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우리를 구하러 왔군” “하지만 나도 갇혔어”

모 유명 애니메이션 등장인물들이 나눈 대화 내용이다. SK네트웍스와, SK네트웍스의 구원투수로 불리며 경영일선에 복귀했던 최신원 회장 양측의 현재 상황을 비유할 수 있는 대사이기도 하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출처= SK네트웍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출처= SK네트웍스

국내 2위 렌터카 업체 SK렌터카가 모회사 SK네트웍스의 리더십 공백에 직면했다. 다양한 투자 결정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남아있는 경영진에게 의지하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SK렌터카에 닥친 리더십 부재 위기는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의 구속 수감으로 인해 발발했다. 최신원 회장은 지난 17일 오후 1000억원대 규모로 추산된 횡령·배임 등 혐의를 받은 상황에서 서울중앙지법 결정에 의해 구속됐다.

최 회장은 현재 회삿돈으로 비자금을 마련하고 회사 지분을 헐값에 매각하거나 회사 자금을 빌려준 뒤 제대로 상환받지 않는 등 기업가치에 악영향을 끼친 의혹을 받는다.

SK네트웍스는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힘 쓸 것이란 입장이다.

SK네트웍스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어려운 시기에 이 같은 상황을 맞게 돼 당혹스럽다”면서도 “회사 경영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사회와 사장들을 중심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신원, SK네트웍스 구하려다 갇히다

SK네트웍스의 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 주력 자회사 SK렌터카의 흔들리는 존재감에 시선이 집중된다. 최 회장 없이 SK렌터카의 성장 동력 창출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말 단행된 경영진 인사가 문제다. 인사를 막 단행한 상태에서 리더십을 보여야 하는 최 회장이 구속되며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SK네트웍스는 기존 황일문 워커힐 총괄을 SK렌터카 대표직에 앉혔고 기존 현몽주 SK렌터카 사장에게 워커힐 총괄을 맡겼다. SK렌터카는 현몽주 대표를 수장으로 영입한지 1년만에 새로운 리더를 맞아들인 상황이다. 조직 자체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황일문 대표는 또 줄곧 SK그룹에서 쌓아온 내부 승진자인 현몽주 전 대표나 전롱배 전 대표(현재 사임) 등 2인과 달리 삼성물산 출신 인사인 점도 눈길을 끈다. 조직 장악에 의문부호가 달릴 수 밖에 없다. 나아가 황 대표는 모빌리티 관련 분야에 직접 뛰어든 경험도 없다.

한편 최신원 회장이 구속됨에 따라 현재 대표이사를 함께 맡고 있는 박상규 사장에게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다만 박 사장은 2017년 3월 대표이사 취임 이후 3년여 기간 동안 최 회장의 지휘를 보좌하는 인물로 비쳐왔기 때문에 독자적인 리더십을 시장에 입증해 보여야 하는 상황이다.

박 사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비서실장을 역임한 인재로 지난 2016년 최신원 회장의 SK네트웍스 복귀 직후 사장으로 승진하고 대표이사를 맡아 사업적 주요 결정에 관여해왔다. 동양매직(현 SK매직) 인수, 패션·주유소 등 일부 사업 종료 등 굵직한 결단이 이뤄지는 현장에 위치했다. 이 같은 행보는 박 사장에 대한 시장 기대를 불러 일으킨 부분이다. 다만 최신원 회장의 그늘 속에 있던 박 사장에겐 새로운 경영환경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출처= SK렌터카
출처= SK렌터카

SK렌터카, 투자결단 내릴 리더십 부재

SK렌터카가 자체도 문제다. 리더십 공백으로 각종 사업 모델에 대한 투자 결정이 늦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SK렌터카와 롯데렌터카의 운영 렌터카 대수 격차. 출처= SK네트웍스
SK렌터카와 롯데렌터카의 운영 렌터카 대수 격차. 출처= SK네트웍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업체별 운영 렌터카 대수는 롯데렌터카 23만4000대, SK렌터카 20만8000대 등으로 집계됐다. SK렌터카의 운영 차량은 전년(19만5000대) 대비 6.7% 늘었지만 롯데렌터카도 비슷한 수준으로 물량을 늘림에 따라 격차는 2만6000대로 동등한 차이를 유지하고 있다. 판을 뒤집고 있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SK렌터카는 고객 서비스의 양적·질적 수준에서도 롯데렌터카에 뒤처지는 것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개인 장기 렌터카 고객의 경우 월 렌트 비용을 신용카드로 자동이체할 수 없고 직접 입금하거나 개인 계좌로 CMS자동이체를 별도 신청해야 한다. 또 고객이 렌터카를 이용하기 위한 심사 기준이 롯데렌터카에 비해 높고 소득증빙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점도 약점이다.

1등을 따라잡기 위한 전략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상태에서, 현재 SK렌터카는 친환경차 렌터카 확대, 온라인 기반 렌터카 거래 및 차량관리 전략을 바탕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렌터카의 물량을 늘리고 라인업을 친환경차 등으로 다각화하고, 온라인 채널로 고객 서비스를 제공·관리하는 등 방안으로 롯데렌터카와의 경쟁력 격차를 좁히려는 취지다.

그러나 최 회장이 구속되며 SK렌터카는 손발이 모두 묶이고 말았다. 단기적으로는 큰 타격이 없을 수 있어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리더십 부재에 따른 조직 전반의 균열이 심해질 수 있다. 시름이 깊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