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형석 율아한의원 원장 

아이들은 아프면서 자란다는 말을 한다. 성장통도 있거니와 성인보다 배앓이를 자주 하고 감기에도 잘 걸린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보다 유난히 잔병치레가 잦은 아이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 흔히 얘기하는 ‘허약체질’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아이가 항상 피곤해 하거나 쉽게 지치고 기운 없이 늘어져 있는 경우, 환절기마다 감기에 걸리는 경우, 입이 짧아 편식이 심하고 밥 먹기 싫어하는 경우, 배를 자주 아파하고 설사나 변비가 계속 있는 경우, 또래에 비해 키가 작고 체격이 왜소한 경우,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신경질적인 경우, 코피나 식은땀을 자주 흘리는 경우들이 허약아들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보통 이런 경우, 아이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잘 자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으로 병원을 방문하곤 하는데, 치료가 필요한 특정 질병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여러 검사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다. 안도감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렇다면 어떻게 아이에게 도움을 주어야 하나 막막한 느낌도 들 것이다.

허약아(허약체질 아이)란 이렇게 질병 상태와 건강한 상태의 중간 단계로 볼 수 있는데, 신체 기능이 약화되어 질병에 걸리기 쉬운 취약한 상태의 아이를 의미한다.

허약아의 원인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선천적으로 허약하게 태어난 경우가 있는 반면, 본래 건강하게 태어났으나 후천적인 관리의 문제로 점차로 허약해진 경우가 있다.

한의학에서는 간심비폐신(肝心脾肺腎) 오장(五臟)의 기능에 따라, 다섯 가지 허약아로 세분화하여 파악한다.

사진=율아한의원
사진=율아한의원

비계허약아는 소화기계가 약한 아이들로서 허약아 중에 가장 빈도가 높은 편이다. 식욕부진과 편식이 있고, 배앓이를 자주 하며, 변비나 설사 같은 대변 문제가 있다. 영양분의 소화와 흡수가 원활하지 않다 보니, 살이 잘 안 찌고 마른 아이들이 많다.

폐계허약아는 호흡기계가 약한 아이들이다. 환절기뿐만 아니라, 기온이나 습도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해 감기에 쉽게 걸리며, 감기에 한번 걸리면 잘 낫지 않고 오래 끌거나 중이염, 폐렴 등의 중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또한 비염, 천식, 아토피 등 알레르기 질환에 시달리기도 한다.

간계허약아는 활동 후 신체통을 자주 느끼며, 성장통이 심한 경우에 해당하기도 한다. 또래와 비슷한 활동량에도 쉽게 지치고 피곤해 하는 특징이 있다.

심계허약아는 잘 놀라거나 겁이 많고 예민한 아이들로, 밤에 자주 깨서 울고 보채거나, 깊은 잠을 못 이루는 경우가 많다.

신계허약아는 체격이 왜소하고 비뇨기계가 약한 아이들로, 또래에 비해 소변 가림이 늦은 경우가 많다. 야뇨, 빈뇨, 배뇨통 등의 소변 관련 증상을 자주 호소하는 편이다. 

허약아는 불편한 증상 자체들로도 힘들지만, 키 성장에 있어서도 부정적 영향이 있다. 성장에 사용되어야 할 에너지를, 잔병치레를 하며 소모·분산시키기 때문이다. 허약아는 건강한 아이들에 비해 장부의 기능이 쇠약하여 성장에 필요한 물질 및 에너지 대사를 충분히 해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성장과 발달은 균형을 잃거나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없고, 또래에 비해 더디게 크는 성장 지연이 나타나거나, 유전적 예상 키보다 작게 클 수도 있다.

대개 아이들은 허약한 기능을 보완해 주면 이로부터의 선순환 효과도 빠르게 나타나는 편이다. 한약, 침, 뜸 등을 활용한 한방치료는 오장육부 기능의 균형을 맞추고, 면역력을 강화하며 기혈 순환을 촉진하여 허약아의 증상을 개선하고 성장과 발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적극적인 치료와 함께 일상관리가 병행되어야만 허약체질의 개선을 이뤄낼 수 있다. 나쁜 생활 습관은 오장육부의 기능을 자꾸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하는 것은 질 좋은 음식물로 규칙적인 식사를 하는 것이다. 또한 충분한 수면이 중요한데, 취침 전에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와 같은 전자기기 사용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 적절한 신체 활동으로 혈액순환을 돕고, 근육과 성장판에 자극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아이가 조금 더 크면 건강해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는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소아기의 건강 상태는 성인이 되어서까지 대부분 이어지기 때문이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하듯이, 어릴 때부터 허약체질 관리를 잘 시작해서 건강하고 균형 있는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뤄질 수 있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