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지난 2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새로운 인사제도는 삼성 전체의 인력과 조직 운영에 대한 대대적 변화를 예고했다.
7일 발표된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에서 삼성전자는 변화무쌍한 새 시대에 대응하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고자하는 목표의식을 보여줬다. 이는 CE(생활가전)·IM(무선-스마트폰) 사업부문 수장의 교체와 두 사업부문의 통합으로 명확하게 드러났다.
'최고 중 최고의 성과'만을 고르다
삼성전자는 2022년 사장단 인사에서 승진 3명, 위촉업무 변경 3명 등 총 9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전자가 이번 인사에서 표방한 성과우선주의는 어려운 상황 가운데에서 비교적 ‘잘 견뎌낸’ 수준 이상을 요구했다.
업계 최고의 자리를 확고하게 지킨 ‘최상’의 성과만을 반영한 것이다.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사업부문장인 김기남 부회장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으로 승진해 미래기술 개발과 후진양성에 이바지하는 역할을 맡았다.
김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 사업영역의 역대 최대실적의 기록, 메모리반도체 부문 글로벌 1위 도약 등 고도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여기에 미국 텍사스 주 테일러 시에 삼성전자의 제2파운드리 공장 건립 계획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도 김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

CE부문 김현석 사장과 IM부문 고동진 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재 수요 감소라는 위기에도 성장을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CE부문은 TV와 생활가전의 프리미엄 전략으로 전 세계 가전업계에서 독보적 입지를 점유했고, IM부문은 3세대 스마트폰의 성공과 제품군 확대 전략으로 중국 전자 기업들의 맹진에 잠시 위태위태했던 세계 시장점유율 1위의 입지를 다시 확고하게 지켰다. 그러나 DS사업부문이 보여준 올 한해의 뚜렷한 우상향 성장과 비교하면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여기에 이재용 부회장은 새 인사제도를 통해 삼성 전반의 세대교체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김현석 사장과 고동진 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이러한 배경으로 해석된다.
기존 CE사업부문과 IM사업부문을 ‘SET 사업’의 범주에 포함시켜 통합 조직을 구성한 것도 대대적 변화를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조직 간 경계를 뛰어넘는 전사 차원의 시너지 창출과 고객경험 중심의 차별화된 제품/서비스 기반을 구축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CE사업부문과 IM사업부문 통합 조직의 리더로는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한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이 낙점됐다. TV개발 전문가 출신인 그는 지난 2017년부터 11월부터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을 맡아 삼성전자의 TV가 15년 연속으로 ‘세계 1위’를 달성하는 데 기여했다. 이를 고려해 삼성전자는 한종희 사장에 SET사업 전체를 이끄는 수장의 임무를 맡겼다.
‘SET부문’을 지원하는 조직의 힘도 커졌다.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 법무실 송무팀장 김수목 부사장은 SET부문 법무실장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삼성전자 법무실·준법경영실 등을 거치며 각종 법무이슈 대응에 기여했으며 송무팀장으로서 차별화된 법률지원 및 법무역량 제고를 이끌어왔다. 박학규 DS부문 경영지원실장 박학규 사장은 SET부문 경영지원실장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김기남 부회장에 이어 삼성전자의 최고 주력인 DS사업부문을 이끄는 이로는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낙점됐다. 그는 반도체 설계의 전문가로 삼성전자에서 DRAM설계, Flash개발실장, Solution개발실장 등을 역임하며 메모리반도체 개발을 주도해 현재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게 된 데 기여했다. 지난해부터는 삼성전기의 대표이사를 맡아 MLCC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려 역대 최고의 실적을 이끌어 냄으로 경영역량을 인정받았다.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중장기 사업전략 수립 지원, 삼성전자 및 전자 계열사 간 시너지 발굴 등을 통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해 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북미시장 대응 역량의 강화
이번 인사에서는 삼성전자의 모든 주력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미국 사업부문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됐다. 여기에는 지난달 미국 출장을 통해 주요 사업장을 둘러 보고 현장의 중요성을 다시 깨달았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경식 삼성전자 북미총괄 부사장은 SET부문 북미총괄 사장으로 승진했다. 북미지역을 전담하는 영업 전문가로 2020년 12월부터 북미총괄 보직을 맡아 역대 최대 매출을 이끌어 내는 등 북미지역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 강인엽 System LSI사업부장 사장은 삼성전자 DS부문 미주총괄 사장으로 승진해 반도체 전반의 對 미국 비즈니스를 책임지는 역할을 맡았다.
강인엽 사장의 자리는 DS부문 System LSI사업부장 사장으로 승진한 박용인 System LSI 전략마케팅실장이 맡게 됐다. 그는 2014년 삼성전자 입사 이후 LSI개발실장, Sensor사업팀장, System LSI 전략마케팅실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하면서 DDI/PMIC/Sensor 사업의 성장을 주도했다.
이상의 인사에 대해 삼성전자는 “미래를 대비한 도전과 혁신을 이끌 인물을 SET사업, 반도체 사업의 부문장으로 각각 내정하는 ‘세대교체 인사’를 통해 격화되는 글로벌 경쟁구도에 대응하는 진용을 새롭게 갖춰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라면서 “특히 반도체 사업의 경우는 기술리더십과 비즈니스 역량이 검증된 경영진을 전면에 내세워 사업 경쟁력을 더욱 제고토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