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기관 담당자 특혜 시비 등 발주 꺼려

국가·지방계약법 등 관련 제도 통합 필요

한국건설신기술협회 이영렬 회장은 지난 2005년 제4대 회장에 취임된 이후 5·6대 회장으로 추대되면서 오는 2011년까지 한국건설신기술협회를 이끌게 됐다.

현재 (주)삼기 회장을 역임하고 있기도 한 그는 지난 1975년 아주대학교 토목학과를 졸업한 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건설산업에 종사해 온 배테랑이다. 그동안 험준한 파고를 넘나들며 사업을 해온 그는 건설산업 경쟁력을 이끌어 온 숨은 공로자이기도 하다.

건설신기술이 우리나라 모든 발주기관에 실질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범국가 차원에서 확실한 특혜제도가 필요합니다.” 이영렬 한국건설신기술협 회장은 기자를 본 순간 대뜸 이 같은 말을 내뱉었다.

특혜라는 말을 잘못 사용하면 오해하기 쉽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영렬 회장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특허에 대한 지적재산 독점권을 20년간 보장하고 있다.

하물며 건설신기술의 경우 지정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지만 정부의 혜택은 특허보다 못하다”며 “건설신기술로 지정된 공법 등에 대해서는 특혜 수준의 배타적 독점권리가 주어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영렬 회장이 이처럼 말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국가가 신기술을 지정하는 것은 기술개발 의욕을 고취시켜 국가 기술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지만 국내 건설신기술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

개발자들이 다년간에 걸쳐 수억에서 수십억 원의 자금을 투입해 개발을 한다고 하더라도 발주처에서 외면당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건설신기술의 현주소다.

발주처가 건설신기술을 외면하면서 국내 건설신기술 사용건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는 작년 국내 건설 현장에 사용된 건설신기술 활용실적을 종합 집계한 결과에서 여실히 증명된다.

지난해 전국 공사 현장에서 사용된 건설신기술 활용건수는 총 3078건으로 지난 2007년 3304건에 비해 226건이나 줄었다. 금액도 5227억원에서 5112억원으로 115억원이 감소했다. 110조원에 달하는 전체 건설시장 규모에서 건설신기술이 적용된 공사 현장이 5112억 원이라는 것은 단순 수치로 놓고 볼 때 활용도가 얼마나 떨어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건설신기술 규제 너무 심하다

2008년 건설신기술의 날 행사에서 내빈에게 설명하고 있는 이영렬 회장.

그렇다면 왜, 국가에서 지정하고 있는 건설신기술이 공사 현장에서 잘 사용되지 않고 있으며 매년 감소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건설신기술에 대한 발주기관 담당자들의 전문지식 부족과 특혜 시비에 따른 민원발생을 두려워해 건설신기술 사용을 꺼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획재정부와 행정자치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국가계약법령과 지방계약법령에 건설신기술이 우선계약제도로 보호받지 못하는 것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건설신기술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건설신기술의 신청자격도 지나칠 정도로 규제에 묶여 있다. 이는 건설산업 기술육성을 저해하고 산업재산권을 포괄하는 특허법의 기술거래 허용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건설신기술의 경우 출원인과 등록권자가 동일하지 않거나 공동으로 신청하려고 해도 개발 시 참여사실이 입증되지 않으면 신청조차 할 수 없다. 또 자신의 기술과 특정인의 특허를 합쳐 하나의 신기술로 공동 신청하는 경우 역시 자격에서 제외된다.
건설신기술 개발자가 아니면 양도나 양수를 할 수 없고 건설신기술 지정을 위한 신청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기술로 지정받는다고 하더라도 지역제한입찰제도를 통해 신기술 사용이 완전 봉쇄되는 일도 다반사다. 만약 대구광역시에서 반드시 신공법을 사용해야 하는 공사 발주가 나왔다면 그 지역에 해당 신기술을 지정받은 업체만이 참여할 수 있다.

대구시에서 원하는 신공법 기술이 우리나라 서울시에 등록된 업체가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참여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우수기술이 사장될 수 있는 악조건을 모두 갖춘 셈이다.

반면, 특허권은 양도가 자유롭고 개발자가 특허를 취득한 이후에 경제적인 이유로 사업화를 못할 경우 권리를 양도해 특허 기술이 사장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또 전용실시권이라는 권리를 통해 특허권을 매매하지 않고 권리를 보유하면서 사업이 가능한 기업이 사업화시켜 기술이 사장되는 것을 막고 있다.

지정 신기술 적극적인 장려책 필요

현재 국토부에서 지정하고 있는 건설신기술은 총 570여건. 건설신기술로 지정받은 90% 이상이 민간기업의 독자적인 힘으로 기술개발을 하고 있다. 건설신기술 개발을 위해 개발자나 업체는 평균 3년3개월 동안 7억원을 쏟아붓는다.

이처럼 막대한 돈과 시간을 투자해 개발하고 있지만 지정된 건설신기술의 40% 이상이 공사 현장에서 사용되는 누적활용실적이 10억원 미만이다. 너무 작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이영렬 회장은 우리나라 건설신기술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일원화된 신기술 성장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에서 집중 육성하고자 하는 17개 신성장동력 산업의 성공을 위해서 각 부처별 기술육성 촉진법령을 정비해 일원화된 활성화 대책을 펼쳐야만 우리나라 건설신기술이 글로벌화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우선구매와 계약상 인센티브제도를 확대해 민간의 기술개발을 유도해야 하고 우수 활용기관에게는 경영평가 시 높은 점수를 줘 정부기관 경영평가 항목에 반영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기술제한경쟁, 수의계약 대상을 늘리고 발주기관의 자율선택권 확대와 특혜시비 등의 부담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즉, 건설신기술 사용을 꺼리는 지자체 등 발주기관 담당자들에게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렬 회장은 “신기술제도 취지는 우수한 건설신기술의 보급을 통해 공사현장에서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며 “기술개발력이 우수한 능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에게 기술개발 의욕을 고취시켜 이들에게 기술개발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제는 범정부 차원에서 신기술을 어떻게하면 좀 더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왔다”고 덧붙였다.

홍성일 기자 hs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