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벤처투자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40%나 감소한 1조 2525억원을 기록했다.

스타트업 겨울이 심해지고 있지만 그 한파를 뚫은 곳도 존재한다.

물론 스타트업 한파에서 맞서 유연한 대응을 보여준 곳이 그렇지 못한 곳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차이는 존재한다.

강력한 기술력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는 스타트업은 이번 한파에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바이오 및 제약, 인공지능과 로봇 등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스타트업의 존재감이 크다.

신약개발 전문기업 온코닉테라퓨틱스가 최근 260억원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해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투자 유치로 1년 만에 누적 460억원의 투자 금액을 확보했으며 기존 투자자인 스톤브릿지벤처스, 프리미어파트너스, 비엔에이치인베스트먼트, 다올인베스트먼트가 시리즈 A에 이어 후속 투자에 배팅하는 장면도 연출했다.

위식도역류질환 P-CAB 계열 신약후보물질 'OCN-101'(기존 명칭 JP-1366)의 임상 3상을 추진하는 한편 PARP와 Tankyrase 이중저해 기전을 통해 기존 PARP항암제의 내성을 극복하는 차세대 PARP 항암 신약후보물질 'OCN-201'(JPI-547)의 임상 2상에 돌입하는 등 강력한 기술력으로 무장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평가다.

서비스 로봇 스타트업 엑스와이지도 최근 10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마그나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현대자동차 그룹 제로원, 빌랑스인베스트먼트, 삼성벤처투자가 멀티플 클로징 방식으로 새롭게 참여했으며 바리스타 로봇, 아이스크림 로봇 등 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자동화 푸드로봇 기술력이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통합 플랫폼 ‘모두의충전’을 운영하는 스칼라데이터도 GS에너지로부터 30억원 규모의 투자를 최근 유치한 바 있다. 양사는 전략적 투자를 계기로 전기차 충전 플랫폼 사업과 수요반응사업(EV DR) 등 관련 충전 인프라 서비스 고도화 및 신사업 진출을 가속화 할 전망이다.

전기차 충전이라는 미래 인프라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는 평가다. 여기에서 스칼라데이터의 기술력이 투자 유치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웍스메이트가 프리시리즈A SI 전략투자에 성공했다. 출처=웍스메이트
웍스메이트가 프리시리즈A SI 전략투자에 성공했다. 출처=웍스메이트

자체 생태계, 매력적인 미래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자생 생태계를 키워낸 곳도 지금의 겨울을 버텨내고 있다. 무리한 마케팅과 자체 생태계 강화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거듭하면서도 출혈경쟁보다는 매력적인 미래를 창출한 곳이다.

종합소득세 신고대행 서비스인 삼쩜삼의 자비스앤빌런즈는 연초 3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매력적인 생태계를 유지하며 규모의 경제까지 성공시킨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자체적인 생태계가 존재하고, 이를 통한 미래가치를 인정받은 사례다.

부동산 자동평가 금융서비스 공간의가치도 SBI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우미글로벌, 핀다로부터 시리즈 A 투자금 55억원을 유치했다. 공간의가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상업용, 주거용, 토지 등 전국 모든 유형 부동산에 대한 자동평가모형을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다. 자동평가모형(Automated Valuation Model)이란 데이터베이스와 연동하는 수학, 통계, 기계학습 알고리즘으로 부동산의 현재시점 가격을 추정하는 것이다. ‘공간의가치’에서 추계한 전국 부동산 시가총액은 1경 8462조원에 이른다. 매력적인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런드리고를 운영하는 의식주컴퍼니도 지난 11월 490억 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런드리고는 문 앞에 세탁물을 내놓고 앱으로 세탁을 신청하면 다음날 문 앞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세탁소에서 대면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세탁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전환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미 강력한 플랫폼을 보유한 상태에서 한파에 버틸 수 있는 기초체력이 탄탄하다.

글로벌 메신저 플랫폼 라인의 캐주얼 게임 개발사 라인스튜디오도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프리미어파트너스로부터 4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최근 유치했다.

