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이지나 주부가 녹음 작업이 한창이다(사진=이미화 기자).어디선가 사내방송이 들려온다. “잠시 후 5시부터 명사 초청 특강이 실시되오니 직원 여러분은 강연장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목소리가 들린 곳은 어디일까. 회사? 아니다. 집 ‘안방’이다. 지금 아내는 ‘방송 중(On air)’이다.
이지나 씨는 방송 경력(성우, 리포터, 연출)이 10여 년 되던 해인 지난 2008년, 결혼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 결혼과 동시에 천안으로 내려왔다. 그렇지만 지금도 자신의 커리어를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재취업을 했느냐, 그렇지 않다. 대신 안방에 ‘스튜디오’를 차렸다. ‘재능’을 십분 활용해 재택창업을 했다.
“천안에는 방송국이 없잖아요. 신혼 시절 잠시 집에만 있었는데 어느 날 직장 선배가 전화를 해 왔습니다. 그러곤 ‘네가 가진 능력을 발휘해보라’고 조언을 해주더라고요.” 요즘은 음향 장비가 워낙 좋아서 집에서도 녹음을 할 수 있다는 선배의 말. 그거다 싶었다.
“맞벌이를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상황이 따라주지 않아 고민하던 차였어요. 이왕 맞벌이를 하려면 오랫동안 해온 일을 하는 게 낫겠다 싶었죠.”
성우 경력을 살려, 목소리를 녹음해 팔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하려니 막막했다. 작은 도시다 보니 장비를 구하기가 마땅찮았다. 주문한 장비가 마음에 들지 않아 바꾸길 세 번. 구비한 장비 세팅만 1년에 스무 번을 넘게 했다. 우여곡절 끝에 장비를 갖추긴 했는데, 어떻게 ‘일감’을 구할지가 문제였다. 아무래도 전에 하던 일이니, 기존 직장 동료가 도움이 됐다. 그렇지만 지인에 의존하진 않았다. 첫 수입은 30만원 남짓. “처음부터 수요가 있지는 않았어요. 소개를 받는 것에서 떠나 직접 마케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한동안은 직접 서울을 왕래하며 영업했어요. 그랬더니 금액이 50만원으로 늘고, 100만원으로 늘고 막 달라지는 거예요. 그러니 욕심이 생길 수밖에요.”
아무래도 ‘창업’이다 보니 초도비용은 필요했다. 오디오 구매에 1000만원을 들였다. 그렇게 집에다 ‘스튜디오’를 차렸더니 틈새시장이 따로 없었다. 일반 스튜디오에 A4 용지 기준, 서너 줄 분량의 녹음을 청탁하면 5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한데 이처럼 소량의 녹음은 애초에 주문을 받지 않는다. 주로 대량 주문만 취급하기 때문이다. 굳이 적은 분량을 요청한다면, 초과비용이 그만큼 발생한다. 이를테면 성우섭외비용과 같은. 결국 수십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이 씨는 이러한 소량 녹음에도 탄력적으로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가격이 훨씬 저렴한 건 당연하다.
한 달 수입은 때에 따라 다르다. 대략 50만원에서 300만원 사이다. 녹음은 보통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오후 3~4시까지 한다. 물론 모두 ‘안방’에서 가능한 일이다.
이제는 가만히 있어도 의뢰가 들어올 정도지만, 항상 새로운 일거리를 찾는다. “요즘은 ‘오디오북’ 작업이 한창입니다. 눈으로만 읽는 책이 아니라 들을 수 있는 책이죠.” 이 씨는 “이번 일도 출판사에 일일이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돌려 따냈다”고 말했다.
직장생활과 비교했을 때 뭐가 좋을까. “아무래도 시간을 나눠서 쓸 수 있다는 점이죠. 아침 일찍 남편이 출근하면, 바로 일을 시작해 마무리하고, 이후에는 자기계발에도 투자할 수 있으니까요.” 현재 이 씨는 2세를 계획 중이다. “아이를 낳고도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아마, 출산 전날까지도 녹음하고 있을 것 같아요. 호호.”
