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KT는 지난해 3월 구현모 대표 취임 이후 기존 통신사업을 넘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미디어, 클라우드, 금융 등 신사업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취임 500일을 넘긴 구현모 대표가 있다.

파죽지세

구현모 대표는 32년간 KT에서만 일한 정통 KT맨이다. 사상 처음으로 내부승진을 통해 대표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그는 1987년 KT에 선임연구원으로 입사해 경영전략담당 T&C 운영총괄 전무를 거치는 등 줄곧 KT에서만 32년 근무했다.

구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회장 직함을 없애는 등 제왕적 이미지를 바꾸는 한편 강력한 신성장 동력 창출로 흔들리는 KT의 위상을 바로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디지코 전략을 바탕으로 유연한 플랫폼 밸류체인 전략을 가동하는 것은 업계의 큰 호평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구 대표가 사내 전략통으로 활동하는 한편 콘텐츠에 특화된 인사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구 대표는 2019년 KT의 Customer&Media부문장(사장)으로 활동할 당시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장을 맡은 바 있으며 KT가 게임 사업자 스마일게이트 스토브와 온·오프라인 가상현실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당시 이를 주도했다.

미국 최대 규모의 유·아동 출판사 스콜라스틱(Scholastic)과 ‘IT 기술을 활용한 키즈 영어교육 콘텐츠 사업협력’을 위해 손잡을 당시에도 구 대표는 5G, AI, AR 등 KT가 보유한 ICT 기술을 기반으로 미래형 영어교육 콘텐츠와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고 차세대 미디어 교육 플랫폼 선점하는 큰 그림을 그렸다.

현재 디지코를 기반으로 미디어·콘텐츠 등 플랫폼 사업과 AI/DX 등 B2B 전략을 중심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배경인 셈이다.

그 결과 KT의 변화는 주가와 실적 등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

구 대표는 올해에도 CEO 주관 기업설명회 등을 개최하며 저평가된 KT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힘을 쏟았다. 지난해 말 2만4,000원이던 KT 주가는 8월 3만3,000원 선 이상을 유지하면서 올해에만 40% 이상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자본시장에서는 KT의 기업가치가 저평가되어 있으며 일부에서는 연내 4만원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KT는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 실적도 고성장세를 이어갔다. AI/DX 사업과 미디어‧콘텐츠 등 플랫폼 사업이 계속 성장하는 한편, 기존의 유‧무선통신 분야도 탄탄한 성과를 내고 있다. 클라우드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보안 등 B2B 분야 매출도 증가세를 이어갔고 IPTV도 지속적 가입자 증가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별도 법인으로 활동할 시즌과 스튜디오지니의 기업공개, 현대HCN 인수 등이 차근차근 진행될 경우 구 대표의 디지코를 중심에 둔 KT 로드맵은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본다.

KT 신입사원 디지코 웰컴키트. 출처=KT
KT 신입사원 디지코 웰컴키트. 출처=KT

넘어야 할 산은

구 대표 체제의 KT 디지코 전략은 다른 통신사와 다른 플랫폼 기반의 확실한 밸류체인을 가지고 있다. KT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기간 인프라의 연장선이자 성공확률이 높은 승부수다.

다만 구현모 매직이 연속성을 보장하려면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평가다. 특히 본업인 이동통신 네트워크, 특히 5G 전략에서 리스크가 있다. 5G 품질 자체에 대한 논란이 전 통신업계로 번지는 가운데 5G 효과의 호실적 흐름이 하반기에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5G 품질 논란이 탈통신에 임하는 KT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디지코 전략이 가동되며 수 많은 전초기지들이 만들어졌고, 무려 40개가 넘는 자회사들이 난립하게 된 것도 리스크다. 보기에 따라 최전선의 일사분란한 대응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중이다. 나아가 통신사의 탈통신 전략 자체에 대한 회의감도 여전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만반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