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인 경제신문 중 하나인〈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2009년도 말부터 지속적으로 한국 기업의 성공 비결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본 국내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나온 기사여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3월 사설을 통해 “한국을 따라 배우자”고 제안했던 이 신문은 최근엔 1개 면 전체를 할애해 한국 기업의 성공 비결을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한 한국 기업의 강점은 완급을 조절하면서도 승부처에서는 빠른 결정을 통해 경영 자원을 집중 투입하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한국 기업의 장점이 “ ‘빨리빨리’로 상징되는 스피드 경영은 급속히 변화하는 시대에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3월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세계로 약진하는 한국 기업에게 배우자’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이 신문은 “‘세계 시장에서 전자기계,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일본 기업의 침체를 상관 않고 경쟁력 격차가 벌어진다.’ ‘한국의 강함을 겸허히 받아들여, 배울 것은 배울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일본 국내에서는 눈에 띄지 않지만, 세계로 눈을 향하면 한국 기업의 세력에 놀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렇듯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인재 △의사결정 속도 △현지화 전략 등 3가지의 강점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 유수 기업들을 제치고 챔피언 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좁은 영토와 적은 시장으로 국내 시장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을 갖고 일찍부터 국외 시장 공략에 주력해 왔다.

선진국에서 일본 및 현지 기업들과 정면 대결을 피하고 주변 시장을 먼저 공략한 뒤 선진국 시장에 침투하는 이른바 ‘우회전략’을 선택한 점도 빠른 시간에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급부상할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아시아가 세계 경제를 견인할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국내 주요 그룹들은 글로벌 경영전략의 중심에 아시아를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8.7%, 인도는 6.3%, 인도네시아는 4.4%의 경제성장률을 각각 기록하며 아시아의 저력을 보여줬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 강화될 전망이다.

IMF는 한국·중국·일본과 아세안(ASEAN) 10개국 등 동아시아권의 GDP(국내총생산)는 올해 유로존(EURO ZONE·유로화를 쓰는 16개국)의 경제 규모를 넘어서고, 2014년에는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전망치·17조4200억 달러)과 맞먹을 것이라고 최근 전망했다.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ADBI)는 2020년 동아시아권의 경제 규모가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의 올 1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11.9%에 달해 이를 뒷받침한다.

<이코노믹리뷰> 취재진은 지난 2주 동안 우리 기업이 진출해 있는 중국, 베트남, 싱가폴 등 아시아 주요 거점을 둘러봤다.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현지화 전략에 성공했고 한국과 아시아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챔피언에 등극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의 경쟁을 위한 전열을 정비한 지 오래다.

우리 기업들에는 이들 지역이 개척과 공략이 비교적 쉬운 지역이다. 중국을 비롯해, 베트남,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은 현지 기업을 포함해 세계 유수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많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아시아지역 현지화엔 사회 공헌으로 앞장
아시아 각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현지화를 위해 현지 공장을 세우고 현지인을 채용하는 등 사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은 물론 사회 공헌에도 열심이다.

삼성은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첨병 역할을 맡고 있는 중국삼성을 중심으로 사회 공헌 사업을 통한 철저한 현지화로 중국에 ‘삼성’ 브랜드를 뿌리내린다는 전략이다.

지난 1995년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테크윈, 제일모직 등 주요 계열사들이 일제히 현지 생산기지를 설립하며 본격화된 중국시장 개척의 첨병을 맡아온 중국삼성은 철저한 현지화와 끊임없는 사회 공헌 활동으로 중국인들의 기억 속에 삼성 브랜드를 깊이 각인한 1등 공신이다.

SK는 베트남에서의 사회 공헌 활동이 눈에 띤다.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베트남 얼굴 기형 환자 2702명을 무료로 수술해 줬다.

수술비와 함께 시술장비를 기증하고 베트남 의사의 한국 연수를 지원했다. 또 2007년에는 베트남 SK텔레콤 IT센터를 세워 지금까지 70명을 전문가로 키워냈다.

현대차는 2002년 베이징현대 설립과 함께 중국에 진출한 이후 중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다양한 현지 밀착형 사회 공헌 활동을 전개해 왔다.

특히 현대차는 2008년부터 중국 현지에서 전개하고 있는 한·중 사막화 방지사업 ‘현대그린존 차이나’ 프로젝트는 공로를 인정받아 사회 공헌 우수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포스코는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인도 오리사 주에서 사회 공헌 활동을 계획 중이다. 포스코는 지역 빈곤층 어린이 무료 급식 사업과 제철소 건설에 따른 이주주민에 대한 직업훈련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지 채용도 활발…전문가 양성도 박차
현지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진출 지역에서의 전문 인력 선발과 양성이다. 우리 기업들이 주로 진출하는 사업분야인 중공업 분야엔 전문 인력이 공장 설비를 운영하는 게 필수 요건이다.

국내에서 현지로 파견할 수 있는 전문가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현지에서 인력 양성은 현지화를 위한 필수 요건이 아닐 수 없다.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은 초기에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 기업들이 현지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국내 전문인력과 같은 숙련공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이런 문제점은 중공업은 물론, 서비스업종이나 금융업종 등 전방위에 걸쳐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에 우리 기업들은 현지 인력을 채용해 현지에서 숙련공이나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조윤성 기자 coo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