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금 요소는 줄이고 재미는 살린 이용자 친화적인 게임이 높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불거진 이후 ‘착한 과금’ 체계를 갖춘 게임이 이용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스마일게이트홀딩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4,345억원, 영업이익 5,93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 62% 늘어난 수치로, 영업이익의 경우 국내 게임업계 상위 5곳 중 유일하게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 기준 국내 게임업계 빅5는 ▲넥슨(2조8,530억원) ▲넷마블(2조5,059억원) ▲엔씨소프트(2조3,088억원) ▲크래프톤(1조8,863억원) ▲스마일게이트홀딩스다. 스마일게이트홀딩스를 제외한 나머지 게임사들은 신작 부재 및 부진 속 마케팅비와 인건비 급증으로 영업이익이 최소 17%에서 최대 55%까지 감소했다.
스마일게이트도 눈에 띄는 신작은 없었으나 기존작 ‘로스트아크’가 국내에서 역주행 신화를 쓰며 실적을 견인했다. 로스트아크 개발사 스마일게이트알피지는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86% 상승한 4,898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4,460% 급증한 3,055억원을 달성했다.
지난 2018년 출시된 로스트아크가 뒤늦게 흥행에 성공한 배경은 ‘혜자 게임(비용 대비 혜택이 큰 게임)’인 데 있다. 로스트아크는 이용자들 사이에서 과금 요소는 적으면서 게임성은 높은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유료 확률형 아이템의 낮은 확률에 지친 ‘게임 난민’들은 과금 요소가 덜한 로스트아크로 대거 유입되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 초 넥슨 ‘메이플스토리’에서 확률 조작 논란이 불거진 후 로스트아크 서버 대기열이 발생하는 등 이용자가 급증했다.
넥슨 최신작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과금 유도가 지나치지 않음에도 구글 플레이 매출 3위를 유지하며 막대한 매출을 거두고 있다. 합리적인 과금 체계와 수동조작이라는 게임의 재미 요소가 인기 주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원만 네오플 디렉터는 “수동 사냥과 과금 자제로 재미에 충실했던 것이 성공비결”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구글 플레이 매출 톱(TOP)45에서 벗어나 있던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킹덤’은 최근 10~30위권에 오르는 등 눈에 띄는 매출 상승을 보이고 있다. 대규모 업데이트 직후인 지난 3월 초에는 순위가 8위까지 뛰었다. 쿠키런: 킹덤은 게임성을 갖췄을 뿐 아니라 무과금 이용자들도 무리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수익모델을 채택하고 있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돈을 쓸수록 이길 가능성이 높아지는 페이투윈(Pay to Win), 낮은 확률의 확률형 아이템 등 지나친 과금 요소가 성공 방정식이라는 말은 옛말이다. 착한 과금을 내세운 게임들이 매출 지표에서 점차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나타난 건 지난해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확산된 이후부터다. 지난해 넥슨 메이플스토리의 확률 조작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내 게임 이용자들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했다. 이와 함께 자율규제에 대한 실효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고,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법제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한국게임산업협회는 한층 강화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강령을 내놓으면서 논란 진화에 나섰다. 일부 게임사들은 이용자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개정 강령 시행 전부터 선제적으로 이를 반영했으며 기존 수익구조를 완화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지난해 12월부터 한층 강화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정책을 시행 중이다. 개정 강령은 기존 강령에서 규정하고 있던 캐릭터·장비 뽑기와 같은 '캡슐형 콘텐츠'의 결과물 개별 확률을 공개하는 것을 포함해 장비·캐릭터 강화 등 '강화형 콘텐츠'와 장비·펫 합성 등 '합성형 콘텐츠'까지 성공 확률 등을 공개하도록 했다.
일각에선 자율규제 무용론을 제기한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그동안 아이템 확률 정보를 게임사가 자율적으로 공개하는 노력이 시행돼 왔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가 포함된 게임법 개정안의 신속한 통과를 요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확률형 아이템 관련 정보를 게임사가 완전히 공개하도록 하는 법률이 제정될 가능성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앞서 "게임 이용자에 가해졌던 불공정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겠다"며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법제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방송사의 시청자위원회처럼 이용자위원회를 만들어 직접 감시하겠다는 방안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라는 역풍을 세게 맞은 후 자정해나가는 과정"이라며 "지난해 한국게임산업협회가 대폭 강화한 ‘자율규제 강령안’을 시행하면서 많은 게임사들이 확률을 공개하는 추세인데 굳이 회사 내 감시기구가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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