목소리로 ‘사업’만 하는 게 아니다. ‘재능판매’도 하고 있다. ‘크몽’을 통해서다. “‘크몽’은 재능을 거래하는 사이트예요. 자신의 재능이 5000원부터 매겨지죠. 재능이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짧은 안내 멘트를 녹음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크몽에서 얻는 수입만 한 달에 적게는 10만원부터 많게는 100만원 정도예요.” 거래 2년째. 이 같은 경험이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앞으로는 후배를 양성하는 일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지금도 문화센터에서 ‘자신 있게 말하기’나 논술지도를 짬짬이 한다. 이 씨는 “연극과 논술을 접목한 새로운 커리큘럼 개발에도 관심이 있다”고 했다. 그는 “재택창업을 했다고 해서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 “단순히 용돈벌이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좀 더 욕심을 내 나만의 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자기계발은 누구에게나 다 필요합니다. 남편, 아이한테만 요구할 게 아니라요. ‘주부’라고 다를까요?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내가 잘하는 일이 뭔지, 내가 ‘했던’ 일이 뭔지. 처음엔 저도 막막했답니다. 전혀 다른 일 말고, 잘하는 일, 했던 일 위주로 한번 떠올려 보세요. 분명히 길이 보일 겁니다.”
이지나 주부의 창업 노트
월수입: 50만~300만원 사이
투자비용: 오디오장비 1000만원
근무시간(일): 평균 6시간 안팎
주부들을 위한 창업 정보, 어디서?
▶ 나눔창업센터경력단절 여성, 장애인 등 취약계층 창업희망자의 경영능력을 배양하고자 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실무 중심의 맞춤형 교육을 무료로 진행한다. 교육은 3개월 의무기간 동안 1대1 방식으로 진행되며, 이를 통해 창업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적 독립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한다. 교육뿐만 아니라, 상품, 디자인, 판로, 배송까지도 지원한다. 창업 후에도 무료교육을 반복해서 들을 수 있다. 예비창업자 모집은 따로 없으니, 직접 문을 두드려보라.문의: 070)8650-2072
▶ 서울시 여성능력개발원 취·창업 경력개발교육을 정기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상담, 강사양성, 사무정보화, 제과제빵, 미용, 조리, 패션 등 분야 등 카테고리가 다양하다. 서울시 거주 18세 이상 여성이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정원의 20% 이내일 경우, 서울시 외 거주자도 수강이 가능하다. 현재 2014년 제 1기 교육이 진행되고 있으니(3월 28일까지), 2기를 노려봐도 좋을 듯.문의: 02)460-2300
▶ 여성인력개발센터 전국 52개 지역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집에서 가까운 곳을 골라 필요한 교육을 들으면 돼 편하다. 예쁜 손글씨 쓰기, 수납기술, 요가, 공예, 플로리스트 등 취·창업을 위한 다양한 교육이 있다. 센터마다 교육내용 및 기간이 상이하므로 주기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수강료는 무료부터 10만원대까지.문의: 02)318-5880
‘재능판매’로만 돈 버는 법?아무리 ‘재택’창업을 하려고 해도 여의치 않다면 재능판매만으로도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나는 가진 재능이 하나도 없는데?’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별의별 게 다 재능상품이 될 수 있다. 공부 잘하는 비법을 전수해주겠다, 청국장 기가 막히게 끓이는 법을 알려주겠다, 거절하기 힘든 거래를 대신 거절해주겠다, 이런 것들이 모두. 물론 ‘그림 그려주겠다’, ‘기타 치는 법 알려주겠다’와 같은 고전(?) 재능도 가능하다. 일단 자신의 재능을 파악했다면 이제 그 재능을 팔자. 재능마켓 사이트에 접속해 자신의 재능을 소개하자. 그리고 가격을 제시하자. 그 외 기타 정보를 입력 후, 거래가 성사되길 기다리면 된다. ‘재능’만으로 짭짤한 수입을 올린 주부도 있다. 재능마켓 사이트 ‘크몽’ 관계자에 따르면 1년 안팎의 기간 동안 재능판매로만 3500만원의 수익을 올린 주부도 있다고.크몽 070)4197-7673 / www.kmo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