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과 짬뽕. 항상 고민되는 선택이다. 여러분은 어느 것을 많이 선택 하시는가? 소생은 왠만하면 짜장면이다. 맵지 않아서 그렇지만 갈 때마다 고민이 되기는 한다. 이처럼 선택 못하는 중생을 위해 어느 위대하신 분이 신박한 메뉴를 하나 만들었다. 바로 짬짜면이다. 한그릇에 짜장면과 짬뽕이 같이 나오는 메뉴. 정말 누가 발명했는지 기가 막힌다 (아마도 데이터 전공자가 아닌가 싶다. 소비자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한 것이니까 말이다.) 혹자는 이것이 바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의 한 예라고 하는데, 갖고 싶은데 없는 건 바로 만들기 때문에, 이 짬짜면이 세계에서 가장 불쌍한 메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 사회학과 교수님 강연 에서다. 이유는 이렇다. 짜장면은 오늘, 짬뽕은 내일 먹으면 되는데 굳이 오늘 두개를 다 먹어야만 하는 건 우리에게 내일은 불확실한 날이기 때문이라는 거다. 내일이 불안한 사람들. 그래서 꼭 오늘 이어야만 하는 사람들. 우리는 그렇게 내일을 오늘로 댕겨가며 빨리 빨리, 바쁘게, 앞만 보고 살아왔고, 짬짜면은 그 결과로 생긴 부작용의 한 단면이란 것이다. 소생이 좋아하는 짬짜면의 슬픈 존재이유 되시겠다.

그렇다고 이 ‘짬짜면’ 현상이 우리 세대 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요즘 잘 나가는 식당에서는 기본 2~3시간 웨이팅을 하고, 코인 유행에 휩쓸려 급 투자하고, 남들이 좋다고 올린 인생샷 장소를 기를 써서 방문해 인증샷을 남기는, 모두가 다 따라쟁이가 되어 버린 듯한 지금의 단상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금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뜻하는 FOMO (Fear of missing out) 라는 현상이 요즘 화제라고 한다. 처음 등장은 2004년 하버드대 MBA 학생이었던 패트릭 맥기니스라는 벤처투자자가 쓴 글에서 나왔다고 한다. 불금을 놓치기 싫어 동 트는 새벽까지 몇 군데 파티장을 돌아 다니는 자신을 보고 만든 말인데(포모 사피엔스 저자 인터뷰, 조선일보 재인용), 지금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건 SNS 가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위 기사에서도 언급한 소셜 미디어 ‘클럽하우스’가 처음 소개되었을 때, 너도 나도 참여하고 싶어하다 보니, 가입을 위한 초대장이 중고 SNS 에 올라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누가 하는지도 모르게 조용해졌다. 세상은 점점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하는데 왜 우리는 남들 따라하느라 점점 더 여유가 없어지는 건가. TV 프로그램 ‘자연인’이 히트하고 모닥불 영상과 무인도 예능이 뜨는 걸 보면 ‘여유’ 라는 것에 대한 갈망이 있는 것 같은데, 정작 자신의 시간을 누리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 역시 실천은 힘든 거다.

위 기사에서 작가는 본인이 하던 일을 멈추고 옆 사람에게 자신의 일을 나눠줘야 여유가 생긴다고 했다. 물론 나눠 줬으면 신경 꺼야 한다. 그렇게 일을 나눠주고 그 시간 동안 나는 여유를 느끼면 되는 거다. 그런데 누구에게 나눠줘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일을 대신하게 하려면, 그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에는 전문가가 있다. 이분들에게 일임하면, 돈이 들지만, 나의 시간과 결과 그리고 퀄리티까지 보장해준다. 어떻게 보면 이런 전문가에게 돈을 지불하기 위해 돈을 버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식량 전문가인 농부에게 쌀을 사고, 자동차 전문가에게 차 수리를 맡기고, 세무사에게 세금 업무를 그리고 지각했을 땐 택시를 타고 비용을 지불하니까 말이다. 물론 광고도 대행사가 광고주에게 돈을 받아 진행한다. 아 먼저 진행하고 나중에 청구해서 받는다. 광고 대행사도 광고주의 선택을 받은 전문가 집단인 것이다. 맞죠?

