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2012 파리모터쇼’에서 뜻밖의 차가 나타나 장내가 술렁였다. 현대자동차 수소연료전지차(FCEV)인 ‘ix35 Fuel Cell(투싼 FCEV)’이다. 세계 자동차 업체 중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양산형 모델의 등장이다. 

테슬라를 필두로 전기차 시장이 대세일 것이란 예측과 달리, 현대차는 수소전기차에 몰두했다. 그 결과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녔다. 현대차는 1998년 연료전지 개발을 시작으로 2003년 독자개발 시스템을 탑재한 수소연료전지차 개발 프로젝트를 착수했다. 불과 3년 만인 2006년에 최고 수준의 수소전기차를 생산해냈다. 이후 부품 모듈화, 저가 소재 개발, 양산 공법 개발 등을 거쳐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에 성공했다. 국내에선 현대차가 유일하다. 이후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차 ‘넥쏘(NEXO)’를 출시하며 세계시장에 수소전기차 선두주자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넥쏘를 시승하기 위해 피에르 에틴 프랑크(Pierre Etiene Franc) 에어 리퀴드 부사장은 한국에 방문하기까지 했다. 프랑크 부사장은 세계완성차 업체와 에너지 기업이 모여 설립한 수소위원회 공동 대표로 활동 중이다. 수소위원회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 협약 목표 이행을 위해 2017년 1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설립된 합의체다. 에어 리퀴드와 현대차가 회장사다. 넥쏘 시승을 마친 프랑크 부사장은 “넥쏘는 수소 자동차 시대를 앞당길 혁신적인 모델”이라고 칭찬했다.

지난 1월에는 ‘중국 전기차 100인회 연간 포럼’에서 완강(萬鋼) 중국 과학기술부장(장관급)이 넥쏘 시승을 하면서 현대차의 기술력을 극찬했다. 중국 전기차 100인회는 리란칭(李嵐淸) 전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만든 조직이다. 중국 정부와 학계 인사,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주요 인사가 자문위원으로 참여한다.

한국 현대차의 넥쏘는 세계 시장에서 한 단계 앞선 수소전기차로 꼽힌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 협약 목표가 설정되면서 글로벌 메이커들은 수소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완성에 몰두하고 있다. 토요타는 수소에너지 시장에 일찍이 발을 들였다. 토요타 수소전기차 미라이는 판매량 4000대를 넘어섰다. 혼다는 미국 시장을 노려 클래리티를 선보였다. 혼다는 GM과 함께 수소연료전지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벤츠는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양산형 수소전기차 ‘GLC F-CELL’을 내놓았다. BMW는 토요타와 파트너십을 맺고 수소전기차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들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수소전기차 양산기술력을 보유했다.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개발은 자연스레 부품업체가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넥쏘 개발에는 110여개 부품사들이 참여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친환경차는 규모 경제가 달성되기 전까지 사업부 수익성은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낮다”면서 “반면 자동차 부품업체 중 친환경차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의 성장 발판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구영모 자동차부품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부품사들은 연료전지시스템 중 운전장치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 수준을 갖추고 있다”면서 “특히 수소저장 탱크를 만드는 수소고압용기 기술력은 압도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넥쏘(NEXO)'. 사진=현대자동차

양산체제 갖춘 국내 기술력

수소는 온도 변화에 강하고 저온에서 주행거리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수소전기차 충전시간은 3~5분이면 된다. 5만원 충전으로 600㎞를 주행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에서도 수소전기차 상용화가 어려운 이유는 경제성에 있다. 현대차가 발표한 수소전기차 투싼은 대당 가격이 1억5000만원에 달했다. 웬만한 수입 고급세단 가격이다.

현대차는 기술력을 키워 수소전기차를 양산 단계까지 끌어올렸다. 가격경쟁력도 함께 올랐다. 절반 수준인 6000만원까지 가격을 낮추고 첨단 기술은 더했다. 수소전기차는 정부 지원이 더해지며 인기 상승과 함께 수요도 늘었다. 수소전기차 보조금은 전기차와는 별도로 책정된다. 올해 정부는 수소전기차 보조금으로 대당 2250만원을 책정했다. 지자체 보조금을 더하면 최대 3500만원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보조금을 이용하면 넥쏘 모던 트림은 3390만원, 프리미엄 트림은 3720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최근 출시한 현대차의 중형 SUV ‘싼타페’(2895만~3680만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현대차는 핵심 부품 내재화를 추진하여 정부 보조금이 사라질 2020년 즈음 수소전기차를 3000만원대에 맞출 계획이다. 보조금 없이 일반차와 경쟁할 수 있는 가격이다. 지난 1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미국에서 열린 ‘2018 CES(국제가전박람회)’에서 “가격이 비슷하다면 수소전기차가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면서 완성차 시장의 격변을 예고했다.

