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다수의 ICT 기업이 오프라인 행사에서 빠지며 CES 2022 분위기가 예전같지 않다. 그러나 온오프라인 전략이 동시에 가동되는 한편 현장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분위기는 여전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를 바탕으로 CES로 보는 올해의 ICT 전자 트렌드를 짚어볼 필요도 있다. 크게 포스트 코로나와 융합, 그리고 사용자 경험(UX)이다.

포스트 코로나 대비하라
올해 CES 2022는 다수의 기업이 오프라인에서 빠졌다. 오미크론 팬데믹과 더불어 미중 패권전쟁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팬데믹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어도 이번 CES가 포스트 코로나의 큰 흐름을 보여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것도 사실이다.

기술의 진화에 답이 있다. 각 기업들은 올해 CES 2022를 중심으로 다양한 ICT 기반 서비스를 장착해 일종의 생태계를 창출하는 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코로나 이후에 어떤 ICT 가전제품이 우리의 일상을 연결할 것인가'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LG디스플레이가 공개하는 다양한 디스플레이 중심의 사무실 및 오피스 기기와 더불어 각 제조사들이 경쟁적으로 내놓는 '코로나 이후의 달라진 삶을 보여줄 전자제품'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올해 CES 2022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한국 기업의 새로운 도전이 어떻게 가동될 것인지도 보여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3대 부문장을 모두 교체하는 한편 DX부분을 출범시키는 모험을 선택했다. 특히 TV의 경우 OLED로의 전환을 통해 17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1위 자리를 수성해야 하는 중요한 도전도 마주하고 있다. 그 변화의 순간을 얼마나 매끄럽게 끌고갈 것인지가 올해 CES 2022 삼성전자의 관전 포인트다.

LG전자는 월풀을 누르고 글로벌 가전업계의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SK는 반도체와 통신 영역에서 미국과의 협력이 절실한 상태며 현대차는 로봇을 중심으로 소위 모빌리티, 나아가 로보틱스 기업으로의 입지까지 파고들고 있다. 그 전략이 얼마나 훌륭하게 가동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코로나 및 미중 패권전쟁으로 CES 2022의 오프라인이 얼어붙었으나 한국 기업에게는 오히려 기회라는 점이 중요하다. 중국의 공백을 메우고 코로나의 타격을 넘어 온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CES 2022에서 보여줄 한국 기업들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자동차 살균 소독 솔루션. 출처=서울반도체
자동차 살균 소독 솔루션. 출처=서울반도체

융합의 경제학
CES 2022는 최근까지 융합의 경제학을 추구했다. 가전의 왕 TV는 물론 다양한 가전제품에 이어 양자컴퓨팅, 게임,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간 인프라들이 속속 등장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로 대표되는 인공지능들이 가전제품들을 혁신시키는 장면은 올해 CES 2022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많은 ICT 기업들이 오프라인 행사 불참을 선언했지만 5G 네트워크 및 인공지능 기술력이 각 제조사의 플랫폼에 연결되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트렌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CES는 단순히 하드웨어 제조사들의 스펙 싸움터가 아니라,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얼마나 확실하게 담아내느냐가 관건이다.

CES 2020 현장에서도 보인 트렌드다. 5G 및 인공지능, 클라우드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이들이 CES 2020의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으나, 이제는 완벽한 기반 인프라로 작동하며 현존하는 모든 기술혁명을 견인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들의 공통된 화두는 인공지능과 생활밀착형 플랫폼의 진화로 정리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목표가 아닌 수단이 되면서 생활밀착형 플랫폼과 서비스를 구축해 일종의 라이프스타일로 정착되는 순간이다. 인공지능, 즉 기술이 '인지할 수 없는' 공기가 된다는 뜻이다. 올해 CES에서도 비슷한 트렌드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며 자연스러운 융합이 벌어지는 것도 눈길을 끈다. 두산그룹에 이어 현대중공업이 해양 모빌리티 전략을 내세워 CES 2022에 등판하는 것이 의미있는 이유다. ICT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로 스며들며 그 형태가 지금까지는 인공지능 및 네트워크 등 기반 인프라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더 다양한 산업의 영역에 ICT 소프트웨어가 침투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최근 오프라인 마지막 행사이던 CES 2020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디어앤드컴퍼니(Deere)의 존디어는 S700을 통해 모내기 기계와 인공지능 및 사물인터넷의 정수를 보여줬다.

