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면 합이 커지는 셈법이 있다. 시장의 셈법이다. 한·인도 시장관계가 그렇다. 한국에 필요한 전문인력 시장을 인도와 나누면 한국 내 관련시장의 크기가 더 커진다. 역으로 인도가 필요로 하는 한국의 전문인력에 대해 상호원칙으로 개방하면 인도에서의 한국시장 역시 커진다. 한국으로서는 내어주는 것보다 더 큰 시장을 인도에서 얻을 수 있다.

전문인력 상호개방의 원칙은 2010년 1월1일 발효된 한·인도 CEPA(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에서 타결되었으나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단 한 발자국도 진행되지 않아 거의 사문화된 내용이 되었다. 그 동안은 인도가 협정의 이행을 한국에 촉구하였고 한국은 이를 외면하는데 급급하였다. 그런데 이를 촉구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CEPA에서 양국은 세무회계, 건축, 부동산, 의료, 유통 분야와 건설, 광고, 그리고 오락문화와 운송서비스 분야 등을 개방하기로 약정했다. 사업분야뿐만 아니다. 관련 전문직 상호이동도 가능하도록 하여 컴퓨터 전문가, 엔지니어, 경영컨설턴트, 기계.통신 기술자, 광고전문가 등 전문인력이 상호이동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였었다. 그런데도 IT관련 인도 엔지니어의 국내 취업정도만 여는 시늉만 하였을 뿐이다.

CEPA에서 그림이 그려졌으나 실천에는 진전이 더디게 된 이유는 양국 실무협정에서 소극적인 한국의 입장 때문이다. 인도 인력이 대규모로 이동하면 시장이 교란될 것으로 우려했기에 협상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었다.

11년 전에는 이런 이유가 일면 타당하였으나 지금 한국은 인력이 부족하여 시장성장에 차질을 빚고 있고, 어느 부분에서는 전문인력이 시장 수용한계를 넘어서 교란되기 직전이다.

반면에 인도에서는 시장의 크기에 비하여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특히 시장이 요구하는 수준의 디테일한 경험을 갖춘 전문인력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후죽순 올라서는 인도의 부동산 개발현장에 디테일을 갖춘 전문가부재로 개발 품질이 수준이하이며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 마케팅과 문화산업 현장에서도 시장의 크기에 비하여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14억 인구의 인도는 노동가용인구 증가가 세계최고 수준이지만 인도시장이 요구하는 전문인력의 공급은 미흡한 것이다.

사람 많은 인도에서 인재가 부족하다는 것은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누구보다도 절실히 느끼고 있다. 한국기업의 인도진출 제1번지인 노이다 산업지구에서 비즈니스 호텔을 창업한 한국 기업인에게 자본부족으로 인한 투자동력 미흡도 고민이지만 그 보다 더 고민은 현장에서 본인의 창업 구상이 실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련 인력의 전문성 부족탓이다.

한국 대기업 GS홈쇼핑의 인도 유통시장에서의 실패도 이커머스 전문인력 부족이 이유였다. 영리법인의 한계에 봉착된 한국 의료전문인력에 의료영리법인이 개방된 인도가 탈출구임을 미처 깨닫고 있지 못하다는 것 역시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 전문인력과 이를 활용한 기업의 인도시장 진출 기회가 엄연히 존재함을 한국의 정책당국이 미처 깨닫고 있지 못하니 안타깝다. 지금이 전문인력 상호 개방으로 한국의 대(對)인도시장이 확대될 기회이다. 늦으면 이마저도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