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하나고등학교

일반 고등학교는 한 명 보내기도 어렵다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3학년 총원의 절반 이상 보내기도 하는 자율형 사립고. 올해에도 자녀를 자사고에 입학시키려는 학부모들의 입시 열기가 뜨거웠다. 고등학교 입시가 마무리되어가는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전국 단위 모집 기업형 자사고의 특별 교과 활동을 분석해 본다.

공부 좀 한다하는 학생의 학부모 입에서는 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사고)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자사고의 입시 설명회도 연초부터 연말까지 줄지어 이어져 오고 있다. 자사고의 인기 비결은 바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비롯한 명문대학교 진학률이다. 2013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진학 인원수를 봐도 요즘 핫 하게 뜨고 있는 하나고의 경우 서울대 46명, 고려대 42명, 연세대 19명 총 107명(총원 대비 53%)이 합격했다. 자사고들 중에서도 대기업이 세워 재정 요건이 좋아 학생들의 교육 활동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기업형 자사고의 경우, 여타 자사고보다 인기가 더 뜨겁다.

전국 단위로 입학생을 모집하는 기업형 자사고는 현재 ▲북일고 ▲현대청운고 ▲하늘고 ▲하나고 ▲광양제철고 ▲포항제철고 여섯 곳이다. 이들 학교는 저마다의 특색 있는 교과 활동 프로그램들을 자랑하고 있으며 그 프로그램들을 바탕으로 높은 명문대 진학률을 보이고 있다.

북일고 – 대학 연계 R&E 프로그램

북일고가 진행하고 있는 ‘대학연계 R&E(Research & Education)’프로그램은 주로 이공계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단국대와 공주대의 교수와 연계하여 진행되는 북일고만의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원하는 분야의 주제를 정해 대학교의 교수와 함께 연구하고 연구한 결과를 논문으로 작성하게 된다. 올해에는 이공계의 한 학생이 대학연계 R&E프로그램을 통해 작성한 논문이 SCI급 논문(수준 높은 논문)으로 선정되어 한양대학교 신소재공학부 수시 모집에 합격했다. 입학관리부 유영상 부장은 “현재 학교가 시행하는 프로그램에 대다수의 학생들이 만족하고 있다”며 “현재 2학년 학생들만 참여하는 과제 연구 프로그램에 앞으로는 1학년 학생들도 참여시켜 활동하게 한다면 학생들의 대학 입시에도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학교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

현대청운고 – 선후배 간에 이루어지는 PTP 프로그램

현대청운고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월성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인 ‘PTP 프로그램’은 같은 학년 간, 또는 선후배 간에 이루어지는 학습 능력 교류 프로그램이다. 다른 학생보다 특정 교과 영역에 뛰어난 재능이나 능력을 보이는 학생이 같은 학년 혹은 후배 학생에게 개인별 과외지도를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지원률이 매우 높다. 멘토 학생 1명당 멘티 학생 3~8명으로 구성되는 PTP 프로그램은 멘티 뿐 아니라 멘토에게도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능력을 전한다는 만족감과 함께 교육 시간이 봉사활동 시간으로도 인정되어 높은 경쟁률을 자랑하고 있다. 교육부장인 최영철 교사는 “현대청운고의 교육 프로그램은 다른 학교들이 벤치마킹하기도 할 정도”라며 프로그램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늘고 – 항공 관련 소양을 쌓는 국제 항공의 이해 프로그램

하늘고는 그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인천공항공사가 설립한 학교로, 그에 걸맞게 ‘국제 항공의 이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국제 항공의 이해 프로그램은 항공관련 산업계·대학과 연계하여 개발된 프로그램으로 이를 통해 재학생의 항공에 관한 소양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관심 대학으로의 진학 진로와 관련하여 전공에 관련된 지식을 고등학교 때부터 미리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 이 프로그램의 강점이라 할 수 있다. 하늘고는 2011년 첫 입학생을 받기 시작하여 아직은 졸업생이 없다. 올해 진행되는 대학 입시가 하늘고 특성화 교육의 첫 평가 무대가 될 것이다.

포스코가 설립한 두 학교

광양제철고등학교와 포항제철고등학교는 포스코가 지원하는 학교로 기본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운영방침은 같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학비가 다른 일반계 고등학교 수준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자사고의 경우 학비를 일반고 3배로 책정할 수 있지만 재단의 든든한 재정 지원 덕에 다른 자사고와 다르게 학비가 저렴하다. 임직원 자녀 비율이 50%가 넘는 것도 특징이다.

광양제철고 – 내실 있는 수준별 이동 수업과정 및 CTM 프로그램

포스코가 직원들의 안정적인 자녀교육을 목표로 설립한 학교로 그동안 전체 정원의 90% 이상을 임직원 자녀로 뽑았다. 지난 2012년부터 전국 단위 선발 학생 비율을 30%로 늘렸지만 여전히 자사고 중 임직원 자녀 비율이 70%로 가장 높은 학교이다. 그간 광양제철중 출신의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입학 성적은 다른 자사고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수준별 수업을 통해 실질적인 실력 격차를 줄여나갔고 졸업 성적은 다른 자사고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러시아 모스크바 대학 교수를 초빙해 진행하는 전문교과형식의 CTM(Critical Thinking Math-생각하는 수학)과정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입학생활부장 추정교 교사는 “과정 수강을 원하는 학생들이 모두 다 참여할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를 주고 있다”며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학생이 이해하지 못하면 소용없기 때문에 우선 하위 단계의 수업을 통해 실력을 쌓으면 높은 수준의 수업을 듣게 한 것이 좋은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포항제철고 – R&E, A.S.P 등 자연과정 심화 프로그램 & 학생 자주주간

포철고는 인문, 자연과정 우수인재를 발굴 육성하기 위해 포스텍, 한동대 등 대학과 연계해 개인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는 R&E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 R&E 과정을 이수하는 2학년 자연계 학생을 대상으로 심화과정인 A.S.P(Advanced Science Program)를 실시하고 있다. 이 과정을 거친 학생들이 꾸준히 KAIST등에 진학해왔는데 특히 2013년도 졸업생 중 KAIST 진학 비율이 약 두 배 가량 높아져 성과를 내고 있다.

