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가 콘텐츠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지식재산권(IP)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OTT 시장이 열리며 웹툰 및 웹소설 등 원천 IP를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전쟁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들이 IP를 통해 얻으려는 것은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의 일환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에코 시스템을 확보하려는 로드맵으로 풀이된다. IP를 확보해 생태계의 탄탄한 기초체력을 구축하고 플랫폼 내부의 선순환 구조를 장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AI(인공지능) 업계도 마찬가지다. 아직 본격적인 시장의 개화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인공지능의 기술, 특히 IP를 둘러싼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지는 중이다. 무엇보다 특허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 고도화라는 기초체력을 키워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각 기업들의 행보가 날카로워지고 있다.

치열한 전투
국내 인공지능 시장에서의 특허 등록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5년간 4차 산업혁명 관련기술 분야 특허 출원 수를 보면 2015년 9,697건, 2016년 11,485건, 2017년 1만2,506건, 2018년 1만4,504건, 2019년 1만7,446건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중이다. 

특히 인공지능 특허 출원 수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2015년 693건, 2016년 1,316건, 2017년 2,216건, 2018년 3,054건, 2019년 4,011건으로 타 주요 산업군과 비교해 가파른 상승세다. 인공지능 사업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허 출원 과정이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상태에서 인공지능과 관련된 특허 출원 숫자가 많아지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특허를 출원할 때는 온라인 기준 사전절차만 출원인코드 부여신청, 전자문서 이용신고, 인증서발급, 전자문서 소프트웨어 발급 등 4단계를 거쳐야 한다. 서면으로 출원할 때도 상당한 숫자의 문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 복잡한 편이다. 그럼에도 인공지능 특허 출원수가 많다는 것은, 인공지능 기술의 기초체력을 확보하려는 각 기업들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업계가 특허 출원 등으로 지적재산권 확보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시장 내 독점력을 확보하고, 경쟁업체를 견제하며 시장 점유를 확대하기 위함이다.

인공지능 시장이 아직 완전히 개화하지 않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글 알파고가 등장했지만 아직은 강 인공지능은 커녕 약 인공지능의 초입에 간신히 도착한 수준이다. 그 연장선에서 성장의 여백이 넓은 인공지능 시장에 빠르게 진출해 시장 내 독점력을 기민한 속도로 확보하려는 전략이 전개되는 중이다. 일종의 깃발꼿기 게임으로 볼 수 있다. 자연스럽게 경쟁사를 견제할 수 있는 로드맵을 가동할 수 있으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이 단순히 기술의 수준을 넘어 우리의 삶에 파고들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기 위한 각 기업의 행보가 날카로워지는 측면도 있다. 스마트폰에는 인공지능 비서가 탑재되고, 인공지능이 번역기를 가동하는 한편 소소한 삶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인공지능 단일 기술별 출원 수(2010~2019년)로는 시각지능이 6,616건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언어지능 3,295건, 청각지능 2,574건, 학습 및 추론 2,344건, 인공지능 서비스 1,842건 순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시각지능 영역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시각지능은 사진·영상과 같은 시각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로서 어느 나라에서든지 언어적 장벽 없이 사용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주로 의료·자율주행·제조공정 스마트화 등과 융합되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당연히 인공지능 특허와 관련해 시각지능에 상당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누가누가 잘하나
인공지능 특허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이 분야의 강자는 단연 삼성전자다. 

특허청의 ‘4차 산업혁명 관련기술 특허통계집’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1,674건으로 인공지능 분야에서 특허를 가장 많이 출원했다. 두 번째로 출원을 많이 한 LG전자(751건)의 약 2배며, 출원 수 1위부터 7위까지의 평균(556건)에 비해서는 3배가량 많다.

제조업 중심의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빅스비를 비롯해 다양한 소프트웨어 전략을 타진하는 중이다. 이미 구비된 강력한 하드웨어 플랫폼에 '영혼'으로 볼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력을 삽입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특허 출원보다 더 중요한 인공지능 특허 등록률을 보면 의외의 회사가 등장한다. 등록률이 가장 높은 기업은 스타트업인 크라우드웍스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쟁쟁한 기업들을 누르고 가장 높은 인공지능 특허 등록률을 기록한 크라우드웍스의 존재감에 시선이 집중된다.

크라우드웍스의 특허 출원 수는 99건, 등록 수는 99건에 이른다. 공개특허를 제외한 등록률이 100%라는 압도적 존재감이다. 크라우드웍스가 출원한 것은 모두 특허로 등록됐다는 것이며, 이는 100개 이상의 특허를 출원한 기업들 중 가장 높은 수치다. 2위인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의 등록률은 91.3%이며, 업계 평균 등록률은 51%에 그쳤다.

규모의 경제로 보면 크라우드웍스와 같은 스타트업이 다른 대기업과 정면으로 맞서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그러나 인공지능 특허 출원보다 더 중요한 수치인 등록률에서 압도적인 수치를 자랑하는 것은, 크라우드웍스라는 스타트업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인공지능 이미지. 출처=갈무리
인공지능 이미지. 출처=갈무리

두뇌를 지배하라
인공지능과 관련된 이미지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역시 '두뇌 이미지'다. 5G 등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클라우드 및 빅데이터 등 기타 기반 인프라가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로 작동하며 인공지능이 두뇌 역할인 콘트롤 타워를 맡기 때문이다. 

새로운 ICT 기술이 열어갈 세계는 빅데이터라는 원료를 바탕으로 5G 네트워크 등이 혈관의 역할을 맡아 클라우드라는 저장장치를 통해 현존하는 모든 산업을 움직이는 시대다. 여기에서 빅데이터와 네트워크, 저장장치, 고객으로 향하는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플랫폼의 모든 것을 관장하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 특허, 즉 지식재산권이 미래 산업의 패권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바로미터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인공지능 지식재산권으로 향하는 길이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는 점이다. 특허법인 비엘티 유철현 대표변리사는 "이미 국내외에 다양한 인공지능 특허가 공개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인공지능 특허가 등록받기 위해서는 기존과 차별화된 경쟁요소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특히 해외진출을 염두에 둔 경우에는, 구글 등 글로벌 IT업체의 다양한 인공지능 특허를 분석해서 특허로 인한 사업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