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 민간육종가 A씨는 자신이 개발한 장미 신품종을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품종보호 출원을 하려고 했는데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보통 해외에 신품종 보호 출원을 위해서는 개별적으로 해당국가의 심사기관과 출원 요건을 확인해 요건에 맞는 서류를 준비·제출하거나, 또는 해당국가의 현지 변호사·변리사 등의 민간업체를 통해 관련 절차를 밟는 경우가 많다.

중국에서 식물품종보호 출원을 담당하는 기관은 농업부 산하 식물신품종보호사무소다. A씨는 중국 당국에 직접 출원 신청을 하려고 했으나, 중국어로 표기된 출원서류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국어로 작성된 출원서류를 요청했으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때문에 지인을 통해 중국의 어느 변리사를 소개받았는데, 출원 접수를 위한 사용료 부담이 꽤 컸다. 고민 끝에 결국 적잖은 출원 접수 사용료를 민간업체에 지불하고 중국에 품종보호 출원을 신청했다.
A씨의 경우처럼 해외에 식물 품종보호를 출원하는 시작단계부터 애로가 많다고 볼 수 있다. 서류 작성부터 시작해 출원 접수를 대행해주는 민간업체 사용료 부담도 만만치 않고, 신청국가의 사정에 따라 출원 서류 접수를 완료하기까지의 소요시간이 길게는 수개월 걸리는 경우가 있다. 더욱이 2개국 이상에 품종보호 출원을 동시에 신청할 때 접수 과정에 대한 시간과 비용은 그만큼 더 들기 마련이다.
이제는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 이하 국제품종보호연맹)이 개발한 국제 전자출원시스템 ‘프리스마(PRISMA)’를 통해 육종한 신품종과 관련한 품종보호출원 서류 하나만 작성해서 제출하면,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을 비롯한 해외 30개국의 심사기관에 품종 출원서가 바로 전송돼 해외 출원 절차가 한결 쉬워졌다.

국립종자원에 따르면 프리스마 시스템은 75개 회원국이 가입한 UPOV에서 우리를 포함해 미국과 중국, EU, 베트남, 호주 등 30개 회원국이 하나의 출원서류로 30개국에 동시에 품종보호출원 접수 처리가 가능하도록 공동 개발한 것이다.
단, 프리스마 시스템으로 출원이 가능한 식물 종(種)은 30개국 마다 다르다. 중국은 상추·장미 등 2개 품종, 미국은 상추·감자·콩·밀 등 4개 품종, EU는 관상식물·과수류·채소작물·감자·콩 등 5종이다. 우리의 경우 콩과 상추, 사과, 장미, 감자 등 5종이다. 쉽게 얘기하자면, 국내 육종가(육종업체)가 프리스마 시스템을 통해 중국에 품종보호 출원을 할 수 있는 품종은 현재 상추와 장미에 한정됐고, 마찬가지로 외국의 육종업체가 프리스마를 통해 국내에 품종보호 출원할 수 있는 품종은 콩·상추 등 5종이라는 의미다.
이에 대해 방문진 국립종자원 품종보호과장은 “프리스마 시스템 도입 전 참여국의 품종보호 출원 접수를 위한 인프라 상황과 즉시 처리가 가능한 품종의 우선순위 등을 고려한 결과”라며 “향후 각국의 품종보호 출원 처리 상황에 따라 프리스마 시스템을 활용해 해외 출원 접수가 가능한 품종 범위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방 과장은 “나머지 45개 회원국은 관련 준비가 미흡하거나 품종보호 출원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프리스마 시스템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중 일부 회원국들은 관련 정비를 마쳐 조만간 프리스마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기 때문에, 추후 프리스마를 통해 품종보호 출원할 수 있는 국가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UPOV의 프리스마 시스템 사용 언어는 영어와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등 6개 언어다. 다만, 우리나라 출원인이 프리스마를 통해 해외에 출원할 때 외국어로 된 출원서류의 이해와 작성을 돕기 위해 현재 11종 작물(사과·동양배·서양배·포도·국화·장미·감자·옥수수·콩·딸기·상추)을 대상으로 한국어 서비스가 지원되고 있다.

프리스마 시스템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UPOV 홈페이지에 접속해 회원 가입 후 PRISMA 메뉴를 클릭하고, 사용자 계정을 생성해(create WIPO account 메뉴에 입력) 승인을 받으면 이용 가능하다.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사용자 계정 생성에 대한 정보입력 창에서 한국어 서비스가 지원되고 있었다.
프리스마 시스템은 올해 말까지 무료로 이용 가능하지만, 내년 1월부터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유료로 전환될 예정이다. 프리스마 사용료는 150스위스프랑(한화 약 20만원)으로 정해질 전망이다.
방문진 과장은 “프리스마 시스템을 통한 해외 품종보호 출원 신청이 즉시 가능하다”며 “앞으로 프리스마 시스템의 한국어 서비스를 점차 확대해 국내 육종가와 육종업체의 해외 출원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