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가 사회적 화두로 부상하는 한편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전장연 시위의 적합성 여부를 떠나 몸이 불편한 장애인에게 어떤 방식으로 '이동할 권리'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KT가 의미있는 마법의 의자를 공개했다. AI와 네트워크 기술을 바탕으로 장애인과 노약자 등 이동약자들을 위한 스마트 로봇 체어를 전격 공개했기 때문이다.

다만 KT의 전략은 단순히 '이동약자를 위한 마법의 의자를 공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사진=최진홍 기자

"앉아서 잠들 뻔"
현재 KT는 서울디자인재단과 함께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 디자인쇼룸과 디자인홀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스마트 로봇 체어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스마트 로봇 체어는 KT와 대동모빌리티, 코가로보틱스와 함께 했다. 이들은 사업화 검증(PoC, Proof of Concept)을 통해 스마트 로봇 체어의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코가로보틱스의 경우 이번 ‘KT 스마트로봇체어’ PoC 을 위해서 KT의 스타트업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인 ‘KT Bridge 비즈콜라보'가 지원되었다.

지난 1일 DDP 현장을 찾아 스마트 로봇 체어를 실제로 체험해봤다.

실제 살펴본 스마트 로봇 체어는 외형적으로 볼 때 튼튼한 바디를 자랑했다. 무엇보다 매끄럽게 움직이며 흔들림이 최소화한 것이 인상적이다. 왼쪽에 부착된 태블릿으로 기본적인 작동이 가능하고, 추후 이를 통해 미술관 등 현장의 콘텐츠를 설명하는 사용자 경험도 제공할 예정이다.

자율주행 모드. 사진=최진홍 기자
자율주행 모드. 사진=최진홍 기자
착석했을 때 보이는 장면. 사진=최진홍 기자
착석했을 때 보이는 장면. 사진=최진홍 기자
왼쪽의 태블릿. 사진=최진홍 기자
왼쪽의 태블릿. 사진=최진홍 기자

오른쪽 패널로도 조작이 가능하다. 그립감도 좋고 이동성도 훌륭하다. 왠지 중독된다. 계속 돌려보고 싶다.

네 방향에 깔린 라이다 센서와 3D 뎁스 카메라도 철저하게 작동한다. 또 특유의 바퀴 움직임으로 부드러운 측면 이동이 가능한 것도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착석했을 때의 느낌은 편안함 그 자체다. 바닥이 정교한 평면이기도 하지만 모든 이동 자체가 부드러웠기 때문이다. 그 어떤 방향으로 이동해도 편안한 경험을 보장했다.

라이다 센서. 사진=최진홍 기자
라이다 센서. 사진=최진홍 기자

정면에 이상물체가 등장했을 때 라이다 센서를 통해 갑작스럽게 멈춰도 최소한의 진동만 느껴진다. 조용하고 강하다. 중학교 시절 선생님이 자랑스럽게 교문 앞으로 몰고 온 추억의 레간자를 처음 봤을때의 강렬한 충격이 새삼 느껴진다.

한편 KT는 최초 B2G 영역에서 사업을 전재한 다음 B2B 버전에서 자율주행 버전 탑재 후 출시할 예정이며 이후에 B2C 버전을 출시할 예정이다. 여세를 몰아 KT는 장애인을 넘어 일반인도 대상으로 삼아 그 고객층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내부 주행용은 자율주행을 지원하지만 외부 주행용은 수동주행만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또 기가지니와 같은 AI 기능도 고도화시켜 단순한 이동이 아닌 '모빌리티 종합 플랫폼'으로 끌어낸다는 방침이다.

전방을 비추는 라이다 센서 위 3D 뎁스 카메라가 보인다. 사진=최진홍 기자
전방을 비추는 라이다 센서 위 3D 뎁스 카메라가 보인다. 사진=최진홍 기자

스마트 로봇 체어의 모든 것
스마트 로봇 체어는 휠사이즈 10인치, 최대안전경사 10도며 최대 탑승 중량은 130Kg이다. 최대 속도는 12Km/h를 지원한다. 프레임 방식은 분리형이며 축거는 615mm, 크기는 L 1085 x W 700 x H 940mm다. 공차 중량은 45Kg, 배터리는 24v다. 최대 이동거리는 25Km이상이다.

관제 플랫폼에서 제어하며 추후 텔레매틱스 및 터치 패널, 자율주행기능을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조만간 관제 센터 커뮤니케이션 기능도 도입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스마트 로봇 체어를 근거리 이동 솔루션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김나리 서울디자인재단 팀장은 "서울시는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려고 노력한다"면서 "KT의 스마트 로봇 체어와도 의미있는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선 KT AI 로봇사업단 차장은 "많은 장애인들이 외부 활동의 제약을 받고 있다"면서 "고령인구 등 보행약자들의 숫자가 많아지고 있어 스마트 로봇 체어를 개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 1000개 이상의 박물관과 미술관은 물론 15개의 공항을 비롯해 터미널과 도서관, 학교, 공공기관 등 다양한 장소에서 스마트 로봇 체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추후 더 큰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후좌우 이동을 부드럽게 만드는 바퀴. 사진=최진홍 기자
전후좌우 이동을 부드럽게 만드는 바퀴. 사진=최진홍 기자
측면부 사진. 사진=최진홍 기자
측면부 사진. 사진=최진홍 기자

큰 그림은 무엇?
박희선 차장이 언급한 KT의 큰 그림은 무엇일까? 바로 스마트 로봇 체어를 라스트 마일의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KT는 스마트 로봇 체어를 이동약자를 위한 플랫폼이 아닌,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라스트 마일 플랫폼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서비스 로봇으로 진화시킬 수 있으며 물류 플랫폼의 생태계 단계를 감당할 가능성도 있다.

공유 킥보드 플랫폼 업체들과도 경쟁할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KT와 함께 스마트 로봇 체어를 고도화하고 있는 이헌중 대동모빌리티 개발팀장은 "스마트 로봇 체어를 공유 킥보드 플랫폼처럼 다양한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구축할 수 있다"면서 "물류나 공유 킥보드 플랫폼과 같은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