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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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세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등 최근 전세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정책 환경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급증한 전세수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추가 공급 확대 방안이 필요하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2020년 11월 19일)

# "전월세 가격 안정 및 시장 어려움을 완화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에 대해 시장 전문가, 연구기관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연말까지 강구할 것" "올해 연말까지 전세가격 이중구조를 해소할 대책에 역점을 두겠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1년 9월 15일, 8월 31일) 

고충 깊어지는데, 대책은 실종

전셋값 상승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임대차3법 발표로 가속도가 붙은 전셋값은 110주 넘도록 우상향하고 있다. 21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올해 전국 전세가격은 누적 6.81% 올랐다. 지난해 연간 상승률 3.73%를 두 배 이상 뛰어넘은 것.  인천은 무려 12.09%, 경기 또한 8.31% 상승했다. 

문제는 이러한 전세난은 예견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신고제를 골자로 한 임대차3법이 발표됐다. 당시에도 집값 상승 열기가 식지 않고, 재고 주택 시장을 포함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정책 시행은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시행됐던 입법이 전세시장의 과열 양상이 있었던 초창기에 시작했다 보니, 불을 지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일정 부분은 재고를 해야 할 시점인 듯하다"면서도 "지금의 정책 기조로는 단기간 전세 공급을 확대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정책 시행 1여 년 가까이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19 전세 대책을 발표한 뒤, 올해 초 '공급 쇼크'로 불린 2.4 공급 대책을 내놓았다. 그 사이 국토부 장관은 세 차례 바뀌었다.

이후 전셋값은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하락 전환은 없었다. 9월 둘째 주 현재 전국 전셋값은 전주대비 0.20% 올랐다. 지난 7월 둘째 주부터 9주 연속으로 주간 상승률은 0.20% 이상을 유지 중이다. 지방 또한 0.23%로 오름폭을 확대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동안의 전세 대책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피스텔과 같은 비아파트 부분의 규제 완화하거나, 호텔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은 효용성이 없었다"면서 "시장의 흐름에 맞지 않는 정책이 나왔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김성환 연구원 또한 "당장 들어가서 살 집이 없다는 것은 분양 물량 몇 호를 공급하겠다는 식으로는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은 매입임대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선 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 형태가 아니라 다세대와 다가구 주택을 매입하고 있고, 공실도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시장에 통할 수 있는 정책은 아니다"고 전했다.

계약갱신청구권, 조삼모사 신세

전셋값 상승이 심화되는 가운데, 시장을 자극할 정책들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시작되면서 대기 수요가 전세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입주 물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입주 자체가 지닌 전세시장 안정 효과도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7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거주의무기간이 최대 5년 적용된다. 여기에 4년 갱신권 기간을 고려하면, 전월세 물량의 공급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정부가 내세운 계약갱신청구권도 난점이 예상된다. 정부는 갱신계약 임차인의 76.9%가 인상률 5% 이하로 계약하는 등 임대차3법의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내년 하반기 계약갱신청구권이 종결되는 세입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때까지 전세 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무주택자들의 주거 불안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단기 전세 대책의 필요성과 함께 임대차3법 폐지의 단계적 폐지를 강조했다. 권대중 교수는 "3~4개월 만에 집을 짓고 또 그것이 주택 공급뿐이 아니라 전세 공급도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저밀도 지구나 저층 주거지역의 노후 불량 주택을 단기간에 공급할 수 있는 다세대, 연립주택 공급으로 지어 공급을 늘리는 것이 가장 빠른 방안"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임대차 3법 자체는 반대하는 입장"이라면서 "계약갱신청구권 또는 전월세 상한제가 전세 시장을 더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런 부분을 좀 더 시장의 시장 순리에 맞게 바꿀 필요는 있다"면서도 "이번 정부는 하지 않을 것이다. 시행된 지 1년도 넘지 않았는데 폐지하면, 정책 실패를 시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