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북미 최대 패션 C2C 커뮤니티 포쉬마크(Poshmark, Inc.)를 인수한다고 4일 전격 발표했다. 포쉬마크의 순기업 가치를 주당 17.9 달러, 순기업가치 12억 달러로 평가했다는 설명이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포쉬마크는 독립된 사업을 운영하는 네이버의 계열사로 편입되며, 북미 및 호주와 인도 등에서 포쉬마크의 경영진들이 동일한 브랜드와 사업 정체성을 유지하며 사업을 펼쳐나가게 된다.

포쉬마크 인수는 최 대표가 공언한 팀네이버의 3.0 전략, 나아가 멀티플 로드맵의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4월 간담회에서 글로벌 3.0 시대 선언과 함께 팀네이버의 멀티플 전략을 가동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최 대표는 "하나의 사업이 아닌, 다양한 사업과 파트너들과의 협업으로 성장해 나가며 국내는 물론 일본, 북미, 유럽 등에 새로운 글로벌 비즈니스 생태계를 조성하고 5년 내 글로벌 10억 명의 사용자와 매출 15조 원을 달성해 나갈 것"이라 말한 바 있다.

포쉬마크 인수는 그 첫 단추가 되어줄 전망이다.

출처=네이버
출처=네이버

전격 인수의 키워드 세 개
네이버의 이번 포쉬마크 인수 전략은 글로벌 C2C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장기적인 커머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됐다는 설명이다. 

포쉬마크는 북미 시장 패션 C2C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소셜과 커뮤니티에 강점을 가진 독보적인 사업 모델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 연장선에서 양사는 ▲성장의 핵심 요인으로 관심사 기반의 커뮤니티 형성에 주목 ▲차세대 시장의 핵심층인 MZ세대의 가치관과 소비 방식에 대한 깊은 이해, ▲아낌없는 기술 투자 등, 상호 유사한 사업 비전을 기반으로 더 큰 성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데 뜻을 함께한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역시 네이버의 공격적인 글로벌 전략이다. 무엇보다 포쉬마크 인수는 북미 실리콘밸리 정중앙으로 돌격해 성과를 내겠다는 뜻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커머스 경쟁력 강화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네이버는 오랫동안 커머스에 공을 들여왔으며, SME 및 기타 생태계 파급을 상수로 두고 다양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경험이 있다. 이를 글로벌 시장에서도 끌어와 선명한 그림을 그리겠다는 각오다. 

특히 C2C에 주목한 방향성은 향후 네이버의 글로벌 커머스 방향이 일반적인 패턴으로 가동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쪽에 힘을 실어준다. 그 연장선에서 커뮤니티, 소셜, 커머스가 결합된 포쉬마크를 품으며 네이버의 새로운 글로벌 전략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최근 네이버가 네이버 스포츠 등을 통해 커뮤니티 전략을 적극 가동하는 가운데 글로벌 C2C 커머스에 진출하며 역시 커뮤니티 키워드를 놓치지 않는 것은 의미심장하게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 출처=네이버
최수연 네이버 대표. 출처=네이버

네이버 3.0, 멀티플 시너지
네이버의 포쉬마크 인수는 최수연 대표가 공언한 네이버 3.0 시대의 핵심 로드맵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현재의 네이버는 글로벌 무대에 라인이라는 하나의 성공사례를 만들어냈던 글로벌 1.0 단계를 지나,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하나씩 더해 나가며 새로운 도전의 기반을 만드는 글로벌 2.0 단계를 거쳤다는 설명이다.

2.0 단계에서 네이버는 스노우, 제페토, 웹툰 등 버티컬 단위의 서비스들을 글로벌에서 성장시키는 한편, 일본에서는 라인과 야후재팬을 운영하는 Z홀딩스와의 경영통합, 북미에서의 왓패드 인수, 유럽에서의 AI연구소 인수, 현지 스타트업 투자 등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함께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최수연 대표는 3.0을 선언했다. 글로벌 시장을 중심에 두고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 ▲기술 리더십 ▲국내외 파트너십의 시너지를 통해 '멀티플' 성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 팀네이버가 구축해온 독자적인 사업 모델을 ▲일본 ▲북미 ▲유럽에 최적화된 형태로 접목하고, 이를 가능하게 한 네이버만의 고도화된 기술 경쟁력으로 글로벌 성장 속도를 높여간다는 전략이다.

이런 가운데 포쉬마크 인수에서 네이버의 멀티플 전략이 선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멀티플이다. 네이버는 이번 인수를 통해 C2C 시장의 핵심지인 북미 지역을 거점으로 한국-일본-유럽을 잇는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되며, 양사는 북미 지역 MZ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웹툰과 왓패드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 및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포쉬마크를 통한 커머스 사업 간의 서비스적 연계를 높여 나갈 계획이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보유한 검색 및AI추천 및 비전(vision) 기술, 라이브 커머스, 커뮤니티 플랫폼, 광고플랫폼 등을 활용해 포쉬마크의 사용자에게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신규 비즈니스모델을 발굴하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행보를 펼쳐나갈 예정이다. 

네이버가 보유한 콘텐츠 역량과 포쉬마크의 커머스 시너지를 노리는 한편 강력한 ICT 기술을 묶는 순간 멀티플의 시너지를 내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낸다는 그림이다. 

각 지역별로 흩어진 네이버의 역량을 하나로 묶어(멀티플) 이를 중심으로 강력한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시너지) 여기에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가치를 창출하는 목표(네이버 3.0)다.

최수연 대표가 선언한 3.0 로드맵과 정확히 일치한다. 포쉬마크 인수가 단순한 인수를 넘어 네이버의 미래에 큰 의미를 가지는 이유다.

최수연 대표는 “대규모 사용자를 보유한 북미 1위 패션 C2C 플랫폼인 포쉬마크와 함께 하게 됨으로써, 네이버는 북미 MZ세대를 더욱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며, “글로벌 IT 산업 본진인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기업으로서 새로운 혁신과 도전을 거듭하며 한단계 높은 성장을 기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래의 핵심 사용자들에게 ▲C2C 쇼핑 ▲웹툰 ▲K-pop 콘텐츠를 넘나드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면서 글로벌 C2C 시장 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포쉬마크 마니쉬 샨드라 CEO는 “네이버는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터넷 기업 중 하나로 혁신적인 기술기업이자, 인터넷의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사업을 성공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라며, “나를 포함한 직원들은 더 큰 조직인 네이버의 일원으로 더 많은 성장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네이버는 Poshmark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파트너로, 셀러와 사용자의 커뮤니티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술과 서비스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