현대차의 기술력 핵심은 수소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있다. 수소연료전지차 동력의 주원료인 수소 는 수소저장 탱크에서 연료전지로 옮겨져 수소이온과 전자로 나뉜다. 그중 수소이온은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해 물이 된다. 이 화학반응에서 만들어지는 전기에너지가 인버터를 거쳐 자동차 모터로 전달된다. 그 힘은 타이어로 전달돼 수소전기차가 움직이는 것이다.

설명은 간단해 보이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구영모 연구원은 “이론만 두고 보면 수소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라면서 “그러나 이것을 자동차에 옮겨 실행할 수 있는 기술을 양산 형태로 만든다는 것은 상당한 난이도가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수소전기차 연료전지는 ‘상압(常壓)’과 ‘가압(加壓)’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상압은 연비와 내구성이 뛰어나다. 가압은 효율적인 냉각 성능이 있다. 그러나 상압은 고온에서 동력이 떨어진다. 가압은 연료 효율이 낮다. 현대차의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상압과 가압시스템에서 벗어난 ‘가변압 시스템’을 개발했다. 현대차 이전까지 수소전지차는 상압과 가압 시스템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용했다. 현대차가 개발한 4대 연료전지는 상압과 가압시스템의 장점만을 담았다. 앞서 출시된 수소전기차보다 성능, 효율, 주행거리까지 뛰어난 이유다.

성능이 개선된 4차 연료전지는 넥쏘에 탑재됐다. 이 연료전지의 전용부품 국산화율은 99%에 달한다. 특히 연료전지에서 산소와 수소의 화학 반응을 끌어내 전기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핵심부품 MEA(Membrane Electrode Assembly)는 이전까지 수입에 의존했으나 기술 개발을 통해 국산화에 성공했다. 또 개발을 통해 시스템 효율 60%를 달성했으며 차량 출력은 초기 예상 수준보다 20%가 향상됐다. 내연기관차와 동등한 10년간 16만㎞ 수준의 내구성도 확보했다.

내구성과 함께 안정성도 챙겼다. 넥쏘에 장착된 수소탱크는 총기를 비롯해 낙하·가압·화재·고온 등 15개 폭발인증시험을 통과하며 안전성을 확인했다. 이러한 핵심 부품은 충북 충주에 위치한 현대모비스의 친환경차 부품 전용 생산단지에서 양산하고 있다. 1만3000㎡(약 4000평) 규모로 조성된 신공장은 각종 핵심부품이 결합한 파워트레인 연료전지 통합모듈(PFC)을 연산 3000대 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는 연산 규모 측면 글로벌 경쟁사 대비 최고 수준이다.

▲ 자료=각 국가 발표 종합

진정한 친환경 ‘수소차’… 글로벌 시장 확장 ‘낙관적’

현대차는 넥쏘의 주 무대를 유럽시장으로 지목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친환경차 열풍이다. 유럽 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의 친환경자동차 판매 대수는 총 30만6143대로 2016년 같은 기간 대비 38% 증가했다. 현대차가 2013년 출시한 투싼 수소전지차 모델이 유럽 지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불어 유럽 현지 정부는 적극적인 수소전기차 도입을 권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관련 정책도 도입하며 인프라 구축에 뒷받침한다.

각국 정부가 수소 충전소 보급에 나선 배경으론 단연 환경 문제가 꼽힌다. 대표적인 예가 유럽연합(EU)의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다. 글로벌 완성차업체 반대에도 EU가 규정한 2020년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은 엄격하다. 이산화탄소 평균 규제치가 2015년 130g/㎞에서 2020년 95g/㎞으로 강화된다. EU는 규제 미달 시 1g/㎞당 95파운드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완성차업체가 이산화탄소 절감 비용은 촉매제 변화 등으로 이산화탄소 감소를 추진하면 1g당 40유로의 비용이 들어간다. 차량 무게를 줄이는 방향으로 이산화탄소를 줄이면 1g당 100~150유로의 비용이 추가된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친환경차가 매력적으로 다가온 이유다.

