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4대 시중은행이 고객의 채무 상환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대신 책임지겠다고 지급보증한 금액이 1년 새 7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불어난 지급보증 규모와 함께 고객의 계약이나 채무불이행으로 대신 갚은 대지급금은 30% 안팎으로 늘어난 것으로 관측됐다.
빚 보증 57조원…하나>신한>우리>국민 順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보유한 확정·미확정 지급보증 규모는 57조2,025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50조3,919억원) 대비 6조8,106억원(13.5%) 늘어난 규모다.
지급보증은 고객이 여러 사정으로 계약대로 이행하지 못하거나 부도 등으로 빚을 갚지 못할 경우 은행이 이를 대신 상환해주겠다고 약속한 은행의 보증이다. 가계보다는 기업들에 대한 지급보증 비중이 99% 이상 차지해 절대적으로 크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규모와 증가 속도에서도 하나은행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나은행이 지급보증 잔액은 16조8,708억원으로 4대 은행 중 보증 규모가 가장 컸다. 이어 신한은행(16조5,384억원), 우리은행(12조9,134억원), 국민은행(10조8,800억원) 순이다.
1년 간 증가율도 하나은행이 가장 높았다. 하나은행은 1년 새 18.4%(14조2,493억원→16조8,708억원) 증가했다. 국민은행(16.8%), 우리은행(10.6%), 신한은행(9.2%)이 뒤를 이었다.

"대기업 위주 지급보증 증가…1분기도 증가세 지속 예상"
업계에서는 대기업 대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지급보증이 늘어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대 은행 중 한 은행의 관계자는 “개별 기업마다 세부 내역까진 확인하진 못했지만, 대기업 위주로 지급보증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4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사업보고서 상 기업 분류별 지급보증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국민은행의 지난해 대기업 지급보증 규모는 8조8,221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3,202억원) 대비 1조5,019억원(20.5%) 늘었다. 이에 따라 지급보증 잔액 가운데 대기업의 비중도 2020년 78.6%에서 81.1%로 2.53%포인트 커졌다.
지난해 하반기 수출 호조세도 지급보증 증가의 요인 중 하나로 예상된다. 대형 은행들의 지급보증 대부분은 수출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은행은 주로 신용장 거래를 비롯한 각종 무역거래나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차입하려는 기업이 담보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급보증을 해 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6445억4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5.8% 증가했다.
지급보증 규모가 늘며 은행이 대신 변제한 대지급금 규모도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 국민·하나·우리은행의 지급보증 대지급금 규모는 439억5,600만원으로 전년 동기(343억9,300만원)보다 27.8% 증가했다.
지난 한해 지급보증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국민은행이 대지급금 규모가 가장 크고 증가 속도도 가장 빨랐다. 지난해 국민은행의 대지급금 규모는 207억7,300만원으로 전년 동기(80억1,100만원) 대비 159.3% 증가했다. 하나은행은 18.7%(101억8,200만원→120억8,300만원) 늘었으며, 우리은행은 31.5%(162억원→111억원) 감소했다.
앞선 관계자는 “올 1분기도 지난해와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