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021년 11월 2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021년 11월 2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대법원이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055550) 회장에 대해 최종 무죄를 확정지었다. 재판 시작 4년만이다.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돼 세 번째 연임에도 청신호가 켜진 만큼 조 회장은 올 하반기 ‘리딩금융’ 탈환을 위한 공격적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 “검찰 증거 부족…前부행장 및 인사담당자는 유죄”

30일 대법원 제2부는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부정 채용에 관한 조 회장의 공모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낸 상고를 기각했다.

앞서 조 회장과 신한은행 인사 담당자 등 7명은 조 회장이 신한은행장으로 재직하던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신입사원 채용점수 조작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2018년 9월 기소됐다. 이들은 외부서 청탁받은 지원자와 신한은행 임원 및 부서장 자녀 명단을 관리해 합격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과 함께 남성을 더 많이 채용하기 위해 합격자 남녀 성비를 3:1로 조정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조 회장에 대한 1심과 2심의 판결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조 회장이 총 3명의 지원 사실 등을 인사부에 알려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판단,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1심을 뒤집고 조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2심은 “조 회장이 지원자의 지원 사실을 인사담당자에게 전달한 사실만으로 ‘합격을 지시했다’는 것으로 간주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지원자들이 정당한 과정을 거쳐 합격했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2심 재판부의 설명이었다.

검찰은 항소심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2심을 확정했다.

다만 대법원은 신한은행 차원에서의 채용비리에 대해선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윤승욱 전 신한은행 부행장이 채용 과정에 부정하게 개입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판결했다. 채용 과정에 관여한 인사부장들도 유죄가 확정됐다.

비은행 강화 호평…라응찬 전 회장 이어 ‘3연임’ 가능성 ↑

업계 안팎에선 조 회장의 ‘3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번 무죄 확정 판결로 법적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냈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이날 조 회장이 대법원 상고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면 3연임 도전은 불가능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과 신한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라 집행유예를 포함해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 짓는 경우 향후 5년간 경영진 자격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조 회장 취임 이후 신한금융 실적이 꾸준히 성장세를 보여 그의 3연임 가능성은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7년 3월 취임한 조 회장은 1심 재판이 진행되던 2019년 12월 연임에 성공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3연임에 성공할 경우 라응찬 전 회장(2001년 8월~2010년 10월)에 이어 두 번째로 ‘3연임 회장’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실제 지난 2017년 2조9188억원이던 신한금융지주의 연간 당기 순이익은 지난 2018년 3조1570억원을 기록하며 ‘3조 클럽’을 넘어섰다. 또 지난해엔 4조193억원의 순익을 내며 연간 순익 ‘4조 클럽’ 가입에도 성공했다. 전년(3조4146억원) 대비 17.7% 늘어난 역대 최대 실적이었다. 올해 1분기 순익도 전년 동기 대비 17.5% 증가한 1조4004억원을 올리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특히 조 회장은 적극적인 계열사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은행 부문 경쟁력을 높여 수익구조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신한금융은 조 회장의 진두지휘 하에 2018년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를 시작으로 아시아신탁(현 신한자산신탁)·네오플럭스(현 신한벤처투자)·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현 신한자산운용) 등을 인수하며 종합금융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이에 신한금융 비은행 부문 순익 기여도는 지난해 42.1%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 재임 동안 당기순익이 증가하고 포트폴리오 확장 등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경영 능력에서는 문제 될 것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법리스크가 해소된 만큼 중장기 전략을 집중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러한 행보가 연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