라인스튜디오는 글로벌 메신저 플랫폼 라인과 협업하여 일본, 대만, 태국과 홍콩 등에서 라인 레인저스, 라인 버블2 등을 흥행시키며, 1억 명이 넘는 유저들에게 선택받았다.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라인스튜디오는 북미 및 유럽 지역의 캐주얼 게임 시장에 도전하여 글로벌 게임 사업을 확장하려 한다. 또, 지난 10여 년 동안 모바일 게임에서 쌓아온 노하우와 기술을 활용해 게임 플랫폼을 다양화하고 나아가 웹3 사업으로도 진출해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원격의료 플랫폼 닥터나우도 비슷한 사례다. 지난 6월 40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소비자들이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며 느끼던 불편을 해소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도서 산간 지역 등 격오지부터 도심 속에서 발생하는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며 많은 사람들이 의료 서비스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건설인력 중개 플랫폼 ‘가다’를 서비스하는 웍스메이트도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NHN, IBK기업은행, 호반건설 CVC 플랜에이치벤처스 등으로부터 40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A를 유치했다. 가입 건설근로자 15만명, 건설 일자리 누적 매칭 22만건, 누적 임금지급액 220억을 넘어서며 건설인력시장의 디지털전환을 추구하는 매력적인 생태계 전략이 역시 눈길을 끌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특별한 사례 하나 - VC와의 동행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스타트업 한파의 공포를 유연하게 넘기는 곳 중 하나로 평가된다. 6월과 7월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토스의 투자유치가 의미있는 것은 기업가치에 있다. 

올해 초 5000억원까지 거론되던 왓챠의 기업가치는 현재 투자 전 기업가치(프리밸류) 기준 300억원대까지 내려왔다. 심지어 인슈어런스 플랫폼 보맵의 기업가치는 20%로 줄어들어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스타트업들이 현재 기업가치를 낮춰서라도 투자 유치에 사활을 거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토스는 달랐다. 어려운 시장상황 속에서 대규모 투자유치를, 그것도 기업가치를 지키며 이뤄냈기 때문이다. 실제로 토스가 인정받은 8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6월 마지막 투자에서 평가받은 8조2000억원을 소폭 상회한다. 큰 폭의 상승세를 끌어내지는 못했지만, 현재와 같은 '겨울'에 기업가치가 깎이지 않고 오히려 소폭이라도 올랐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다.

비결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탄탄한 기반 생태계다.

지난해 토스뱅크, 토스증권의 성공적 출범으로 토스 앱의 MAU(월간 활성 유저)는 올해 들어 매월 35만 명씩 증가하고 있다. 토스의 MAU는 2위 앱과 격차가 계속 확대되는 등 '수퍼앱' 효과가 실현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매출 총이익률은 70% 수준으로, 글로벌 핀테크 앱의 40~50% 대비 매우 높다. 또한, 매출의 90% 이상이 금융회사로부터 받는 중개, 모집, 광고 등에서 발생하는 B2B 모델로, 탄탄한 수익구조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토스는 "결제, 대출 중개 등의 매출이 확대되고 있어 빠르면 내년 초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며 “기관투자자들은 독보적인 금융 플랫폼으로서 토스의 성장을 높게 평가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더 중요한 비결은 따로 있다. 바로 VC와의 협력이다. 

이번 투자의 리드 투자자는 토스의 초기 성장부터 함께한 알토스벤처스로, 1000억 원을 신규 투자했다. 굿워터와 그레이하운드 등 해외 주주들의 투자도 이어졌다. 국내 기관투자자 중에는 KDB산업은행이 1000억원, 광주은행이 2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또, 토스의 초기 투자자인 다올인베스트먼트(구 KTB네트워크)와 미래에셋증권도 소규모로 투자에 참여했다. 

특히 알토스벤처스는 토스의 초기 투자자로서 이번에도 토스의 상승 동력에 큰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초기 투자자로서 후속 투자까지 '함께가는 장면'은 낯설지 않지만, 두 회사의 관계는 그 이상의 끈끈함을 자랑하며 일종의 모범 사례가 되고있다는 평가다. 겨울을 이겨내는 또 하나의 이색 전략이다.

쏘카존이 보인다. 출처=연합뉴스
쏘카존이 보인다. 출처=연합뉴스

특별한 사례 둘 - 상장 강행

스타트업 겨울을 정면돌파하는 곳도 있다. 주인공은 쏘카다. 쏘카는 시장 상황이 나빠지며 많은 기업들이 연이어 상장 철회 및 연기에 돌입했으나 지난 8월 끝내 상장을 추진했다.

쏘카가 상장을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쏘카는 이용자와 차량을 중개하는 다른 모빌리티 플랫폼과 달리 직접 보유한 차량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쏘카의 카셰어링 인프라를 기반으로 삼아 강력한 데이터 기술력으로 무장했다. 전국 4500곳 이상의 쏘카존에서 1만9000대 이상의 차량을 운영한 경험에 구독경제 모델인 패스포트 노하우, 차량 관제 시스템(FMS, Fleet Management System)과 같은 새로운 매출처에 대한 믿음과 인수합병 전략도 가지고 있다.

물론 쏘카가 상장 후 의미있는 성과를 당장 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스타트업을 넘어서는, 특히 오프라인 기반 모빌리티에 바탕을 둔 '무거운 비즈니스'에서 확실할 수 있는 플랫폼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이 잔인한 겨울을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쏘카가 증명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