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세종 윤국열 기자]신라시대 최대 고찰인 경주 황룡사가 디지털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무려 780년만에 실물크기로 복원돼 장안에 화제가 됐다.
황룡사는 780여년 전 몽골군의 침입으로 화재에 소실돼 지금은 초석들만 남아있다. 황량한 이 곳에서 증강현실로 황룡사의 화려했던 모습을 접할 수 있게 됐다. 전용 태블릿PC를 켜고 표지를 비추면 출입구인 중문과 양옆의 남회랑이 보인다. 초석을 보면 단층으로 추정되지만 기초 부분과 전체 건물의 비례를 본다면 지상 2층 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가정아래 두 가지 모습으로 복원됐다.
건물 내부를 돌아 다닐 수도 있고 2층으로 올라가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보물 찾기처럼 출토 유물을 찾을 수도 있다. 화면확대도 해보고 회전도 가능해 입체적인 모습도 감상할 수 있는데다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전송도 가능하다. 태블릿PC를 통해 원근감이 생생히 표현될 뿐 아니라 사계절의 풍경과 건축물의 세밀한 질감까지 표현이 가능했다.
이번 황룡사 디지털 복원작업에는 AR기술 전문기업인 버넥트의 기술력이 부각됐다. 최근 서울 용산에 있는 버넥트 본사를 방문해 하태진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오큘러스’ 클라우드 펀딩 성공에 창업 결심

카이스트 연구교수로 증강현실(AR)를 한창 연구 중이던 하태진 대표는 미국의 가상현실(VR)회사인 오큘러스가 대중화에 큰 반향을 일으킨뒤 클라우드 펀딩에 성공하는 것을 지켜보고 확신을 갖게 됐다. 하 대표는 관련시장이 점차 확대될 것을 인지하고 관련 소프트웨어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면 향후에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
결국 국내 AR 분야의 선구자인 우운택 카이스트 교수가 이끈 UVR(유비쿼터스 가상현실) 연구실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했던 하대표는 같은 연구실의 동료들과 함께 지난 2016년 버넥트를 창업했다. 회사명인 버넥트는 버츄얼(Virtual)과 커넥트(Connect)의 약자로 가상과 현실을 연결한다는 의미다.
즉 가상과 현실을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MR(혼합현실), XR(확장현실)등 메타버스 기술로 연결하고 정보, 지식, 지혜 등의 가치들을 3차원의 현실공간으로 불러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산업용 XR솔루션 제작…‘아기 유니콘 기업’ 선정
산업용 XR솔루션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버넥트는 지난 2016년에 회사를 설립한 후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이 75.4%를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 버넥트 솔루션은 국내외 다양한 산업 현장에 XR 다자간 원격 협업솔루션 및 실감형 콘텐츠 제작 툴 공급 등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100여 건이 넘는 프로젝트 진행 경험을 비롯해 30여 건이 넘는 기술 인증과 어워드 수상으로 이미 제품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20년 6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아기 유니콘 기업' 으로 선정된 버넥트는 전체 직원 120명 가운데 연구개발 인력이 70여명으로 전체 비중에서 65%에 달한다. 특히 석․박사 인력만 20여명인 가운데 업계 최고의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버넥트 리모트, XR기반의 다자간 원격협업 솔루션

버넥트는 현재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는 R&D 센터에서 AR의 핵심 원천기술 SDK(Software Development Kit)인 버넥트 트랙(Track)을 개발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를 진행 중이다. 버넥트의 대표적인 솔루션은 XR 원격협업 솔루션(VIRNECT Remote)을 비롯해 비코딩 방식의 3D 실감형 콘텐츠 제작 솔루션(VIRNECT Make) 및 XR 콘텐츠 증강 솔루션(VIRNECT View)등이다.
버넥트 리모트는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정보와 이슈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빠른 업무대응과 간편한 협업 등 업무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XR기반의 다자간 원격협업 솔루션이다. 스마트폰를 포함해 태블릿 PC, 스마트글라스, 드론, 360도 카메라 등 다양한 하드웨어와의 연동을 지원해 산업 현장은 물론 오피스 환경에 적용이 가능하다.
