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 적극 노려라” VS “상승 동력 부재, 신중해야”…전문가 의견 분분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값이 언제 바닥을 찍을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로서는 가격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 데다 거래도 뜸하지만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으려는 수요자도 하나 둘 늘어나는 추세다.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집값이 떨어지는 시기가 오히려 기회였잖아요. 싸게 사두면 언젠가는 다시 오를 거라는 기대를 갖고 급매물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어요.”

최근 들어 강남 일대 중개업소를 안방 드나들 듯 하고 있는 40대 주부 박영미씨의 말이다.

박씨의 말처럼 과거에 비춰 볼 때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하락 조정을 거치다가도 어김없이 급등세로 반전하면서 ‘강남불패’라는 단어를 국민들에게 강하게 각인시켰다.

때문에 올 초부터 하락 조정을 겪고 있는 현 시세를 두고 바닥에 근접한 것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머지않아 반등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K공인 관계자는 “매도자와 매수자 간 희망가격의 갭이 커 거래가 뜸한 것이지 고정 수요는 꾸준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 시점에서 바닥인지 아닌지 분간하기는 힘들지만 급매물에 관심을 보이는 수요자들이 많은 만큼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치동 B공인 관계자도 “일시적 가격 조정이라고 본다. 교통·학군 등이 받쳐주기 때문에 늦어도 올해 안에 반등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잠실주공5단지, 전고점 대비 3억 하락
그렇다면 과연 얼마나 가격이 떨어졌을까? 국토해양부 및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대부분의 주요 재건축 단지는 올 초부터 시작된 하락 기조 속에서 전 고점 대비 1억~3억 원 가량 낮은 시세를 띄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7㎡형의 경우 국토부가 발표한 실거래가를 보면 지난 4월 9억2000만 원에 거래되며 이전 달보다 최고 9900만 원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10억5000만 원에 비해서는 1억3000만 원 정도 내린 가격이다. 하락세는 4월 이후에도 계속돼 심지어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9억 원 미만의 급매물도 최근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51㎡형의 경우 3월 9억7000만~11억3000만 원에 팔렸으나 4월에는 9억5000만 원으로 최고 1억8000만 원이 떨어졌다.

36㎡는 4월 6억7500만 원에 거래된 후 현재 호가가 6억3000만 원 선까지 내려갔다.
잠실 주공5단지는 지난해 9월 전고점 대비 3억 원 가량 하락했다.

지난해 9월 15억4000만 원에 거래됐던 83㎡는 5월 초 12억7000만 원에 거래된 후 현재 호가는 12억4500만 원까지 내려갔다. 77㎡도 4월 11억 원에 팔렸다가 5월 초에는 6500만 원이 내린 10억3500만 원에 거래됐다.

가격뿐 아니라 거래량도 바닥권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4월 강남 3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16개월 만에 최저치로 글로벌 금융 위기로 집값이 하락하던 2008년 7월 수준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황에도 과거 ‘강남불패’ 신화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강남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들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하다.

대치동 S공인 관계자는 “급전이 필요한 소유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급매물을 내놓고는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최근 하락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라며

“‘지금 팔면 손해’라는 인식이 강해 급매물로 내놓았다가도 금방 거둬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부동산 전문가 3인의 ‘시나리오’
<이코노믹리뷰>는 강남 재건축 진입을 희망하는 실수요자 및 투자자들의 판단을 돕고자 3명의 전문가들에게 시장 전망 및 매수 타이밍을 문의했다.

그 결과 모두들 급격한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데에는 동조했으나 반등 시점에 대한 전망은 각기 달랐다.

가격 조정이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이므로 머지않아 상승 국면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과 특별한 상승 요인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의 하락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의견이 대립했다.

부동산부테크연구소 김부성 소장은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하락은 수요가 줄어들어 생긴 것이 아니라,

넘치는 수요를 잡아두기 위한 차원에서 정부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로 억누르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상승할 여지가 있다”며

“현장을 다녀보면 강남 재건축의 경우 거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이러한 매수세로 볼 때 비수기가 끝나는 9월부터는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누구나 ‘바닥’일 때 매수하기를 원하지만 그 타이밍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매우 힘들기 때문에 적당한 시점에서 값이 싼 급매물을 노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시간을 끌다가는 시장에서 급매물이 자취를 감출 수도 있는 상황이므로 지금이야말로 매수 적기”라고 강조했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 역시 서울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 전반의 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과거 통계를 볼 때 수도권 집값이 연속해서 최고 7개월 이상 하락한 사례는 없었다”며

“지난해 9월 정점을 찍고 올 1월부터 하락한 강남 등 소위 버블세븐 지역의 집값 추이를 볼 때 올 6~7월이면 하락 조정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고 대표는 또 “최근의 환율과 주식 안정 등 금융시장에서 보듯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고, 금융·산업·경제의 펀더멘털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낙관했다.

반면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강남 재건축의 수익성이 예전만 못한 데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함 실장은 “경기 회복의 불확실성과 정부 규제 등 시장을 옥죄는 요인에 비해 이렇다 할 상승 동력이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이대로라면 낙폭을 점차 줄일 수 있을망정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지방선거와 7~8월 비수기를 지나는 동안은 관망세 내지는 약보합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적어도 가을 이후까지 기다려봐야 매수 시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혁 기자 press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