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둔화 사실을 수용하면서도 긴축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확인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중단 시점이 가시화됐다는 분석과 함께 한국은행(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현지시간) 연준은 올해 처음 열린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연 4.25~4.50%였던 미국 기준금리는 연 4.50~4.75%로 높아졌다. 2007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금리인상을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6월부터 4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며 강력한 긴축 정책을 펼쳤다. 다만 지난해 12월 0.5%포인트 인상하는 ‘빅 스텝’을 밟은 데 이어 이번 ‘베이비 스텝’으로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연준의 결정에는 최근 발표된 경제 지표로 인플레이션 둔화와 고용시장의 견조임금 상승률 둔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CPI(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6.5%를 기록해 13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같은 달 근원 PCE(개인소비지출) 지수 역시 전년 대비 4.4% 상승해 지난 9월 이후 꾸준히 상승폭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은 금리인상이 이르면 3월, 늦어도 5월 중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준이 올해 안에 금리인하로 정책 방향을 바꿀 것이라는 ‘피봇’에 대한 기대감도 존재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어 시장 기대와 온도차를 보였다. 파월 의장은 “두 번가량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며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달성하기까지 긴축정책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FOMC 정책결정문은 지난해 12월 금리인상 때와 비교할 때 일부 수정됐다. ‘미래의 인상 정도를 결정할 때 통화정책의 누적된 긴축, 통화정책이 경제활동과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시차, 경제 및 금융 변화를 고려하겠다’는 구절에서 기존에 ‘속도(pace)’라는 단어 대신 ‘정도(extent)’라는 단어가 쓰였다. 이제는 금리인상의 폭 대신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된 상태’라는 표현이 추가됐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팬데믹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 식음료·에너지 가격 상승과 전반적인 가격 압박을 지목한 구절은 삭제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이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세계 경제 활동을 짓누르고 있다’는 구절 역시 ‘세계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고 수정됐다.

같은 날 BOE(잉글랜드은행)와 ECB(유럽중앙은행)도 금리를 발표했다. BOE는 연 3.0%에서 3.5%로, ECB는 연 2.5%에서 3.0%로 기준금리를 각각 0.50%포인트 인상해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FOMC 발표 후 주식과 채권은 동반 강세를 보인 반면 달러는 약세를 보였다. 유로화 강세는 추가적인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FOMC 결정에 따라 오는 23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연준의 금리중단 시점이 가시화됐다는 점에서는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다.

현재 한국 기준금리는 연 3.5%으로 지난달 이창용 한은 총재가 3개월 내 기준금리의 정점으로 언급한 연 3.5~3.75% 범위 안에 들어왔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금리인상을 이어왔으며 지난 7월과 10월에는 두 차례 빅스텝을 단행했다.

국내 물가 상승률과 한미간 금리격차에 대한 우려는 변수다. 이날 오전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로 전달(5%)보다 소폭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5월 이후 5%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번달에도 5% 내외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원자재 가격 추이도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연 4.50~4.75%로 인상하면서 한국 기준금리와의 차이는 1.0~1.25%포인트로 커졌다. 금리차가 커지면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수 있다. 환율은 다시  수입 가격에 영향을 주면서 물가 상승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