접 투자할 수 없다. 대신 모펀드가 다수의 자펀드를 운영해 얻은 수익을 나눠 갖는 구조다.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에너지공단의 이번 모펀드 조성은 운용사들의 높은 관심이 예상된다. 최근 IB업계 관심이 이쪽에 쏠려 있어서다.
지난해 변동성이 높던 금융시장이 안정화 되며 기업들이 ESG 채권을 염두에 둘 여유가 생겼다. 여기에 환경부가 지난 3월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기업에 최대 3억원의 이자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며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송미경 NICE신용평가 투자평가본부 ESG사업실장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ESG 채권 발행사도 많고 투자자 쪽에서도 관심이 높아 발행 건이 많다”며 “최근에 환경부에서 한국형 녹색 채권 지원 사업을 하면서 그쪽도 작년보다 녹색채권이 활성화된 상태”라고 말했다.

송배전망 확충 없는 투자, 전력계통 불안 키워
현재 RE100은 국내 산업계에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다. 유럽이나 북미 등 환경규제가 높은 국가에서는 RE100 기준을 맞춘 제품을 요구하나 국내에서는 아직 이 기준을 맞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최근 산업계에서는 RE100 기준을 맞추지 못한 일부 기업 제품에 대해 납품이 거부됐다는 소문이 종종 들려올 정도다. 이 때문에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에서 RE100은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문제는 재생에너지 발전이 전력계통 불안과 연결된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를 생산해도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를 연결할 방법이 요원해서다. 우리나라는 주민 반대로 고전압 송전탑 등을 세우기 어려워 이전에 예정한 송배전망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오히려 재생에너지 생산이 많은 제주도나 호남지역에서는 에너지 발전량을 줄이는 감발까지 나타날 정도다.
전기가 지나가는 도로인 전선에도 한계는 있다. 무한정 에너지를 쏟아 부으면 오히려 전력 과부하로 전력망에 한계가 생길 수 있다. 전력망이 한계에 도달하면 최악의 경우 대정전(블랙아웃) 발생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에너지공단의 RE100 모펀드 사업은 엄밀히 말하면 재생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시스템이다. 송배전망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적인 재생에너지 기업 투자에 전력계통 불안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설상가상 한국전력공사는 지난달 재무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자구안에서 1조3000억원 규모 송배전망 투자를 늦추거나 축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전력공사의 표준주파수 유지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수준”이라면서도 “아무리 한국전력공사 기술이 뛰어나도 송배전망 확충 없이 재생에너지가 더해진다면 전력계통 불안은 불 보듯 뻔하다”고 꼬집었다. 전기산업계도 재생에너지 확충보다 전력계통 안정화를 꾀하는 것이 우선이라 주장한다.
이와 관련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RE100 가입 기업들은 더 많은 재생에너지 조달을 원하고 있다”며 “계통문제는 정부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응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