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신 /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 1945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마산고등학교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1972년 한전에 입사해 한국수력원자력 발전본부장, 한국서부발전 사장을 거쳐 2007년부터 한국수력원자력 대표이사 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 4월1일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창립 8주년을 맞는 날이었다. 주지하다시피 한수원은 지난 2001년 한전으로부터 분리돼 국내의 원자력발전소 18기를 비롯해 10여개의 수력발전소를 운용하며 국내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약 40%를 공급하고 있는 에너지 기업이다.

한수원의 이런 폭넓은 사업영역에도 불구하고 실제 한수원의 운영을 책임지는 임직원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을 빈틈없이 확보하는 것이다.

온 국민이 안심하고 믿을 수 있을 만큼 원자력발전소를 안전하게 운영하는 것이야말로 한수원 본연의 임무로서 한수원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이 되는 초석인 셈이다.

한수원의 CEO로서 필자는 이처럼 맡은 바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기 위해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라는 말을 늘 마음속에 새기고 있다.

대부분의 조직은 복잡다단한 일을 하는 다양한 조직과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조직이 맡은 바 일을 빈틈없이 수행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정확히 인식하고 맡겨진 소명을 정확히 수행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원전의 안전한 운영처럼 사소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업무에서는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공자의 말씀처럼 7000여명의 한수원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맡은 바 업무를 빈틈없이 확실히 수행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대공황 이후 70년 만에 찾아온 경기불황으로 우리 경제의 내외 여건이 매우 어렵다고 한다. 기업은 기업대로 판매가 부진하고 돈줄이 말라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가정은 가정대로 실업의 공포에 시달리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한마디로 국민 모두가 한 걸음만 삐끗하면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도 있는 백척간두에 서 있는 형상인 셈이다.

필자는 이처럼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군군신신부부자자’라는 공자의 가르침을 더욱 깊이 새겨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맡은 바 역할을 전력을 다해 성심성의껏 수행하는 것이야 말로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첩경이 될 것이다.

기업인은 기업인답게, 근로자는 근로자답게, 학생은 학생답게 자기 앞에 놓인 과제와 책무가 국가와 민족, 공동체와 개인을 위해 참으로 소중하고 귀한 일이라는 자각을 가진다면 우리 앞에 놓인 어떠한 장애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국민 모두가 각자가 처한 자리에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그 어느 때보다 팽배해져 있는 우리 사회의 불신과 갈등을 척결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무쪼록 ‘군군신신부부자자’라는 공자의 가르침을 통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 한 가족의 일원이라는 자각을 가지고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며, 감싸고 격려하여 손에 손을 잡고 나아가는 성숙한 문화를 창출해 나가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