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호베르투 아제베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14일(현지시간) 조기 사임을 발표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보호주의 흐름이 확산되면서 국제기구도 흔들리는 형국이다. 

아제베두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화상으로 진행된 비공식 대표단 회의에서 올해 8월31일 사무총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본래 임기인 내년 8월말보다 약 1년 앞서 사임하는 것이다.

그는 "가족들과 상의한 끝에 개인적인 사유로 사임을 결정했다"면서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봉쇄 조치와 무릎 수술로 인해 평소보다 생각할 기회가 많았다"면서 사임의 배경을 설명했다. 

아제베두 사무총장의 임기는 순탄치 않았다.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불공정 무역 행위를 일삼고 있음에도 WTO가 이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로 인해 세계 무역 질서를 관장하며 다자무역제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해온 WTO의 역할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해말 WTO의 '대법원' 역할을 하는 상소기구가 마비되면서 제구실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상소기구의 재판을 맡는 위원들의 선임을 반대한 가운데 전 위원들의 임기가 종료됐다. 

이날도 트럼프는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의을 비판했다. 그는 사무총장의 사임 소식과 관련해 "WTO는 끔찍하다"면서 "WTO는 중국을 개발도상국으로 대하며 미국이 얻지 못하는 이익을 누리게 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사무총장의 중도 사임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고 교역이 정지된 상황에서, WTO의 수장이 급작스럽게 자리를 포기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