매월 셋째 주에는 자주주간을 운영해 학생회 주관으로 조회를 하고 저녁시간을 이용해 동아리 공연을 펼치는 등 학생들의 자율적인 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자발적인 참여와 연습으로 만들어진 학생들의 무대를 볼 수 있다”며 “자주주간 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전했다.

  

하나고 – 무계열·무학년의 개방형 교육과정

하나고는 학생이 자신의 진로, 적성, 흥미와 능력에 맞는 교과목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무계열·무학년의 개방형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에게 모든 교과 선택권을 부여하며 교과교실제와 블록타임제를 운영 선택이동수업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반별이 아닌 개인별 시간표가 만들어져 1학년에서는 제한적 선택 허용, 2학년부터는 개인별로 100% 개방형으로 선택할 수 있으며 학기별 집중 이수제를 통해 교과 선택권을 보장한다. 수요조사를 통해 수강인원과 과목 개설 여부를 결정한다. 과목의 성격과 개설되는 학기별 상황에 따라 조금 차이는 있지만 10여명 정도면 과목이 개설된다. 김학수 교사는 “개방형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인 학습 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방안이다”며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더욱 수월하게 이뤄졌고 덕분에 지난해 첫 졸업생의 진학성적도 좋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자사고와는 다르게 교과 성적뿐 아니라 체력을 중요시해 입학 전형 과정에서 체력 시험을 실시한다. 학업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체력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입학할 수 없는, 지·덕·체가 아닌 체·덕·지를 갖춘 학생을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 자사고의 학생 선발방식

자사고의 학생 선발방식은 전국단위 선발권을 가진 학교와 100% 추첨을 통한 선발,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진다. 전국단위 선발권을 가진 자사고 9곳 중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자사고는 6곳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서울 소재 자사고 선발방식은 내신 성적 50%이상 학생 대상, 100% 추첨으로 정해져 있다. 서울시 자사고 중 하나고만이 현행 선발방식에서 제외됐는데, 하나고는 처음 설립되었을 당시 ‘자립형 사립고’로 설립되었기 때문이다. 2010년 정부의 지침에 따라 자립형 사립고에서 자율형 사립고로 변경된 하나고는 예외 적용을 받아 서울 소재 자사고 중 유일하게 전국단위 선발이 가능하다.

교과부는 2015학년부터 서울 소재 자사고 선발방식을 바꾸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행 100% 추첨에서 ▲1단계 : 성적제한 없이 추첨으로 입학정원의 1.5배수 선발 ▲2단계 : 면접(가칭 창의인성면접)으로 진로계획 및 지원동기 등을 통해 학생의 꿈과 끼 그리고 인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줄 예정이다. 교과부의 한 관계자는 “면접에서 성적으로 선발하지 못하도록 제출하는 서류에 성적과 수상 실적은 제외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방 소재 자사고 선발방식은 현행대로 내신성적과 면접이 합쳐진 자기주도학습전형 또는 서울 지역 선발방식 중에서 학교가 선택할 수 있다. 현재 전국단위 선발을 택한 학교들이 전형방법을 쉽게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돼, 지방 소재 자사고 선발방식은 변화가 없다고 볼 수 있다.

 

※ 설립 예정 기업형 자사고   

2013년 11월 현재 대기업이 설립 예정중인 자율형 사립고는 네 곳이다. 삼성이 충남 아산에서 개교를 준비하고 있는 은성고, 포스코가 인천 송도에 설립할 자사고,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 자사고, 한국수력원자력이 경북 경주에 세울 자사고가 그곳들이다.

▲삼성의 은성고는 내년 3월에 개교 예정으로 가장 빠른 속도로 건립을 추진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코닝정밀소재 등 삼성 계열사 4곳이 합자해 만든 학교법인 충남삼성학원은 천안·아산 일대에 위치한 삼성 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복지를 위한 목적으로 건립 추진 중이다. 그에 따라 은성고는 모집 정원의 70%를 삼성 직원 자녀들로 채울 예정이다.

▲포스코는 광양제철고, 포항제철고를 운영해 온 경험을 뒷받침 삼아 인천시 송도국제도시에 2015년 개교를 목표로 학교를 설립 중이다. 입학생 가운데 포스코 직원 자녀 비율은 30%이며 인천지역 일반 학생 50% 선발, 나머지 20%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선발할 예정이다.

▲현대제철도 2015년에 개교할 자사고를 충남 당진에 건립 추진 중이다. 현대제철이 당진시 송산면에 건립한 송산 제2산업단지의 면적은 약 170만 평(여의도 2배 면적)으로 지역 주민들로부터 사회적 역할 수행을 요구받아왔다. 현대제철은 당진시에 건립할 자사고를 통해 지역 발전을 도모하고 지역의 안정적인 교육 여건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대기업 말고 공기업도 자사고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본사가 이전할 시기에 맞춰 2016년 경북 경주에 자사고를 설립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