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본사 전경. 출처=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 본사 전경. 출처=아모레퍼시픽

[이코노믹리뷰=이정민 기자] 불황의 긴 터널을 지나온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자회사를 아모레퍼시픽에 흡수합병하는 깜짝 카드를 꺼냈다.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그간 부진했던 사업부문 경영 효율성을 높이겠단 셈법이다. 동시에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르는 기능성화장품 경쟁력을 키움으로써 1분기부터 시작된 실적 회복세를 가속화활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아모레퍼시픽그룹에 따르면 그룹은 지난 21일 기존 계열사 에스트라와 코스비전을 존속법인 아모레퍼시픽(090430)에 흡수합병키로 결정했다. 합병 후 에스트라는 아모레퍼시픽 내 사업부로 전환 되지만 코스비전은 자회사로 편입된다. 관련 절차는 두 회사 모두 9월1일에 마무리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에스트라를 합병함으로써 더마 코스메틱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더마 코스메틱은 더마톨로지(피부 과학)와 코스메틱(화장품) 합성어로 과거 제약회사였던 만큼 쌓아온 기술 및 노하우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코스비전 역시 생산 법인 수직계열화를 통해 생산 설비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아모레퍼시픽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앞으로 아모레퍼시픽 안에서 더마 코스메틱 제품을 연구하고 개발할 예정"이라며 "이번 코스비전 편입으로 생산을 통합, 관리하면서 원가 절감이 가능해진다. 기존 공장에 생산 설비가 더해져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운영에 있어 개발, 생산 등 때에 따라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효율 사업·지배구조 개편...올해 회복세 '굳히기'

지난 1982년 설립된 메디 뷰티 브랜드 '에스트라'(AESTURA)는 2013년 아모레퍼시픽그룹 완전자회사가 됐다. 2015년에는 상호를  태평양제약에서 에스트라로 변경했다. 에스트라는 건강식품과 더마 화장품 등 사업을 영위하며 특허 기술을 담은 기능성 뷰티 브랜드 아토베리어와 병의원 전문 브랜드 등을 보유하고 있다. 코스비전은 지난 2006년 설립된 화장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전문회사로 2011년 아모레퍼시픽그룹으로 편입된 후 그룹 산하 브랜드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 등 제품 생산을 담당했다. 

이 두회사는 최근 몇 년간 성적표가 저조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스트라의 지난 5년간 매출은 1,000억원 안팎으로 정체기였고 같은 기간 수익성은 위태로운 행보를 보였다. 2016년 911억원이었던 매출은 2017년 1,026억원을 정점으로 지난해 98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16년 16억원에서 이듬해 20억원으로 올랐으나 2018년 9억원으로 꼬꾸라졌고, 지난해 4억원까지 급감했다. 코스비전 상황은 안개빛이었다. 지난 4년간 영업이익을 낸 해는 2019년 3억원 뿐이다. 

더군다나 두 회사는 아모레퍼시픽과의 내부거래 비중도 높았다. 지난해 에스트라 내부거래 규모는 665억원으로 전체 매출(989억원) 대비 약 67% 비중을 차지했고, 지난 2019년에는 815억원으로 매출(1,111억원) 대비 비중은 73.3%에 달했다. 코스비전 역시 2019년 매출 1,759억원 중 그룹 내부 계열사와 거래로 발생한 매출이 1,758억원으로 전체 99.9%를 차지한다. 

자회사를 흡수합병하면서 실적 부진으로 줄어든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달해야 했던 자금에 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기존 회사의 자본부터 권리의무, 근무자, 생산 라인, 보유기술까지 모두 승계할 수 있어 경영효율성이 증대된다. 신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공장 설비를 확충하고 시설을 증축하는 등 추가 비용을 들일 필요없이 특정 사업분야 노하우와 기술력, 인프라를 그대로 이어받는 것이다. 기존 위탁생산하던 시스템에서 생산 라인이 통합돼 불필요한 과정을 없어지면서 운영 효율화가 가능해진다. 

경영 효율성 높이고 신성장 동력 키우고 '일거 양득'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이번 사업구조 개편은 지난해부터 실시했던 고강도 경영효율화에 이어진 후속 작업으로 해석된다. 단순히 전년도 기저효과에 의한 개선이 아닌 중장기적 실적 성장을 꾀하기 위해 비효율 자회사를 정리하며 수익성을 끌어 올리겠단 전략이 담긴 셈이다. 실제 그룹은 지난해까지 인력·매장 구조조정, 온라인몰 전환 등 내부적인 비용축소를 진행한 결과 바닥을 찍었던 실적이 올해 1분기부터 효과를 내고 있다. 

2분기 실적은 아직 집계되진 않았지만, 현재 국내외 뷰티업계 소비시장 회복세에 힘입어 연말까지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내부적인 비용절감 작업에 이어 경영효율성까지 완성된다면 현재 되살아나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실적 상승세에 더욱 탄력이 붙을 수 밖에 없다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아울러 그룹은 이번 합병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 투자란 ‘일거양득 효과'도 노릴 수 있다. 더마 사업을 영위하는 에스트라가 위탁 생산했던 제품 판매, 마케팅, 생산 기능을 통합하면서 사업 실행 속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간 바이탈뷰티, 큐브미 등 제품을 에스트라 안성 공장에서 생산했으나 공장 자체가 아모레퍼시픽 생산 라인으로 편입되면서 영업 경쟁력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코스비전의 수직계열화로 신속한 의사결정 체제를 정립하고 원가를 절감, 수익성도 높일 수 있다. 

특히 최근 더마 코스메틱 시장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보습, 진정 등 스킨케어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P&S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코스메틱 시장은 연평균 7% 성장해 2024년 763억달러(약 86조7,531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전체 매출 대비 두 회사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나 흡수합병하면 연결 실적적으로 직접 반영 가능해 회계 부분에 있어 실적이 개선돼 보일 수 있다"며 "에스트라 브랜드 자체를 편입시켜 더마 뷰티 영역 자체가 속도감을 갖고 확대되는 등 브랜드 효율성 높여 장기적 실적 상승세에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