원래 가전 전시회로 출발한 CES에 ICT 소프트웨어 파워가 커졌고, 그 파워가 어느 순간 다양한 하드웨어 기기에 영혼을 불어넣으며 기반 인프라로 변신해 눈에 잘 보이지 않았다면 이제는 기계 및 건설은 물론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산업에 가전을 영리하게 만든 ICT 소프트웨어가 전방위적으로 스며든다는 뜻이다.

자연스럽게 하드웨어 인프라의 무한한 확장을 끌어낸다. 가전을 넘어 다양한 전자기계 모두에 ICT 소프트웨어가 지원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상태에서 이를 담아내는 하드웨어 플랫폼도 변화무쌍한 사업기회를 가지기 때문이다. 

이제 빵을 잘 굽는 토스트 기계가 아니라 인공지능으로 빵을 상황에 따라 굽고, 토스트의 외형도 그에 걸맞게 변화되더니 나중에는 자동차가 빵을 굽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물론 영혼을 불어넣어야 할 ICT 기업들이 오프라인에 대거 불참해 이러한 극적인 변화를 시각적으로 보기에 어려움은 커졌다. 한 때 미래 플랫폼으로 자동차가 각광을 받으며 CES의 주인공으로 부상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업계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기술의 진화는 계속되며 그 한계를 지속적으로 돌파하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 CES 2022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이러한 분위기는 메타버스 등 웹3.0 시대에도 중요한 화두가 될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오프라인 행사에 불참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으로 행사를 진행하거나, 이와 관련된 다양한 온텍트 기술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융합의 경제학이 이제는 산업의 경계를 파괴하는 것을 넘어 시대의 트렌드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패러다임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특히 메타버스는 비록 메타의 오프라인 행사 불참으로 그 의미가 일부 퇴색됐지만, 기업들이 온라인으로 전시를 나서며 관련 기술들을 키우는 순간 오히려 그 흐름이 명확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지금까지 CES가 키워온 융합의 경제학이 자연스럽게 메타버스는 물론 웹3.0 시대의 플랫폼 역할로 번지는 장면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LG디스플레이 CES  2022 투명 쇼윈도. 출처=LG
LG디스플레이 CES 2022 투명 쇼윈도. 출처=LG

끊김없는 경험의 시대
CES 2022의 화두를 한 때 유행했던 스마트홈, 나아가 초연결 시대의 연장선에서 본다면 자연스럽게 '끊김없는 경험의 시대'라는 화두가 부상한다. 고객을 자사의 생태계 전체에 배치시켜 가두는 전략과 닮았다.

강력한 하드웨어 기술과 이를 영리하게 만들어주는 인공지능 및 네트워크 등 기반 인프라가 존재해야 가능한 일이다. 여기에 MZ 세대 등 다양한 고객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쉽게 말하면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융복합과 이를 사용할 고객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 끝에는 끊김없는 경험의 시대가 있다. 한종회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조연설에서 자사의 생태계를 강조하면서 고객에게 얼마나 끊김없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 설명하는 이유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앞으로 손안의 스마트폰에서 각종 가전과 대화면 기기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고객들에게 선보이는 모든 제품들이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열정, 취향들을 반영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설정했다”라면서 “이달 초 단행한 조직 개편을 통해, 각기 다른 제품과 서비스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나아가 “앞으로 TV와 가전, 모바일 기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이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하나의 조직 속에서 한 방향으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부회장은 마지막으로 ‘제품 전반으로 확대하는 맞춤형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제 여러분은 개인 맞춤형 기술이 삼성전자의 대화면 기기와 가전, 모바일 제품에 걸쳐 어떻게 구현되는지 자세히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삼성전자는 다가오는 CES 2022를 통해 다양한 업계 파트너사들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공유하고자 할 것이며 동시에 삼성전자의 다양한 스마트홈 기기들을 더욱 원활하게 연결하는 새로운 솔루션도 소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크린 에브리웨어 등 다양한 TV 사용자 경험의 확대 연장선이다. 이제 고객이 찾아와 머물며 사용자 경험이 단절되지 않도록 다양한 생태계 전략이 가동되는 것. CES 2022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