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지방간은 지나친 음주 습관으로 인해 발병되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지방간은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非)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뉜다. 즉 ‘음주’를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도 지방간이 발견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2011년 4만 3734명에서 2015년 3만 3903명으로 약 22% 감소한 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2011년 1만 3429명에서 2015년 2만 8865명으로 115% 증가했다.

알코올성 지방간 치료는 ‘금주’ 뿐, 선천적으로 간 좋은 사람 없어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누는 기준은 ‘음주력’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기름진 음식과 탄수화물 위주의 식습관으로 인한 비만, 당뇨, 고지혈증 등이 주로 원인이 된다. 신현필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지나친 음주와 고칼로리의 안주 섭취로 비만인 사람이 혼재돼 있다”면서 “정밀하게 초음파를 통해 알코올성 지방간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다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음주를 얼만큼 하느냐에 따라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알코올성 지방간의 치료법은 ‘금주’가 90%를 차지한다. 지방간을 직접적으로 치료하는 약물은 실제로 전무하다는 것.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 중 일부는 알코올성 간염을 앓고 있는데, 간염 환자에게 스테로이드 성분 약제가 사용될 뿐이다. 신현필 교수는 “지방간에 사용되는 약제들은 부수적이고, 효과도 미비하다. 헛개나무 달인 물 등 간에 좋다는 음식, 약물 등과 술을 같이 마셔도 간 손상 예방은 되지 않는다”면서 “금주는 지방간 치료에 절대적인 요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독한 술이 아닌 약한 술을 마시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이 많은데, 술의 종류보다는 마시는 양이 중요하다. 막걸리 도수가 소주보다 낮더라도 소주잔과 막걸리잔은 크기가 다르다”면서 “만약 음주를 해야하는 상황이라는 공복 상태가 아닌 상태에서 충분한 수분 섭취와 함께 마셔야 한다. 적당한 음주라는 것은 없지만 통상적으로 남성은 3~4잔, 여성은 2잔 이내가 좋다”고 강조했다.
간 질환 가족력이 없는, 술을 잘 마신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라면 알코올성 지방간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신 교수는 “특별히 간이 좋고, 나쁜 유전자는 없다. 오히려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은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간 질환 진행이 되지 않는다”면서 “거의 매일 1병 이상 장기간 음주하는 사람들은 예외없이 지방간이 있다. 지방간이 진행되면 간경화가 오고, 간경화는 간 이식 밖에는 치료 방법이 없다”고 단언했다.

非알코올성 지방간, 비만·당뇨·갑작스러운 금식 등 원인…운동으로 체중조절 해야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비만, 당뇨, 잘못된 식습관이 주 원인이다. 드물게는 유전자형인 만성C형간염 3형 환자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발병될 수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치료에는 체중관리와 식습관이 중요하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또한 적절한 치료제가 없다. 신 교수는 “최근 비알콜성 지방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아직도 치료 핵심은 체중감량을 도와주는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보통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당뇨나 콜레스테롤 이상, 체중증가 등의 문제가 동반돼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치료제가 쓰일 뿐”이라고 말했다.
즉 운동으로 체중감소가 이뤄져야 효과가 나타나며, 갑자기 금식(禁食)을 하는 등의 무리한 다이어트는 오히려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유발할 수 있다. 지방간에서 간의 염증과 섬유화가 진행돼 지방간염 단계로 넘어가면 운동만으로는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운동을 통해 체중조절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방간염으로 넘어가면 환자의 사망이나 합병증의 발생 위험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
고지혈증 치료제 ‘에제티미브’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지방간염 치료 가능할까
다만 최근 국내 연구진이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치료에 대한 새로운 기전과 약물 효능을 입증하면서 신약 개발 가능성이 시사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연세대학교 이용호 교수팀의 연구를 통해 “고지혈증 치료제인 ‘에제티미브’가 자가포식과 인플라마좀 활성 조절 기전을 통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에 효과가 있음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지 ‘오토파지 (Autophagy)’에 10월 3일자로 게재됐다.
연구팀은 자가포식과 인플라마좀의 활성 조절을 통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치료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해 세포, 실험 쥐와 사람 간조직 등을 이용한 실험을 했다. 자가포식은 세포의 대사 기능 조절에 중요한 현상으로, 세포 스스로가 세포 소기관 등을 잡아 먹는 과정을 말하며, 세포 내 재활용 시스템이라고도 불린다. 인플라마좀은 주로 면역 세포에 분포해, 염증을 유발하는 내재적 면역 체계의 센서 단백질 복합체이다. 미생물 감염에 대한 생체 보호하는 작용을 하지만, 지방간이나 당뇨병과 같은 대사성 질환의 발생에 기여한다.
연구 결과, 연구팀은 지방간과 지방간염으로 악화된 환자의 간에서 자가포식작용은 감소하고, 인플라마좀의 활성도는 증가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또 염증 유발의 주요 면역세포인 ‘대식세포’나 간세포 또는 생쥐에 ‘에제티마이브’를 처리했을 때, 자가포식 작용이 증가하면서 인플라마좀의 활성도는 억제되고, 지방의 축적이 감소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에제티마이브’의 자가포식 촉진 효과가 AMPK와 TFEB 단백질에 의해 유도되는 것을 확인했고, 자가포식 관련 유전자가 결핍된 생쥐실험을 통해 지방간에 대한 치료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선 자가포식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용호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오토파지와 인플라마좀 활성 조절이라는 새로운 기전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에 효과가 있음을 규명했다”면서 “이미 안정성이 입증된 고지혈증치료제(에제티마이브)가 지방간염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해 신약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고 밝혔다.

명확한 증상 없어 비만하거나 음주 잦다면 지방간 검사 필요
지방간 증상으로는 복부 불편감이나 피로감 등이 있다. 신 교수는 “지방간은 명확하게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다. 대부분 건강검진 시 간 수치가 올라갔을 때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발견된다”면서 “음주를 자주 하거나 비만, 당뇨가 있거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면 지방간 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고혈압, 당뇨병 등 다른 만성 질환과는 달리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금주 등 생활습관이 정말 중요하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경우 체중감량이 치료방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