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포스코그룹
출처=포스코그룹

포스코그룹이 국내 기업집단들 사이에서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수많은 협력사와 함께 사업을 영위하는 그룹이라는 점에서 여느 제조업 기업집단과 다르지 않다. 다만 ‘국영기업’이라는 그룹 뿌리에서 비롯된 사명감을 바탕으로 동반성장을 지속 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22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건설 등 그룹 3개사는 지난해 이뤄진 CP 등급 평가결과 상위 등급인 AA를 동일하게 획득했다.

CP는 지난 2001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공정거래법 위반 사례를 사전 방지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공정위 예규(행정규칙 일종)다. 공정위는 준수해야 할 법적 의무 없는 CP를 기업들이 스스로 준수하도록 2006년부터 등급평가제를 도입하고 평가 우수기업들에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해왔다. 현재 공기관인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8가지 항목을 바탕으로, 앞서 신청한 기업들을 대상으로만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의 등급을 평가하는데 활용되는 지표. 출처=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의 등급을 평가하는데 활용되는 지표. 출처=공정거래위원회

CP등급은 최상위인 AAA(최우수)부터 최하위인 D(매우 미흡)까지 6개로 나뉜다. 포스코그룹 3개사가 지난해 나란히 획득한 AA는 두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각 기업은 매년 최고경영자를 통해 공정거래 자율준수에 관한 메시지를 임직원에게 전달하고 관련 지침을 교육시키는 등 제도 취지에 부합한 활동을 적극 전개했다.

포스코그룹은 앞서 CP 제도가 도입된 이듬해인 2002년 국내 재계에서 선제적으로 이를 도입한 뒤 자발적으로 수행하고 평가받아왔다. 또 협력사가 CP 제도를 도입하도록 장려하고 이들의 활동을 돕기 위한 인증제도를 자체 시행해오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CP 관리 체계를 도식화한 이미지. 출처=포스코홀딩스 2021 기업시민보고서
포스코그룹의 CP 관리 체계를 도식화한 이미지. 출처=포스코홀딩스 2021 기업시민보고서

CP 활동으로 담합·중대재해 등 악재 차단

포스코그룹이 수백개의 협력업체와 함께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동안 불공정거래의 위험성에 상시 노출돼 있는 점은 CP 활동의 필요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지난해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5년 2개월 기간 동안 발생한 중대재해 14건으로 인해 사망한 노동자 17명 중 13명이 협력사 직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포스코와 포스코강판 등 두 계열사는 지난 2012년 컬러강판에 대한 담합행위가 적발돼 1013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양사의 CP등급은 2013년 포스코 AA, 포스코강판 A 등에서 각각 BBB, BB 등으로 하락했다.

포스코그룹 계열사들이 독보적인 CP 활동을 전개하지만 최근 최상위 등급인 AAA를 받지 못하는데 에는 이 같은 법 위반 이력이 평가과정에 반영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현행 CP등급 평가 관련 규정에 따라 기업의 법 위반 이력을 등급 평가 과정에 반영해 법 위반 이력이 없는 기업과 차등을 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당시 포스코 자율준수관리자로 활동한 이성욱 법무실장(부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앞으로도 CP가 포스코의 고유 브랜드가 되도록 관련 활동을 체계적·지속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태 포스코 구매투자본부장이 지난 2월23일 2022년 포스코 동반성장지원단 출범식을 갖고 이에 참여하는 중소기업 대표들과 비대면 경로로 소통했다. 출처=포스코
이주태 포스코 구매투자본부장이 지난 2월23일 2022년 포스코 동반성장지원단 출범식을 갖고 이에 참여하는 중소기업 대표들과 비대면 경로로 소통했다. 출처=포스코

학계 일각 “포스코의 CP 활동, ESG 경영에도 부합”

학계 일각에서는 포스코그룹이 CP에 주력해온 이유 중 하나로 현재 지주사이자 주력 계열사인 포스코홀딩스가 공기업이라는 뿌리를 가진 점을 꼽는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1990년대 외환위기에 대응하려는 당시 정부의 결정에 따라 2002년 민영화한 공기업 ‘포항제철’의 업력을 이어오고 있다.

이후 외국 자본에 휘둘리던 시기를 거쳐 2007년부터 현재까지 공기관인 국민연금공단을 최대주주로 두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들은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이라는 경영이념을 내걸고 협력사와 동반 성장하는데 주력해오고 있다.

포스코그룹이 CP 활동에 힘 쏟는 점은 한편 최근 전세계 재계 화두로 보편화한 환경·책임·투명경영(ESG)을 실천하고 업계에서 인정받는데 있어 이로울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포스코그룹 계열사 중 한국거래소 ESG포털에 ESG 등급이 게재된 포스코스틸리온(A), 포스코인터내셔널(A), 포스코케미칼(A) 등 3개사 모두 높은 수준의 종합점수를 획득했다.

포스코홀딩스(전신 포스코 포함)의 2000~2022년 7월 기간 주가 추이. 출처=딥서치
포스코홀딩스(전신 포스코 포함)의 2000~2022년 7월 기간 주가 추이. 출처=딥서치

포스코그룹의 CP 활동과 기업가치 양측간 상관관계는 분명히 파악되지는 않고 있다. 다만 금융 솔루션 플랫폼 딥서치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전신 포스코 포함)의 주가는 지난 2007년 10월 76만5000원으로 최근 20년 중 고점에 도달한 뒤 기복을 보여왔다. 코로나19 여파가 처음 본격 확산된 2020년 3월 13만8000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등락을 반복하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현재 23만3500원에 도달한 상황이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포스코그룹은 국영기업이라는 태생으로 인해 다른 기업집단에 비해 공정거래에 대한 관심이 큰 것이라고 본다”며 “포스코그룹의 이 같은 활동은 ESG 경영과도 부합함에 따라 비재무적 부문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등 그룹 소기 목표를 달성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