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가 통상임금 문제를 두고 근로자들과 기나긴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한데 이어 2000억원 규모의 유사 소송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타이어업계는 근로자들과 잦은 소송이 자칫 경영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 임금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임금 체계’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이유다.

17일 타이어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전날 전·현직 근로자 5명이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일부 패소했다.

이번 판결을 내린 광주고등법원(민사3부 이창한 부장판사)은 2012년 1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원고가 주장한 추가 법정수당 3859만원 중 70.2%에 해당하는 2712만원과 지연 이자 등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금호타이어가 해당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온 ‘정기상여금 지급 주기’, ‘대상’ 등을 고려해 판단했다. 법원은 근로자가 주장한 추가 법정수당을 노동행위에 대해 정기·일률적으로 지급하는 통상임금에 해당된다고 봤다.

반면 금호타이어가 해당 근로자에게 추가수당을 지급할 경우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기각됐다. 판결에 따라 지급해야 할 액수가 경영에 악영향을 끼칠 정도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금호타이어가 근로자에게 지급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추가 수당을 원고(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것이 피고(금호타이어)에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금호타이어의 이익잉여금(결손금) 추이. 출처=딥서치
금호타이어의 이익잉여금(결손금) 추이. 출처=딥서치

금호타이어, 7년 연속 당기순손실

이번 판결 쟁점은 ‘금호타이어가 근로자 요구에 따라 추가 수당을 지급할 경우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는지 여부’다. 금호타이어의 지난해 재무실적은 당기순손실 719억원, 부채율 239% 등으로 집계됐다.

금호타이어는 2017년 광주고법이 2심 선고공판에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한 시점인 2012년~2016년 보다 재무건전성이 소폭 개선됐다. 2016년 347%를 기록했던 부채율은 지난해는 239%로 낮아졌다. 다만 당기순손익은 지난해 까지 연간 기준 7년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동시에 최근 수년 동안 매출 감소와 영업손실이 반복됐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늘리면서 재무건전성이 소폭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9월 베트남 생산법인이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미국의 반덤핑 제재에 대응하기 위함이었다. 또 2018년 중국 더블스타를 새로운 최대주주로 맞기 위해 신주를 발행하기도 했다.

금호타이어가 최근 영업·금융활동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최대주주 도움을 받아 재무건전성을 일부 개선해온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광주고법이 추가수당 지급과 경영난을 연결짓지 않은 이유다.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 출처= 금호타이어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 출처= 금호타이어

소송 10건 더 남아…“지금이라도 임금체계 손 보길”

금호타이어가 이번 파기환송심 판결로 인해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수당은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번 판결이 앞으로 금호타이어를 둘러싼 10건 정도의 유사소송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근로자 3500여명이 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임금 액수만 2000억원 안팎 규모로 추정된다. 금호타이어가 지난해 기록한 결손금은 5637억원이다. 지난 3분기말 기준 결손금은 5993억원이다. 결손금은 매년 쌓여온 손실액을 의미한다.

따라서 앞으로 이어질 재판에서 지속 패소해 지급해야할 추가수당이 늘어날 경우 금호타이어 재무 부실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 2020년 창립 60주년을 맞은 금호타이어가 제작한 기념 영상광고의 한 장면. 출처= 금호타이어
지난 2020년 창립 60주년을 맞은 금호타이어가 제작한 기념 영상광고의 한 장면. 출처= 금호타이어

업계에서는 이번 기회로 금호타이어가 임금체계를 뜯어고쳐 같은 악재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과거 제도에 맞춰 설계됨에 따라 현행법상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는 임금체계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관측이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소장은 “금호타이어가 현행 임금체계를 뜯어보고 손질한다면 소송 같은 갈등 때문에 치러야 할 비용을 아낄 수도 있는 것”이라며 “50년, 100년을 내다보고 그때까지 지속가능한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금호타이어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재상고할 방침이다. 재상고는 2심 재판부의 파기환송심 판결 이후 원고나 피고가 대법원에 다시 판결해줄 것을 요구하는 법적 권한이다.

금호타이어는 전날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재상고 절차 등을 통해 회사의 어려운 상황과 선고 결과가 미칠 영향 등에 대해 다시 호소할 것”이라며 “경영 여건이 불확실하지만 매출을 늘리고 흑자를 유지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경영 정상화를 조속히 달성하겠다”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