예를들면, 미숙련자를 현장에 투입할 경우 포인팅 및 드로잉 등 AR 기술을 활용해 직관적인 업무 지시가 가능해 실행 오류를 줄이고 위험요소를 제거할 수 있다.특히 해외 사업장과 원격 협업을 진행할 경우 실시간 음성 통번역 기능을 활용해 통역사가 없어도 업무소통이 가능하다.
또 다수의 인원이 현장 상황을 원격으로 파악해야 할 경우에는 실시간 또는 녹화를 통해 현장 상황의 공유가 가능하다. 또 사족 보행 로봇과 360도 카메라 등 다양한 기기와 호환이 가능해 현장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도 있다.
버넥트 메이크, XR 실감형 콘텐츠 제작 툴
버넥트 메이크는 설비운영, 작업절차 등 산업에 필요한 모든 정보와 지식을 XR콘텐츠로 제작이 가능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기반의 소프트웨어다. 버넥트 뷰는 메이크로 만든 XR 콘텐츠를 시각적으로 보기 위한 뷰어 솔루션이다.
이 솔루션은 No-code(비코딩) 방식으로 기존의 프로그래밍 방식보다 쉽고 빠르게 콘텐츠를 제작하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서 자유롭게 배포 또는 수정이 가능하다. 산업현장의 경우 각 분야 전문가의 노하우가 문서화 형태로 되어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를 XR콘텐츠로 디지털 트랜스 포메이션 하는 장점이 있다.
쉽게 말하면, 버넥트 Make만의 이해하기 쉬운 UI/UX를 통해 XR 콘텐츠 제작이 쉽고 버넥트 View를 통해 제작한 증강 콘텐츠를 스마트글래스,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으로 공유가 가능하다. 특히 각종 매뉴얼과 작업상황 등을 내부적으로 제작 또는 관리가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예를들면, 비숙련자의 작업 교육시 XR 콘텐츠를 활용해 만든 매뉴얼을 제공해 텍스트나 사진, 영상 등의 자료보다 빠르고 효과적인 학습이 가능하다. 또 재난상황 및 안전교육을 비롯해 대규모 교육을 진행시 위험도와 비용을 낮추고 몰입도 효과에서 상당하다.
시리즈 A투자로 90억원 유치…2-3년내 상장 계획
버넥트는 지난 2019년 9월에 9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성공리에 마쳤다. 시리즈 A투자에는 신용보증기금을 비롯해 산업은행, KB인베스트먼트, KTB네트워크, 마그나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여했다.
하 대표는 “올해 안에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완료한뒤 기업가치 산정을 마치면 내년에 예비 유니콘 기업에 신청할 계획”이라면서 “빠르면 내년 말에 기술특례를 추진하고 늦어도 2-3년 안에는 기업공개 일정을 끝내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달 현재 버넥트의 매출액은 약 30억원이다. 하지만 이미 공급이 확정된 사업들이 연말에 집중돼 올 한해 5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영향으로 고객사의 예산집행이 연기되는 탓에 작년 매출은 소폭 감소했다. 그럼에도 내년 매출액 목표는 올해보다 2배 증가한 90억원으로 설정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과기부, 디지털 뉴딜 우수기업으로 ‘버넥트’ 선정

버넥트는 최근 과학기술통신부로부터 디지털 뉴딜 우수사례 기업으로 선정돼 화제를 모았다. 과기부에 따르면 버넥트는 가상융합기술(XR) 플래그십 프로젝트에 참여해 산업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제조공정의 오류 감소를 비롯해 생산시간 단축 등 전통적인 제조산업을 혁신하고 산업재해를 감소시키는 등 가상융합기술의 활용 및 확산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포스코케미칼의 제조설비에 적용해 실증을 진행 중이다. 오는 2022년까지 에너지, 건설, 제조 분야 등의 주요 설비와 생산공장 10여 곳에 디지털 운영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신규 고객수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XR솔루션 적용범위도 다양해졌다. 특히 공공기관 위주의 고객에서 머무르지 않고 대학 등 교육기관을 비롯해 민간기업까지 솔루션 공급을 확장하고 있다. 전력 또는 전자ㆍ통신업종에서 화학을 비롯해 엔지니어링ㆍ스마트 팩토리로 산업 도메인이 확대된 것을 비롯해 대기업 계열사 고객에서 대기업 그룹 전체로 넓혔다.
