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앨범 낸 정동일 중구청장
소나무 가로수에서 인터넷 선플운동까지 구청 ‘아이디어맨’ 맹활약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 구청장과 CEO는 비슷하다. 그러나 ‘저투자 고수익’과 달리 행정은 ‘저투자 고행정 서비스’를 창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구청장이 CEO보다 더 어려운 직책이다. "

“꿈속에서도 잊을 수 없는 학처럼 고왔던 어버이 모습. 비바람 눈보라도 자식을 위해…”
효를 주제로 한 트로트 곡 가사의 일부다. 평범한 노래 곡조인 듯 보이지만 사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를 알면 이채롭다. 신분이 직업가수가 아닌 서울의 한 자치구를 총괄 지휘하는 구청장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바로 정동일 중구청장.
그는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 산하 (사)한국효도회로부터 중구가 전국 최초로 ‘효도특구’로 지정되자 관내 효(孝) 사상을 고취시키기 위해 직접 트로트 앨범을 내 ‘홍보 도우미’ 역할을 자처했다.
이 때문에 그는 ‘노래하는 구청장’이라는 닉네임까지 얻었다. 더 재밌는 사실은 그가 트로트 앨범을 내게 된 그 배경. 효도특구 지정 이후 관내 노인들이 “우리 구가 효도특구가 됐으니 구청장이 효의 정신을 고취하는 테마송이라도 한 곡 불러야 되는 것 아니냐”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웃음 섞인 제안을 했는데 정 구청장이 이에 즉각 행동으로 보답한 것이다. 관내 행정을 솔선수범하겠다는 정 구청장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사례다.
지난 11월25일 이처럼 ‘말보다 행동’으로 구정을 펼치고 있는 그를 만나 좀 더 자세한 ‘중구 이야기’를 나눠봤다.

Q <구청장 가수 정동일 1집> 앨범, 많이 팔리긴 했나.
수익을 내기 위해 앨범을 제작한 게 아니어서 그런지 별로 안 팔렸다.(웃음) 그러나 ‘효’를 위한 음반을 제작하고 나니 관내 어르신들께서도 좋아하시고 나 또한 작게나마 기쁨을 드리게 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

Q 청장께선 ‘노래하는 구청장’ 외에 유독 ‘소나무 구청장’으로 불릴 만큼 중구에 ‘소나무 특화거리’를 조성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왜 하필 ‘소나무’인가.
소나무는 한민족의 상징이자 오랜 역사를 함께하며 민족의 정기를 지켜온 나무로,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손꼽힌다. 여기에 ‘가로수’로서 기능적인 장점도 많다. 예를 들어 산소 생산력이 가장 높고 사람에게 이로운 ‘피톤치드’를 생산하며 이산화탄소 등의 유해가스 흡수 능력에 있어서도 다른 나무에 비해 월등하다. 또 추위와 병충해에 강해 관리가 쉬운 데다 나무줄기의 적정 높이를 조절할 수 있어 시원하고 쾌적한 시야 확보가 가능한 것도 소나무만의 장점이다. 이 같은 기능적 장점을 갖고 있고 중구의 이미지와도 조화된다고 봤기에 소나무를 가로수 식재로 선택했다.

Q 하지만 ‘구청장의 가로수 선택권한’과 관련해 시의 심의를 받도록 한 ‘가로수 조례 개정안 추진’을 놓고 서울시와 충돌하기도 했다. 해결은 잘 됐나.
조율했다. 당초 서울시는 현재 가로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은행나무와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를 중심으로 시 가로수를 일관성 있게 관리하려 했다. 그러나 지역특성에 맞고 산소를 많이 배출할 뿐 아니라 관리가 쉬운 소나무를 우리 구에 심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해 현재로선 중구 내 ‘소나무 특화거리’ 조성에 별다른 걸림돌은 없다.