한국의 경우 UN 기후변화 협약 이행을 위한 실행목표인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37% 감축 달성을 준비해야 한다. 수송 분야뿐 아닌 화학, 제철, 산업, 발전, 난방 등 모든 에너지 관련 영역에서 저탄소 화 에너지 전환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재생 에너지원을 이용한 저탄소화 에너지 전환은 수급 측면에서 불균형적이다. 신규 에너지 인프라 구축과 에너지 장기 비축, 지리적 이동 측면에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안으로 수소 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수소는 태양광과 풍력, 조력 등 재생 에너지원을 통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생산할 수 있다. 생산된 수소는 필요한 시점에서 필요한 곳에 전기 에너지로 전환이 가능하다. 수소전기차뿐만 아니라 대규모 발전 및 가정용 전력 공급 등 다양한 곳에 활용할 수 있다.

수소전기차는 단지 이동수단이 아니다. 미래 에너지로서 수소전기차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자동차라는 특성상 수소전기차용 연료전지는 안정적 기능, 내구성 확보, 순간 고출력 발휘 등 다분야 기술을 필요로 한다. 수소기술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인 셈이다. 수소전기차가 국내에 보급됨에 따라 수소 생산, 운송, 이용 측면에서 에너지, 철강, 화학, 신소재와 같은 연관 산업의 동반성장을 촉진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 미국과 중국 무공해 및 신에너지자동차 의무 판매 비율. 자료=각 정부 발표 종합, 현대자동차

충전소 인프라 지원 없다면… 상용화, ‘남의 얘기’

수소전기차 상용화의 최대 걸림돌은 핵심 인프라인 수소충전소다. 수소 충전소 1기 구축에 드는 비용은 30억~40억원 수준이다. 일반 기업 또는 개인사업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어려운 상황이다. 수소전기차의 시장 점유를 늘리기 위해서는 에너지 당국의 고전에너지를 미래에너지로 전환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수소인프라 확충과 환경 당국의 지원 확대가 필수적이다. 수소전기차는 기존 인프라를 무시하고 완전히 새로운 연료 체계를 이용하기 때문에 대대적인 정책 지원 없이는 단순한 가격 조정이나 이미지 개선으로 시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현재 국내에 설치된 서울 2개소(양재, 상암), 경기도 화성 2개소, 용인, 인천 송도 등 6개소는 연구용이다. 이외에 울산 2개소, 광주 2개소, 경남 창원, 충남 내포에 있는 충전소는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이 운영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을 대비해 설치한 임시충전소까지 포함하면 15개다. 임시충전소 상용화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는 소비자가 수소전기차를 사서 일상생활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게다가 일반인이 실질적으로 사용 가능한 충전소는 8개뿐이다. 이에 대응해 보조금 같은 방식으로 세수에 부담을 주지 않고 민간 참여를 통해 충전소를 획기적으로 늘릴 방법으로 수소충전소를 갖춘 복합휴게소가 꼽혀 왔다. 지방자치단체와 한국도로공사가 예산을 들여 만드는 것이다.

문제는 복합휴게소 건설에 진전이 없다. 기존 휴게소 사업자들의 반발로 백지화된 상태다. 이후 특별한 대책도 없다. 복합휴게소가 무산될 경우 울산에 설치 중인 4개소를 포함해 올해 안에 수소충전이 가능한 곳은 12개소에 이를 전망이다. 추가로 환경부와 지자체·민간이 각각 8개소, 10개소를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넥쏘의 판매 물량을 충족하기엔 턱없이 부족한데다가 컨트롤타워조차 없는 상황에서 기대하기 어렵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산업정책 관계자는 “정부가 미래에너지 개발에 힘을 쓴다며 정책을 펼치고 있으면서 수소에너지 개발엔 왜 투자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면서 “실질적인 전기 에너지 개발 사업에서 수소는 각광받고 있는 에너지 모델이다. 전기차의 동력인 전기도 수소 에너지로 생산된다. 수소 에너지 충전소 인프라 건설은 자동차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전체에 도약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는 환경부와 국토부가 각각 수소 충전소 인프라 구축안을 내놓고 있다. 환경부는 오는 2020년까지 수소전기차 충전소 100개, 국토부는 2025년까지 복합휴게시설을 갖춘 충전소 200개를 목표로 잡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수소전기차 개발능력과 양산기술은 세계 최고인데 인프라 투자 정책 지원 부족으로 주도권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자동차 산업 트렌드 전환 시기에 국가 경쟁력을 마련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부가 미래차 산업을 키우기 위해선 전기 충전소뿐만 아니라 수소 충전소 인프라 구축을 위해 1990년대 후반 휴대폰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했듯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면서 “과거 LPG 도입 때와 비교해도 정부 지원 없이 미래차 상용화 산업을 일으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