주요 고객사로는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해 한전KDN, 한국공항공사,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삼성전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밭대학교, 한화토탈, GS건설, SK텔레콤, 현대중공업, 현대엔지니어링 등이다.
페루 기업과 수출계약…글로벌 진출 교두보 확보
지난 7월에는 해외진출의 청신호가 켜졌다. 페루의 VR 콘텐츠 개발사인 ‘Proximity’회사와 협업 프로젝트에 버넥트가 최종 선정된 것이다. 이에따라 ‘버넥트 리모트 라이선스’ 수출계약을 맺고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
이번 수출계약을 시작으로 글로벌 사업역량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버넥트는 ‘Proximity’ 회사에 다자간 원격협업 솔루션인 버넥트 리모트(소프트웨어) 및 스마트 글라스(하드웨어)등 버넥트 솔루션을 납품했다.
하 대표는 “버넥트는 국내 시장에서 최고의 산업용 XR솔루션 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오는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제품 현지화를 포함해 거점 지역별 사업기회와 네트워크 발굴에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위치한 버넥트 R&D센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을 추진하고 미국을 비롯해 영국, 독일, 일본 등 국가들을 대상으로 솔루션 공급을 진행할 에이전트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GS 기술인증 획득…‘메타버스 어워드’ 등 수상 다수
버넥트는 소프트웨어 산업정보시스템(SWIT)으로부터 GS 기술인증을 획득했다. 인증을 획득한 버넥트 솔루션은 버넥트 Remote v2.0를 비롯해 버넥트 Make v2.0, 버넥트 View v2.0, 버넥트 Track v1.0등이다.
버넥트의 각종 수상 사례도 화려하다.올해 8월에는 한국 VRㆍAR산업협회가 선정한 ‘2021년 상반기 코리아 메타버스 어워드’에서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9월에는 문화재청이 선정한 ‘2021 문화재산업 기술, 진흥 유공단체 표창’에서 디지털 헤리티지 분야에서 수상했다.
10월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한 10월 디지털뉴딜 우수 사례로 선정된 것을 비롯해 ‘KES 2021’에서 이노베이션 어워드 융합신산업분야에서 수상했고 스마트팩토리 어워드 AR솔루션 부문 기업혁신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XR플랫폼 사업자로 확대ㆍ사업모델 다각화 등 추진
버넥트는 향후 계획과 관련해, 산업용 XR분야에서 갖고 있는 기술과 제품을 비롯해 축적된 자산과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의 초격차를 이루고 XR솔루션 공급사에서 XR플랫폼 사업자로 사업을 확대하고 사업모델 다각화를 동시에 추진할 예정이다.
또 글로벌 시장에서 산업용 XR 솔루션 기업의 리더로서 자리매김한다는 구상이다. 오는 2025년까지 프로젝트를 포함해 라이선스, 플랫폼 등을 기반으로 7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그 가운데 20% 정도는 글로벌 시장에서 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는 “마이크로 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의 진출로 시장경쟁이 갈수록 치열하다. 하지만, 버넥트의 핵심역량인 SDK의 자체개발과 솔루션의 확장성과 관련한 기술개발에 집중한다면 글로벌 업체들과 충분히 경쟁도 해볼만 하다”면서 “클라우드, AI(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기술 발달로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CRM(고객관계관리) 시장에서 글로벌 1위 기업인 세일즈포스처럼 산업용 XR솔루션 기업 가운데 최고의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