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한화솔루션이 8일 이사회에서 자회사인 한화갤러리아를 합병하기로 전격 결의했다. 나아가 자회사인 한화도시개발도 자산개발 사업부문과 울주부지부문으로 인적 분할 뒤 자산개발 사업부문을 합병하기로 했다. 합병 시점은 내년 4월(잠정)이다.

재계에서는 한화솔루션의 사령탑인 김동관 사장의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김동관 사장이 이끄는 한화솔루션에 그룹 전반의 힘이 집중되며 김 사장도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출처=한화솔루션
출처=한화솔루션

몸집 커졌다
한화솔루션은 이번 합병으로 기존 4개 부문(케미칼, 큐셀, 첨단소재, 전략)에 2개 부문(갤러리아, 도시개발)이 더해져 총 6개 부문 체제로 운영된다. 도시개발 부문을 제외한 5개 부문은 각자 대표 체제로, 도시개발 부문은 사업 규모를 고려해 부문장 체제로 운영될 계획이다.

한화솔루션은 "회사가 100% 지분을 소유한 이들 자회사의 합병은 각 부문간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의사결정 구조 단순화를 통해 경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자는 취지에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한화갤러리아와 한화도시개발은 한화솔루션의 100% 연결 자회사로 신규합병 법인의 재무 구조에는 변화가 없다는 설명이다.

기존 한화솔루션의 사업 영역. 출처=갈무리
기존 한화솔루션의 사업 영역. 출처=갈무리

짬뽕탕이냐, 정교한 로드맵이냐
한화솔루션의 한화갤러리아 및 한화도시개발 자산개발 사업부문 합병은 큰 틀에서 당장의 시너지가 보이지 않는다. 태양광 사업체와 백화점, 건설이 하나로 묶여 화학반응을 일으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후계자인 장남 김동관 사장을 두고 이번 사업 재편을 바라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선 김동관 사장의 영역이 확장되며 그룹 내 영향력이 확대되는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장 이번 재편으로 최근 인사발표를 통해 한화솔루션의 사령탑이 된 김 사장이 유통과 건설 등 다양한 영역에도 관여할 수 있게 됐다. 그 자체로 후계자인 김 사장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질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최근 한화가 니콜라 게이트에 빠져버린 상황에서 사업 재편이 속도를 내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GM과 니콜라는 최근 파트너십 축소를 선언하며 사실상 결별을 선언했다. 한 때 글로벌 미래차 시장을 뒤흔들었던 니콜라가 사기 논란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니콜라는 관련 기술력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한 투자 유치만 끌어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한화도 이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화는 지난 2018년 한화종합화학과 한화에너지를 통해 1억달러(약 1200억원)을 들여 니콜라 지분 6.13%를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김동관 사장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한화에너지는 에이치솔루션의 지분율이 100%인 회사며, 에이치솔루션은 김동관 사장을 포함해 김 회장의 세 아들 지분율이 100%인 회사다.

이런 가운데 한화의 니콜라 투자가 사실상 실패로 진행되자 투자를 주도한 김동관 사장의 투자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는 한편 리더십도 타격을 받았다는 말이 나온다.

재계 일각에서 이번 한화의 사업 재편을 두고 니콜라 등의 사태로 체면을 구긴 김동관 회장의 입지를 반석에 세우고, 김 사장이 중심인 한화솔루션의 경쟁력에 전사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니콜라를 고발한 힌덴부르 리서치. 출처=갈무리
니콜라를 고발한 힌덴부르 리서치. 출처=갈무리

태양광 중심에 두고, 그 외 사업 자금 확보 나설 듯
한화솔루션이 4개 부문에서 6개 부문으로 몸집을 불린 상태에서, 회사는 갤러리아 및 건축 분야에서 기존 태양광 경쟁력과의 시너지를 노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접점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합병이후 갤러리아와 도시개발 부문은 신용도 상승으로 자본 조달 비용이 감소하면서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나아가 갤러리아 부문은 프리미엄 리테일 분야의 신규 사업 투자에도 유리해질 전망이다.

한화솔루션은 케미칼·태양광(큐셀)·첨단 소재등의 사업에 집중하는 한편 최근에는 케미칼 부문에서 고순도 크레졸 사업까지 진출하는 중이다. 그 연장선에서 헬스케어 사업까지 야심차게 노린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