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라인이 15일 미국과 일본에 동시상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라인의 정체성에 대한 흥미로운 담론이 나와 눈길을 끈다. 도쿄 상장 직후 "라인이 어느나라 기업이냐"는 질문에 "아시아 기업"이라는 답변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시아, 글로벌 기업
실제로 이해진 네이버 의장도 15일 춘천 데이터 센터 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업의 국적을 따지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네이버의 지분 60%를 외국인이 가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라인 상장에 따른 스톡옵션 비중 중 유독 한국인이 많다는 현지 언론의 지적에 대해서는 "오해"라고 일축하며 "회사가 성장하면서 초기 개발자 중심의 스톡옵션 배당이 이뤄졌고, 개발자 중 한국인의 비중이 높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해진 의장은 "차차 회사가 성장할수록 다른 분야의 인력에게도 다양한 인센티브가 보장될 것"이라고 전했다.

라인의 성공배경에 2010년 인수한 일본의 블로그 서비스 업체 라이브도어 인력들이 존재한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당시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최고경영자와 핵심 개발자들이 라인(당시 NHN재팬)으로 넘어와 현재의 라인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라인을 이끌고 있는 핵심 멤버들이 모두 라이브도어 출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 출처=네이버

결론적으로 라인은 한국도, 일본도 아닌 말 그대로 아시아 기업이라는 주장이다. 지분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이보다는 기업의 방향성 자체가 글로벌을 정조준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의 국경이 사라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과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평가다. 당장 많은 기업들은 현재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으며 ICT 기술의 발전으로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스타트업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지난 13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달 영국 런던, 미국 실리콘밸리 등 9개 국가에서 진행된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에 무려 124개국 2439팀이 지원서를 내기도 했다. 창업 생태계 자체가 국경이 없다.

여기에서 한 번 짚어볼 대목이 있다. 국경없는 아시아, 나아가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어떤 스탠스를 가져야 할까? 바로 경계를 넘어선 적극적인 오픈 마인드가 필요하다. 지난 5월 태국에서 열린 라인 미디어 데이에 깜짝 출연한 신중호 라인주식회사 최고글로벌책임자(CGO)의 발언에 집중해 보자.

▲ 최진홍 기자

당시 신중호 CGO는 라인의 태국 시장 공략 비결을 두고 이해진 의장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신중호 CGO는 2000년대 중반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할 시기 이해진 의장을 만났으며, 이해진 의장이 “지금까지 한국에서 소프트웨어로 세계를 호령한 적은 없었다”며 “우리가 그 일을 하도록 노력하고, 우리가 실패해도 다른 사업자가 글로벌을 노릴 수 있도록 발판이 되어 주자”라고 말해 네이버에 합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태국 시장 공략에 있어 로컬을 넘어선 컬처라이제이션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신중호 CGO는 “로컬이라는 단어도 중심과 주변부를 나눠 접근하는 개념”이라며 “로컬이 현지화 전략의 중요한 열쇠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문화적인 측면에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현지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것이 중요한 해법이라는 뜻이다. 물론 이는 기본적인 '존중'을 바탕으로 한다. 단기적으로는 현지 봉사활동이나 사회공헌활동도 벌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지 생태계를 존중하고 그 정서를 보다듬는다. 이어 중심부와 주변부의 경계를 파괴하고 중장기 전략을 바탕으로 문화적 관점에서의 융합을 꾀한다는 뜻이다.

▲ 출처=네이버

존중을 바탕으로 글로벌을 노리다
ICT 기술의 발전으로 사업의 국경이 사라지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 다양한 의미로 그 의미가 퇴색되는 경우도 상당한 편이다. 특히 한 국가가 가진 내수시장이 작을수록 이런 분위기가 연출된다. 현재 국내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폭스바겐 사태가 중국이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폭스버겐이 지금처럼 당당할 수 있을까?

하지만 각자의 국가가 가지는 기본적인 정체성과 능력을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교한 전략을 짜는 곳만 살아남는다. 결국 로컬 전략을 넘어 이를 존중하는 한편, 나아가 국경이 없는 글로벌 무대를 태생부터 노리는 방식이야 말로 현재의 기업들이 반드시 지향해야 하는 목표라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라인의 아시아 기업, 이를 뛰어넘는 글로벌 기업으로의 야심은 수십 조원의 돈을 움직이는 글로벌 기업과 맞서는 핵심적인 무기라는 평가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앞으로 제2의, 제3의 라인을 지속적으로 배출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시작부터 글로벌을 지향하고 '영리하게' 사업을 영위하는 네이버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물론 네이버도 국내에서는 초월적인 '갑'이며 자신의 역할을 100% 훌륭하게 수행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미래역사에 맡길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