Q 중구 하면 또 떠오르는 이미지가 충무로로 대표되는 ‘영화’다. 영화발전과 관련해 취임 후 주력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한국 영화의 메카인 충무로의 부흥을 비롯해 필름, 영화상영관, 영화문화의 종합적 복원을 시도하고자 작년부터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제2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에서는 총 40개국 173편이 298회에 걸쳐 상영됐고 지난해 34회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총 98회의 매진을 기록할 만큼 영화관계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좌석점유율만 해도 작년보다 83.4%나 상승했을 만큼 성숙한 영화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으로 더 발전된 영화제 개최를 통해 ‘칸’이나 ‘베니스’에 비견될 만한 국제적 영화제로 성장시킬 것이다.
Q 중구의 슬로건이 ‘행복중구’이다. 복지 분야를 강화해 살기 좋은 구로 만들겠다는 게 구청의 의지라고 볼 때, 이와 관련해 최근 다른 구에 비해 다양한 출산지원 정책을 펼친 것이 눈에 띈다.
우리 구는 출산율 저하에 따른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4월 출산양육지원금제도를 마련한 이후 올 10월까지 총 619명에게 2억3980만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특히 둘째를 낳을 경우 타 지방자치단체와 비슷한 수준인 20만원을 지급하지만 셋째부터 100만원, 넷째 300만원, 다섯째 500만원 등으로 출산 누적 횟수에 따라 지원금액을 대폭 늘렸다.
또 불임 가정을 대상으로는 300만원의 시험관 아기 시술비를 지원하고 있고, 미숙아나 선천성 이상아가 출생할 경우에도 의료비를 구에서 지원한다. 미숙아는 체중에 따라 최고 1000만원, 선천성 이상아는 최고 500만원까지 의료비를 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Q 외국 관광객이 많이 들르는 곳 역시 중구다. 관내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사업을 진행하고 있나.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구는 작년 5월 서울시 자치구로서는 최초로 ‘관광공보과’를 신설해 ‘관광 도우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관광특구, 남산, 청계천, 충무로 등을 대표적 관광명소로 개발하고 여기에다 중구에 숨어있는 잠재적 자원을 조사·발굴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는 게 구의 복안이다.
또 동대문패션축제, 명동축제, 남대문관광특구 대축제, 북창동 음식문화축제 등 각종 관광특구의 축제에 대한 지원과 충무공 이순신 탄생 기념행사 축제, 광통교 다리밟기 축제, 남산골 전통축제 등의 전통문화축제 발굴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구는 남산 자락에 도심 속 휴식처가 될 대규모 녹지공원인 ‘꿈의 동산’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남산도시자연공원 국립극장 지구 및 북측순환도로 주변의 84만㎡ 부지에 건설되는 ‘꿈의 동산’은 남산의 생태환경 복원, 명동에서 남산으로 올라갈 수 있는 리프트 설치, 허브가든 및 LED타워 도입 등을 골자로 한다. 구는 이와 함께 국제 관광·금융의 허브로서 서울의 랜드마크 역할을 할 세계 최고층 빌딩 건립도 꾸준히 추진 중이다.
Q 구청 앞 광장을 보면 다른 구 청사에 비해 유독 문화적인 색채가 많이 묻어난다. 문화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가 설치돼 있는가 하면 ‘포토존(Photo Zone)’도 마련돼 있던데.
구청 앞을 잔디광장으로 바꿔 구청을 찾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구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다. 구청 앞 잔디광장의 경우 버스 주차가 가능하며 자연과 시민이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휴식공간이 마련돼 있다. 음악에 맞춰 춤추는 분수를 비롯해 26m 높이로 서울에서 가장 큰 소나무 숲과 남산을 배경으로 사진촬영을 할 수 있는 포토 존이 대표적인 명소다. 특히 포토 존은 연인들의 사랑고백 장소로 활용될 정도로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이다. 무대 위에는 대형 전광판이 설치돼 외국어로 환영인사를 알려 해외 관광객들의 이목을 끄는 역할을 한다.

Q 최근 중구청을 다시 한번 주목하게 만든 ‘인터넷 선플운동’ 얘기도 안 할 수 없다.
인터넷상에서 난무하는 무책임하고 악의성 있는 글을 아름다운 글로 대체하자는 뜻에서 구는 지난 11월7일 (사)선플달기국민운동본부의 도움을 받아 ‘헬로우 선플 캠페인 및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관내 초·중·고 학생 2000여명이 참가해 ‘선플달기 선언문’을 채택했고 온라인상 올바른 말을 사용해 칭찬과 격려로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자는 캠페인에 동참해 보람을 느꼈다.

