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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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이 운용하는 대출상품 금리 급등에 이어 정책금융상품 금리도 치솟고 있다. 미국발 고강도 긴축 여파로 국고채 금리가 급등한 까닭이다.

초장기 고정형 정책 모기지 상품인 ‘적격대출’ 금리가 오는 7월 연 5%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실거주 서민 대상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 금리도 5%에 근접했다. 또 오는 9월 변동형 주담대를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 금리도 상승할 것으로 보여 내 집 마련에 나선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고채 5년물 금리, 11년만 최고치 기록

21일 업계에 따르면, 6월 기준 적격대출 금리는 연 4.6%로 올해 들어서만 1.2%포인트(p)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적격대출은 소득과 관계없이 9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해 최대 5억원까지 빌려주는 정책상품이다. 매입 금리 산정 기준이 국고채 5년물이어서 일반적인 주담대보다 금리가 낮고 최장 40년간 고정금리를 적용한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히지만, 지난해 1월 대비 금리가 2.05%포인트 급등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거주 서민에게 빌려주는 정책 모기지인 보금자리론 금리도 연 5%를 눈앞에 두고 있다. 6월 기준 보금자리론 금리는 4.25~4.60%로, 지난 5월 7년 11개월 만에 4%를 돌파한 데 이어 또 다시 상승했다. ‘내 집 마련 사다리’로 불리는 보금자리론은 6억원 이하 주택을 구매하는 연 소득 7000만원 이하 무주택자에게 나오는 대출이다.

보금자리론 금리가 오르면서 안심전환대출 금리도 5%대 진입을 앞두게 됐다. 안심전환대출은 금융기관의 고금리·변동금리 주담대 대출을 저금리·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정책 금융 상품인데, 보금자리론과 연동돼 금리가 이보다 0.3%포인트 낮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9월 셋째 주부터 4억원 이하 1주택을 보유한 부부 합산 소득 7000만원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안심전환대출을 신청 받을 계획이지만, 해당 금리가 급속도로 오르고 있어 실수요자들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책금융 상품의 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이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결단으로 국고채 금리가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이날 연 3.839%까지 올랐다. 앞서 지난 17일 국고채 5년물 금리는 3.855%까지 치솟으며 지난 2011년 8월 4일(연 3.90%)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은,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 시사…“대출금리 상승세 빨라질 것”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고채 금리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의 예상대로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2.75~3.0% 이상으로 끌어올릴 경우 국고채 금리 역시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안정 목표 운영 상황 점검 관련 기자간담회 모두말씀을 통해 “가파른 물가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오는 7·8월 연속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물가상승세가 한은 예측치를 뛰어넘을 것으로 관측되자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긴축→기준금리 인상→국고채 상승→대출금리 급등’으로 이어지는 흐름에 서민들의 이자 부담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이 올해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1%포인트 가량 더 올릴 것으로 예상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도 연내 8%대를 돌파할 것이 사실상 확정된 분위기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및 긴축 기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 역시 올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불가피 할 것”이라며 “미국의 스텝과 환율 등에 따라 정도가 조절될 순 있겠으나 금리 상승세가 꺾일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시장의 수요-공급에 따라 정해지긴 하지만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국고채와 금융채 등은 통상적으로 오르는 경향이 강하고 이에 대출금리도 오르게 된다”며 “금리상승기인 것을 감안해 대출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