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종료되며 여행업계 분위기도 좋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호스피탈리티 테크 기업 온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숙박 시설 거래액은 1070억원에 이르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100% 상승한 수치입니다. 지난 2021년 전체 거래액이 1000억원 규모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반기 만으로 이미 지난해 성과를 넘어섰어요.
역시 온다 기준이기는 하지만 아고다, 호텔스컴바인, 트립닷컴 등 글로벌 채널 거래액이 전년 대비 124.87% 늘어났으며, 여행자와 객실을 직접 연결해주는 D2C(Direct to Customer) 사업 거래액도 193% 증가했습니다. 국내 OTA 야놀자는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으며 뒤이어 여기어때도 착실하게 포인트를 쌓으며 선방하는 중입니다.
에어비앤비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2분기 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58% 늘어난 21억달러에 이르는 등 기지개를 켜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마케팅 조직을 재건하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에어비앤비는 글로벌 본사 정책의 일환으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 마케팅 조직을 대거 축소한 바 있습니다. 그 여파로 2020년과 2021년에 거쳐 국내 마케팅 조직을 모두 정리하고 그 기능을 다른 조직에 이관했어요.
지금은 아닙니다. 다시 국내에 마케팅 조직을 신설하는 리빌딩에 돌입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는 설명입니다.
합법과 탈법의 사이에서
사실 에어비앤비는 한국에서 묘한 경계의 영역에 삐딱하게 선 느낌입니다. 글로벌 기업이지만 국내 비즈니스 측면으로는 합법과 탈법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숙소 대부분이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으로 신고되어 있어 외국인 게스트만 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또 그렇지 않습니다. 내국인도 종종 사용합니다. 그런데 내국인이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으로 신고된 숙소를 예약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도 없고, 또 일일히 알아낼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내외국인이 모두 에어비앤비에 뒤섞여 지내고 있어요.
에어비앤비가 이를 명확히 가려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는 플랫폼 역할론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과도 또 충돌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에어비앤비는 묘한 경계의 영역에서 어정쩡하게 서 있고, 정부와 시장 모두 그런 에어비앤비를 두고 장고만 거듭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입니다.

달콤함 맛보려면
혹자는 모호한 경계에 선 에어비앤비에게 냉엄한 가이드 라인에 따른 선명한 '불관용 원칙'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다만 이러한 주장은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 에어비앤비가 어떤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지, 나아가 왜 많은 사람들이 에어비앤비를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빠졌습니다.
모호한 경계에 선 에어비앤비의 상황이 오래 지속되고 있는 것은 불관용 원칙을 제도화시킬 이들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는 뜻이며, 당연히 거기에는 이유도 있다는 겁니다.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닙니다.
일본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일본의 경우 현지 에어비앤비는 부족한 숙박시설의 구멍을 메우고, 독특한 경험을 주는 강점을 자랑했습니다. 에어비앤비에게도 아태 지역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컸습니다.
변수는 주택숙박사업법(민박법)의 등장입니다. 2018년 올림픽 등을 앞둔 상태에서 일본 정부는 민박법을 통해 에어비앤비 등 새로운 숙박서비스를 완벽하게 제도권 내부로 가져오려고 했으나, 그 결과는 오히려 에어비앤비의 고사로 이어졌습니다. 단기 임대의 경우 1년간 영업 일수를 최대 180일로 제한하는 한편 임대업자가 충족해야 하는 요건이 더 엄격해졌기 때문입니다. 결국 조금은 특별한 상황이던 에어비앤비의 기세가 크게 꺾였어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빗대어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사실 각 국 정부가 제도권으로 가상자산을 끌어오려는 것은 분명 좋은 뜻도 있어요. 그러나 기존 제도권 금융과는 다른 논리로 움직이는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으로 무리하게 끌려올 경우 오히려 본연의 경쟁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일본 에어비앤비 생태계에서 생긴 일과 비슷합니다.
에어비앤비가 무결점의 숙박 플랫폼은 아니고, 또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금과옥조도 아닙니다. 다만 다른 숙박시설과 달리 에어비앤비만의 감성은 있어요. 이를 선호하는 이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이의 삶에 직접 들어가 무언가를 체험하는 경험은 에어비앤비가 가진 특이점이며, 우리의 숙박 시장 인프라 경쟁력에 있어서도 고무적인 일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고민을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호함의 경계에 그냥 두지 말고 무언가 움직여야 해요. 다만 그 움직임은 우리의 이득이 되어야 합니다. 무리한 제도권 내부로의 끌어당김으로 독특한 색을 잃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다양한 달콤함을 즐길 수 있는 윈윈의 방향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다른 숙박시설과의 치킨게임이 아니라 에어비앤비만의 강점을 또 하나의 '플러스 알파'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에어비앤비도 역할을 해 내어야 합니다. 지금의 애매모호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지금 당장은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명확한 카드 정도는 보여줘야 합니다. 지금의 애매모호함은 현실의 상황 때문인 것이지, 에어비앤비가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플랫폼이라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만 보여주면 미래는 없습니다.
여기에 다른 숙박 시설과의 치킨게임이 벌어지지 않을 수 있을 정도의 기초체력을 더 키우고, 무엇보다 '플러스 알파'의 달콤함을 보여줄 수 있는 부단한 노력을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