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인재를 적극 발탁하고 각 사업부문별 사업 특성에 맞는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전문경영인 중심의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를 확립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자."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이 최근 사업구조 합리화에 나서며 내부 직원들에게 강조한 말이다. 오는 10월1일이면 교원그룹은 새로운 출발선에 선다. 장 회장의 전문성과 투명경영 기조가 그룹 지배구조 재편이란 결단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정은 장 회장의 '원칙주의'에서 비롯됐다. '영업의 신'과 '빨간펜 학습지 신화'를 써내려온 배경에 '고객의 마음이 최우선'이란 밑바탕이 깔려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그의 경험은 '사람=자산'을 입버릇처럼 말하는 경영철학의 바탕이 되어 '가르침에 있어서는 최고가 되겠다'는 의지가 담긴 사명 교원(가르칠 교(敎)·으뜸 원(元))으로 36년간 지속중이다. 1년여 전 만났던 복의순 교원에듀 대표는 "첫만남에서 양심적인 기업가이자 교육자란 판단이 들어 그 자리에서 영입 제안을 수락했다"는 말로 장 회장의 경영스타일을 평했다.
1985년 인사동 작은 사무실에서 직접 학습지를 인쇄하며 그룹 모태인 옛 중앙교육연구원을 창업한 장 회장은 3년만에 매출 100억원을 올리며 그룹 토대를 일궜다. 웅진출판을 통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장 회장은 입사 4개월만에 '전국 판매왕'에 선정된데 이어 입사 1년만에 본부장에 오른 경험을 바탕으로 '빨간펜'과 '구몬학습'을 다진다.
학습지사업에 머물듯 여겨졌던 교원에 변화가 시작된 것은 2003년부터였다. 장 회장은 저출산 시대에 학습지 교육사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다각화를 추진했고 생활가전, 호텔, 상조서비스 등으로 영역을 넓힌다. 이렇게 오늘날 교원그룹은 교육, 생활, 호텔레저 등 3개 사업군, 11개 계열사를 거느린 국내 교육 기업으론 유일한 매출 1조5,000억원대 기업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그룹 몸집이 커진만큼 다수의 법인별 사업영역 혼재와 중첩 등 경영 비효율성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장 회장은 5개 법인의 부동산·투자법인(교원프라퍼티-교원-교원인베스트)과 교육사업 법인(교원에듀-교원크리에이티브) 합병을 결정한다. 합병기일은 10월1일. 합병이 완료되면 교원그룹은 크게 부동산·투자부문과 사업부문 두축으로 나뉜다.
전체 계열사를 11개에서 8개로 줄이고 기존 교육과 비교육 사업간 순환출자 고리도 완전히 해소해 연관성 높은 법인간 시너지와 그룹의 사업구조를 효율화하겠단 복안이다. 사업적 비교육과 교육을 계열별로 분리하고 동일 사업군을 통합하는 등 구조개편으로 중첩비용도 최소화하며 경영정보 투명성을 높여 경영관리체계 역시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전문경영인 중심의 진정성 있는 책임경영 강화다. 사업 전문성과 독립성을 통해 효율화를 높임으로써 그룹의 미래가치를 높일 수 있는 '혁신'과 '성장'에 매진하기 위해서다. 각 사업영역에 적합한 경영구조를 갖춰 혁신경영의 토대를 단단히 다짐으로써 국내를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회사로 '제2의 빨간펜 신화 창조'를 이룬단 각오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하게 급변하는 사회 경제적 외부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우리가 먼저 역량을 갖추고 미래를 맞을 준비가 돼야 한다."
장 회장은 이번 사업구조 전환에 앞서 이 같은 말을 재차 강조했다. 이 때문인지 대표적 자수성가형 장 회장은 이번에도 신성장 동력 확보란 어려운 과제의 총대를 메기로 했다. 교원 및 교원인베스트 2개사를 흡수합병하는 부동산·투자법인 교원프라퍼티 대표를 맡아 그룹의 미래 가치 창출을 위한 투자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계열사간 통합 시너지 창출, 스타트업과의 상생협력 등 개방형 혁신을 추구하며 신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한다.
실제 혁신과 도전은 장 회장의 성향을 꾸미는 대표적인 수식어이기도 하다. 이를 엿볼수 있는 사례가 바로 장 회장이 직접 맡아온 그룹의 교육사업부문 '에듀테크(교육+기술)'다.
실제 장 회장은 지난해 '뉴 교원 프로젝트(NewKYOWON Project)'를 선포하며 인공지능(AI) 생태계 구축을 강조해 왔다. AI,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기존 주력사업의 구조를 고도화시키는 동시에 교원그룹이 보유한 핵심 기술에 디지털 역량을 접목해 신사업을 확장하는 등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피력했다.
학습지 중심 교육시장에서 발빠르게 비대면 교육서비스로 전환한 장 회장의 혜안 덕분에 그룹의 교육사업은 매해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2018년 9,886억원에서 2019년 1조원을 넘었던 교육사업 매출은 지난해 1조714억원을 기록했다. 학령인구 감소,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쟁사들 외형이 줄어든 가운데 달성한 쾌거다.
올해 역시 에듀테크 경쟁력에 강한 드라이브가 걸리면서 호실적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장 회장은 연초 교육시장 변화와 트렌드를 선도하는 에듀테크 리딩 기업 위상을 굳건히 한다는 목표로 에듀테크에 330억원 이상 투자키로 했다. 지난 7월에는 교원그룹의 최초 학습지 브랜드 '빨간펜'을 리브랜딩해 에듀테크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교육브랜드로 확장했고, 최근에는 유초등 교육업계 최초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실사형 튜터도 선보였다.
'실사형 AI튜터'는 실사형 AI기술을 적용해 영상 합성으로 제작한 가상 교사다. 학습 몰입감 상승을 위해 캐릭터가 적용된 AI튜터가 아닌 실제 인물을 AI튜터로 구현, 4분기 출시를 앞둔 에듀테크 학습 프로그램에 적용될 예정이다.
교원그룹 관계자는 "급성장하는 스마트 교육시장에서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확보하고 판매 인프라를 활용한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강화하고 있다"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디지털·온라인 기술과 콘텐츠 R&D 역량을 융합해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