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프리오픈한 여의도 '더 현대서울' 5층 조경공간. 사진=이코노믹리뷰 편은지 기자
24일 프리오픈한 여의도 '더 현대서울' 5층 조경공간. 사진=이코노믹리뷰 편은지 기자

[이코노믹리뷰=편은지 기자] “백화점이 아니라 복합쇼핑몰 같아요. 백화점은 고가 상품을 구매할 때 가는 곳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이렇게 쉴 공간이 널찍하게 마련됐다는 점이 놀라워요. 이번 주말에는 스타필드 말고 여기 와서 시간을 보내보려고요.”

24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파크원에 위치한 ‘더현대서울’에서 만난 주부 양희영(38·여)씨는 이날 둘러본 더 현대서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목동에 거주한다는 양씨는 “여기까지 불과 20분도 안 걸렸다. 아이들과 주말마다 차로 1시간씩 나갔는데 가까운 곳에 쇼핑과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생겨 기쁘다”고 덧붙였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069960) 회장의 야심작 ‘더현대서울’이 세간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정식오픈이 아니라 프리오픈일임에도 오전부터 백화점 내부는 사람들로 붐볐고,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이 찾아 저마다 만족감을 드러냈다.

 백화점 맞아?… 쇼핑·체험 가득한 ‘몰링’ 공간

이날 둘러본 ‘더현대서울’ 첫 인상은 가히 파격적이었다. 양씨 말처럼 기존 ‘백화점’이란 틀을 과감히 깬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돼 층별로 나눠진 기존 백화점 구조에서 벗어나 더 현대서울은 천장부터 1층까지 건물 전체를 오픈시키는 건축 기법을 도입했다. 특히 천장이 모두 유리로 제작돼 매장 어느 층에 있어도 자연 채광을 받을 수 있었고 매장 전체 분위기를 밝게 전환했다.

오프라인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체험’ 요소도 곳곳에 가미됐다. 우선 1층 명품매장들 사이 워터풀가든 옆에 마련된 ‘스튜디오 스와인’은 595㎡(180평) 아트워크로, SNS와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MZ세대를 겨냥한 체험 공간이다. 내부에 들어서니 분홍색 조명과 거울로 가득찬 방에 안개 비눗방울을 부는 나무 형상 조형물이 전시돼 있었다. 이미 스튜디오 스와인을 찾은 젊은 손님들이 제각기 사진을 찍고 있었다.

1층 '스튜디오 스와인'. 나무 형상 조형물에서 안개 비눗방울이 나오고 있다. 벽면은 모두 거울로 제작됐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편은지 기자
1층 '스튜디오 스와인'. 나무 형상 조형물에서 안개 비눗방울이 나오고 있다. 벽면은 모두 거울로 제작됐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편은지 기자

지하철 여의도역에서 바로 연결되는 지하2층은 한 층 전체가 MZ세대만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H&M 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아르켓(ARKET)’ 아시아 1호점이 입점했고, 전국 3번째 규모의 나이키 매장, 현대백화점 편집 스토어 PEER 등이 들어섰다. 특히 지하 2층 한켠에 마련된 ‘BGZT LAB(브그즈트 랩) BY 번개장터’ 매장엔 유독 많은 사람이 모여있었다. 스니커즈, 운동화 등 신발로 한쪽 벽이 가득 채워진 이 매장은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와 협업한 스니커즈 리셀 스토어다. 번개장터 리셀스토어가 백화점에 문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최근 취향에 기반한 중고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번개장터 내에서 특히 활발한 스니커즈 리셀 스토어를 백화점에 열게 됐다”며 “이 공간에서 직접 중고거래도 가능하며 판매자가 택배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락커도 구비했다”고 말했다.

혁신 기술을 가미한 무인매장도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6층에 자리한 ‘언커먼스토어’는 약 3.3㎡(10평) 규모의 작은 편집샵으로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현대IT&E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협업해 완성된 자체 기술이 적용된 무인매장이다. ‘현대식품관 투홈’ 모바일앱의 QR코드 체크인 기능을 사용해 매장에 입장한 뒤, 선택한 상품을 갖고 매장을 나가면 사전에 등록해놓은 결제수단으로 5분 내 자동 결제된다. 10평 안팎의 작은 매장이지만 소비자에게 색다른 체험을 제공하는 모습니다.

