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의 일자리 트렌드> 취청 지음, 권용중 옮김, 보아스 펴냄.
저자는 AI(인공지능)로 인해 도태될 직군이 있다는 사실부터 밝힌다. 이미 적잖은 일자리가 AI에게 넘어갔다. 반복적이고, 위험하고, 재미없고, 번거로운 일들은 속속 AI가 대체하고 있다.
공항에서는 셀프 체크인 기계들이 자리했고, 대형 물류창고에는 선별로봇이 작업하고 있다. 기업에서는 HR(인력자원부서) 인력들이 AI를 활용하여 입사지원자 이력서를 읽고 적합한 인재를 선별한다. 집에서는 영유아 조기교육 로봇이 아이들에게 외국어를 가르친다.
금융분야에서는 스마트 신용대출 결정, 스마트 금융 컨설팅, 스마트 금융보안, 스마트 보험금 지급, 스마트 투자고문(RA) 등 인간의 업무를 점점 인공지능이 대체해 가고 있다. 언론사에서는 AI가 기자의 일부 기사의 작성을 대신하고, 의료분야에서는 진단과 수술을 대신한다.
물론 모든 일자리가 AI로 완전히 대체될 수는 없는 일이다. IBM의 전 CEO 버지니아 로메티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소프트웨어와 기계는 ‘아주 일부분’의 일자리만을 빼앗아갈 것이다.” 저자 역시 AI가 출현한 날로부터 시작된 ‘AI 위협론’에 대해 부정적이다.
저자는 AI가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새로운 형태로 바꿀 것이라는데 초점을 맞춘다.
‘인간과 AI가 협업했을 때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들을 근거로 어떻게 AI와 협업할 것인지, 협업시 우리 일자리는 어떻게 재정의될 것인지 설명한다.
책에는 경영직, 관리직, 재무관리, 법조계, 의료, 금융업, 교육계, 마케팅, HR, 고객서비스, 제조업, 전자상거래, 프로그래머, 농업, 문화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실제 재정의 사례가 소개된다.
인사업무를 예로 들어 보자. 기존에는 인사담당자가 인사 관련 업무를 전담했다. 그러다가 AI가 도입됐다.
그로 인해 인사업무가 사라지거나 인사담당자가 실업자가 됐나? 아니다. AI 덕분에 인사 업무의 완성도가 더 높아지게 됐다. 인사업무 자체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업무의 효율과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
2017년 일본의 고급인재 헤드헌팅 사이트인 ‘비즈리치’는 야후, 세일즈포스와 함께 인사업무에 특화된 AI 제품을 개발했다.
이 AI 제품은 부서 이동, 채용, 직원 평가 등의 업무를 자동 수행할 수 있고, 직원들의 이직 경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각 직원의 업무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딥러닝 기술을 통해 직원들의 업무특징을 심도 있게 분석해 각 직원이 현재 담당하고 있는 직책이나 부서에 맞는지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AI, 재고 실시간 최적화에 도움
AI를 통해 기업은 고객의 니즈를 좀 더 명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기업과 공급업체 간의 체계적인 데이터 교류가 가능해지면서 AI는 공급업체의 일부 핵심 상황(병목 구간, 설비가동률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덕분에 기업은 공급사슬에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실현해 재고를 실시간 최적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구매 및 주문 처리를 완전 자동화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실제로 2017년부터 이미 다수의 기업이 이 분야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독일의 오토(Otto)는 그중 대표적인 사례다. 독일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오토는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30일 내에 판매될 제품을 사전에 예측하고 있는데 정확도는 90% 이상에 달한다.
또한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주문 상황을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재고량을 결정한다. 그 결과 오토는 제품이 고객의 손에 도달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대폭 단축했고, 고객만족도 역시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다.
이처럼 AI를 이용해 기업의 전략적 구매뿐 아니라 통상적 구매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수많은 기업, 특히 소매기업들이 적극적으로 ‘AI+구매’ 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하고 있다.
◇ AI, 농업 재정의…첨단 농업 통한 생산량 증가
점적관수(點滴灌水, drip-watering)는 마이크로 플라스틱 튜브 끝에서 물방울을 똑똑 떨어지게 하거나 천천히 흘러 나오도록 하여 원하는 곳에만 소량의 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관수방법을 말한다.
여기에 AI가 적용된 스마트 점적관수 시스템은 물 주는 기본 기능 이외에도 농장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작물 뿌리 부분의 미세한 변화를 정밀하게 관측할 수도 있다.
스마트 점적관수 시스템의 클라우드에는 거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있는데, 이곳의 데이터는 다년간의 과학연구와 실제 재배 과정을 통해 축적된 것이다. 이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스마트 점적관수 시스템은 농장의 데이터와 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 속의 데이터를 상호 대조 및 분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작물의 성장에 필요한 실질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정확히 판단한 후 이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즉, 클라우드에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 덕분에 농장의 실제 상황을 판단하는 방식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 AI가 금융도 재정의…스마트 투자고문 ‘각광’
최근 들어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스마트 투자고문(Robo-Advisors)의 역할이 크게 주목받고 있으며, 규모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금융 정보업체인 심코프(SimCorp)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스마트 투자고문이 관리하는 글로벌 자산 총액이 1.4조 달러에 이르렀고, 2023년까지 연평균성장률이 21%를 지속해 2023년 2.6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찰스 슈왑(Charles Schwab)의 자료에 따르면, 2025년까지 미국인의 60%가 스마트 투자고문을 통해 자산관리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유명한 스마트 투자고문 플랫폼은 매우 많다. 가령 웰스프런트, 베터멘트(Betterment), 퍼스널 캐피털(Personal Capital), 찰스 슈왑(Charles Schwab)의 인텔리전트 포트폴리오(Intelligent Portfolio) 등이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미국에 있다.
웰스프런트는 미국의 스마트 투자고문 플랫폼이다. 컴퓨터모델링과 다양한 첨단기술을 통해 평가 설문조사에 응해준 고객에게 부동산자산 배분, 채권 배분, 주식 배분, 주식옵션 행사 등 개인화 자산투자 포트폴리오 컨설팅을 제공한다.
웰스프런트의 주요 고객은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하이테크 분야 종사자들이며, 특히 트위터, 페이스북 등 유명 기업의 하이테크 종사자라고 한다.
웰스프런트는 완전하고 체계적인 수익모델을 구축했다. 웰스프런트가 고객에게 수수하는 비용은 전통적인 금융사뿐만 아니라 기타 스마트 투자고문 플랫폼보다도 훨씬 낮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