Q 이보다 앞선 같은 달 1일에는 구청장께서 이사장으로 있는 충무아트홀도 재개관돼 현재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안다.
지난 2005년 개관된 이래 3년여간 운영해 온 충무아트홀이 지난 3월부터 7개월간 총 78억원이 소요된 증설 공사를 통해 기존 809석이었던 객석을 1300석으로 늘려 대형 뮤지컬뿐만 아니라 클래식, 연극, 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대형 공연장이 됐다.
재개관작인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를 시작으로 충무아트홀은 2009년에는 <웨딩싱어>, 2010년 <미스 사이공>, 2011년 <레미제라블> 등 대형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뮤지컬을 차례로 올릴 계획이다.

Q 최근 경기침체에 따라 중소 자영업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구에 소재를 둔 중소 자영업자들을 위한 경기부양책이 있다면.
구에서는 자금만으로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2억원 이내에 ‘1년 거치 4년 균등분할 상환’조건으로 중소기업 육성자금을 융자해 주고 있다. 이외에 담보능력이 부족하나 사업성이 유망한 업체에 대해서는 특별 신용보증을 받을 수 있도록 특별 신용보증 추천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에는 러시아에 중구 소재 10개 업체로 구성된 ‘해외시장 개척단’을 파견해 10억원 상당의 상품 판매 계약 및 상담 실적을 거둬 경기불황 속에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는 중소상공인들의 경제 활동에 도움을 준 바 있다.

Q 임기 4년 중 절반이 조금 지났다. 나름대로 그동안의 성과를 짚어본다면.
취임 이후 추진해 온 ‘7대 역점사업’(소나무 특화거리·꿈의 동산·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영어교육사업·중구행복더하기·효행장려사업·도심건축물 높이규제 해제)이 곧 성과물이자 현재까지의 결과물이다. 정부로부터 다양한 구정평가를 받은 결과 민원행정 서비스, 광광정책, 여성정책 등 25개 분야에서 총 15억원에 해당하는 인센티브를 받았다. 자치구로서는 적지않은 ‘포상금’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교육과 복지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Q 취임 전에는 경영자(둘둘치킨 회장)로 활동했다. 구청장과 기업 경영인(CEO)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그리고 어떤 직함이 더 어렵다고 생각하는가.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 구청장과 CEO는 비슷하다고 본다. 그러나 경영을 행정에 접목시키는 현재의 직책(구청장)이 CEO보다 조금 더 어렵게 느껴진다. 경영은 ‘저투자 고수익’을 목적으로 하지만 행정은 ‘저투자 고행정 서비스’를 창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높은 행정 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입장을 떠나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 공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욕심이나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 되는 게 구청장 자리가 아닌가. 그런 점에서 현재도 그렇지만 남은 임기 동안에도 ‘나보다는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자’는 나름의 철학을 갖고 구 행정에 임할 생각이다.
김진욱 기자 (action@ermedia.net)

|Profile|1954년 무주 출생으로 동국대 경영학과를 나와 중구의회 의원, 서울시의회 의원, 한나라당 서울시당 부위원장을 지냈고 (주)일동인터내셔널(프랜차이즈 둘둘치킨) 회장직으로 있다. 지난 2006년 7월 민선 4기 중구청장으로 임명됐다. 사회단체장도 다수 맡고 있는데 (사)한국의류기능협회 회장을 비롯해 (사)중구경제포럼 이사장, (사)대한플로어볼협회 회장, 국민새활체육협의회 중앙이사, 새마을운동 중구지회 회장, 한국대학육상경기연맹 회장 등 문화와 체육, 학계, 경제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중이다. 현재 중국 연변대와 길림대에서는 객좌교수와 겸직교수로도 참여하고 있다.

1. 인근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광희고가도로 철거’현장을 찾은 정 구청장.
2. 중구청은 서울시 선정 ‘조경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3. 명동에서 개최된 ‘관광특구 대축제’를 통해 중구는 서울지역 관광의 메카로 발돋움하고 있다.

김진욱 기자 action@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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