그러고 보니 세상에는 두가지 전문가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내가 업무를 수행 할 지식과 능력이 안되는 일을 대신 해주는 전문가와, 또 하나는 내가 할 수는 있지만 시간이 없어서 그 일을 대신 해주는 전문가, 이렇게 두 종류의 전문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후자의 전문가들은 일하기가 쉽지 않다. 의뢰인이 시간상 직접 못해서 그렇지, 만약 하게 되면 본인이 더 잘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마치 왕년에 미술 안해본 사람이 없기 때문에, 제작물에 대해 본인 의견을 강하게 내는 주님들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어찌되었든 비용 문제만 해결하면 전문가 활용을 통해 내 삶의 여유를 찾아 내는 것은 훌륭한 선택지로 보인다. 역시 돈은 내 시간을 사기 위한 것이고 바로 이것이 돈을 버는 이유가 될 수 있겠다. 여러분도 이 관점에 동의 하시는가. 만약 그렇다면 인간은 확실히 상호 호혜적이다. 나는 일해서 돈 벌고, 그 돈을 전문가에게 다시 쓰는 삶을 살면서, 우리 모두 같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소생도 여러분도 어느 상황에서는 누군가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돌아가는 세상은 누가 만들었을까? 궁금해지지만 이쯤에서 나의 일을 대신해주는 ‘전문가’와 내 일을 포기 못하는 ‘포모증후군’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보기로 하자.

먼저 전문가 연관어를 보면 ‘결과’와 ‘효과’가 나온다.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야 찐 전문가임을 알 수 있게 하는 단어 되시겠다. 마케팅이나 홍보를 통해 목표를 달성하고 매출 상승을 위해 전문가를 투입하는 경우가 많음을 볼 수 있는 것도 재밌다. 흥미로운 건 ‘교육’인데 사실 교육을 통해 전문가가 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전문가는 문제해결자 이어야 하는데, 기존의 방법으로 풀리지 않았던 것이 문제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방적 교육이 창의적 방법론을 찾아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진짜 전문가는 문제해결자가 아니다. 문제 해결 방법은 찾으면 이미 나와 있는 경우가 많다. 진짜는 바로 ‘문제’ 를 찾아 내는 것이다. 문제를 정확히 찾아야 해결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필요한 건 교육 보다는 암묵지와 같은 오랜 경험이다. 이 경험을 단축 시켜주는 도구도 있다. 바로 데이터다. ‘척하면 척’ 알게 되는 그 경험치를, 누적 데이터가 유추할 수 있게 도와준다. 예를 들어 건기식 시장에 진출하려고 하는 회사가 있다고 하자. 그 회사에서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바로 시장상황과 제품 카테고리의 역사다. 과거를 알아야 현재 상황에 대한 이해가 빠르기 때문이다. 단시간 내에 진출할 시장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지난 수십 년간의 시장, 제품, 그리고 그것을 구매한 소비자의 역사가 누적된 데이터를 보는 것이다. 오늘의 나를 알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엄마에게 물어보거나, 내 일기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 기록을 만드는 것. 데이터의 시작이다. 그런 맥락에서 전문가 역시 해당 분야에서 축적된 데이터의 화신이다.

그림 오른쪽에 있는 표는 ‘포모신드롬’ 에 대한 버즈 결과이다. 투자, 공포, 신드롬, 불안, 혼란과 같은 단어들이 나온다. 나만 소외된 것 같은 불안감에 뭐든지 하려고 하는 것, 혹자는 포기할 줄 모르는 불굴의 정신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 보다는 어느 것도 포기하지 못하는 현대인이라는 해석이 왠지 더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린 여유가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 인줄도 모르겠다. 좀 더 좋은 집, 좀 더 좋은 차, 좀 더 좋은 동네를 향해 끊임없이 올라가는 일, 불확실성이 많은 시대에 하나만이라도 확실한 것을 잡고 싶어하는 마음이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여유를 선택하는 것을 더 어렵게 하는 것 같다.

어부로 사는 친구에게 서울 친구가 말했다. 요즘 물고기가 잘 잡히는 것 같으니 배를 한대 더 사서 같이 고기를 잡자고 말이다. 어부 친구가 물었다. 왜 그렇게 하느냐고. 서울 친구는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했다. 돈 벌어서 뭐할 거냐고 묻는 어부 친구에게 서울 친구는, 시골에 작은 집 한 채 짓고 편하게 살고 싶어서 그런다고 했다. 어부 친구가 말했다. ‘난 이미 그러고 산 단다.’ 어부가 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모든 걸 다 하려고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만, 내키는 것만 하자는 것이다. 대신 딱 하나만 실천하자.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그 모든 것을 기록해 보는 것이다. 기록을 하다 보면 어떤 경우에 내가 힘든지, 또 어떨 때 정말 행복한지 알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이번 새해 계획은 뭘 할지 생각하기 전에 먼저 뭘 포기하고 뭘 선택할 지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리고 그 과정을 기록해보자. 여러분은 무엇을 포기하고 선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