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로그’ 제품 개발… 드라이버 하나로 바꿔치기만 하면 돼 인기
요즘 여느 집 현관문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디지털 도어록. 열쇠 없이도 번호, 카드키, 지문을 이용해 문을 열고 잠글 수 있는 이 전자식 잠금 장치는 국내에 처음 등장했을 당시 ‘열쇠의 혁명’이라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기존 기계식 장치에 비해 다소 비싼데도 편리성, 안전성, 보완성에서 우세를 보이며 승승장구하더니 이제는 일반 가정에 보편화되기에 이르렀다. 손계아(35) 락시스 대표는 최첨단 ‘만능열쇠’로 여겨지던 디지털 도어록을 우연히 접한 이후 생긴 의문에 계속 빠져들기 시작했다.
“디지털 도어록은 왜 하나같이 설치가 어려울까. 찾는 소비자들은 늘어나는데 전문가가 설치해야 하고…. 인건비가 추가로 들어가는 게 불만이었어요. 내가 직접 쉽게 도어록을 달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해서 떠오른 아이디어가 바로 ‘DIY레버락’이라는 신개념의 디지털 도어록 개발로까지 이어졌다. DIY레버락은 ‘Do it yourself’ 말 그대로 드라이버 하나만으로 혼자서도 디지털 도어록을 설치할 수 있는 제품이다.
문고리만 떼어내고 바꿔 끼기만 하면 되므로 구멍을 뚫어 설치해야 하는 기존의 디지털 도어록처럼 문을 손상시키지 않는 것도 큰 장점이다. 그래서 현관문은 물론 새시, 나무, 사무실, 방 등 어떤 재질의 문이라도 설치가 가능하다.
국내보다 인건비가 더 비싸고 문이 훼손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유럽 등 해외에서 특히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계식 자동으로 설계해 전력 소비를 이전보다 75% 가까이 절감할 수 있으며 가격은 40%로 낮췄다.
“스마트폰 연계 HNS 도어록도 개발”
“이 제품은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만난, 그야말로 ‘디지로그’ 도어록입니다. 디지털로만 설계한 것보다 고장 날 확률이 거의 없어요. 디지털화 되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거죠.”
국내 디지털 도어록 시장은 주택 보급이 활발해지면서 2002년 800억 원에서 단순 출입통제 주택 현관 도어록만 2000억 원에 가까운 시장으로 성장했다. 개별 방문, 사무실, 새시문 등 나머지 문 시장이 8000억 원 규모에 달한다고 추산해 볼 때, 국내외 시장성은 엄청나다.
손 대표는 그 가능성을 내다봤다. 2007년 회사를 세웠다. 하지만 전문 엔지니어링과 서울대 연구·개발자들과 손을 맞잡아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까지는 3년이나 걸렸다. 아주 작고 미세한 차이가 있어도 작동이 안 되는 매우 정밀하고 세심한 아이템이어서 고생이 많았다.
체육대 출신인 손 대표는 “오히려 공대 출신이 아니라서 겁 없이 뛰어든 게 가능했던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 노력의 결실이 지난 5월 세계여성발명대회에서 맺어졌다.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대상을 차지한 것. 당시 해외 심사위원들로부터 ‘재미있고 기발하다’ ‘한국의 IT 기술력을 다시 보게 됐다’며 ‘굿~’이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들 만큼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얼마 전 참가한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에서도 많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국내외 바이어들의 ‘구애’가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더 완벽을 기해 제품을 가다듬고 올 겨울부터 본격적인 출시와 판매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손 대표는 밝혔다.
그는 현재 SK텔레콤과 새로운 또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홈네트워킹 시대를 맞아 스마트폰과 연계된 디지털 도어록을 개발하고 있다. 손 대표는 “‘락시스’ 하면 기술 중심의 회사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들고 싶다”며 “앞으로도 벤처기업답게 신기술들을 개발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희진 기자 hsmi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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