더현대서울의 파격적인 시도는 5층에 올라서자 정점에 달했다. 5층~6층은 문화·예술과 휴식을 위한 거대한 숲처럼 꾸며졌는데 규모가 약 1000평에 달한다. 빽빽한 쇼핑 매장이 아닌 블루보틀 커피와 수제버거 매장만 들어선 채 철저히 휴식만을 위한 공간으로 구성됐다. 앉아서 쉴 수 있는 테이블, 의자, 벤치 등이 곳곳에 배치돼있고 그 사이 나무, 꽃, 잔디 등이 있어 마치 공원을 산책하는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5-6층 조경공간에 일반 매장이 들어서면 약 170개 매장이 들어설 수 있는 크기”라며 “이제 백화점은 더이상 쇼핑하는 곳이 아닌 휴식과 체험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쇼핑 경험과 미래 생활가치를 제시하는 ‘미래 백화점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현대서울 전경. 출처=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더 현대서울 전경. 출처=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마포, 용산, 강서까지 잡는다… 서울 백화점 ‘신흥강자’ 되나

더현대서울은 이날부터 25일까지 프리오픈 기간을 거친 뒤 오는 26일 정식오픈하고 본격적으로 서울 지역 백화점 선두 잡기에 나선다. 서울지역 최대 규모인 ‘더현대 서울’은 ‘파격’과 ‘혁신’을 핵심 키워드로 공간 디자인과 매장 구성을 차별화한 미래지향적이고 혁신적인 백화점이다. 고객들에게 미래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기 위해 점포명에 있어서도 파격을 택했다.

‘더현대 서울’은 지하 7층~지상 8층 규모로, 영업 면적만 8만9100㎡(2만7000평)에 달한다. 이는 서울지역 백화점 중 가장 큰 규모로 축구장 13개 크기다. 주차장은 지하 6층부터 지하 3층까지 총 2248대를 동시에 주차할 수 있다. 특히 ‘자연친화형 미래 백화점’에 걸맞게 상품 판매 공간을 의미하는 ‘매장 면적’을 줄이는 대신, 고객들이 편히 휴식하고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고객 동선도 넓혔다. ‘더현대 서울’ 전체 영업 면적(8만9100㎡) 가운데 매장 면적(4만5527㎡)이 차지하는 비중은 51%로, 나머지 절반 가량의 공간(49%)을 실내 조경이나 고객 휴식 공간 등으로 꾸몄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의 영업 면적 대비 매장 면적 비중은 현대백화점 15개 점포 평균(65%)보다 30%(14%p) 가량 낮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리적으로 이른바 ‘노른자 땅’으로 불리는 여의도에 위치해 반경 3km 내 핵심 상권인 서울 영등포구·동작구·마포구·용산구는 물론, 서울 및 수도권 전 지역 고객까지 적극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여의도는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에 인접해 있으며, 서강대교·마포대교·원효대교와 연결돼 있어 서울 강남·북은 물론, 수도권 어디에서도 1시간 내 접근이 가능하다. 대중교통 역시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지하철 5·9호선 여의도역과는 지하보도(약 500m)로 연결됐다.

다만, 기존 여의도가 평일 직장인들 메카로 불리며 주말 유동인구가 적은 상권으로 꼽혀왔던 만큼, 이를 깨고 주말 고객 유치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또 서울 중심에 위치한 만큼 주변에 경쟁 점포도 많다. 용산 HDC아이파크몰,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영등포 신세계백화점, 영등포 롯데백화점 등이다. 특히 백화점의 꽃으로 불리는 ‘3대명품(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이 빠진 것 역시 아쉬운 요소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이 영업 면적 절반 가량을 매장 면적으로 활용하고, 나머지 공간은 힐링 공간 등으로 조성되는 것을 감안할 때 가족 단위 고객들의 많은 방문이 예상된다"며 “향후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고 광역교통망 구축이 마무리될 경우 ‘더현대 서울’ 성장세도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