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철완 서정대학교 교수. 사진=박재성 기자

“정부도 이제 일 좀 해야 한다. 정부가 진정으로 미래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주도권과 친환경차의 상용화를 바란다면 수소차가 실제로 도로에서 굴러다닐 수 있게 해줘야 한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연구개발은 이미 일정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나머지는 정부에서 충전소 등 인프라를 깔아주는 일만 남았다.”

3월 20일 경기도 양주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소차의 상용화를 위해 “정부가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미래 자동차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산업자원부 지정 차세대전지이노베이션센터 초대 센터장을 지냈으며 차세대전지성장동력사업단에서 총괄간사로 책임 운영을 맡았다. 지난 2월 현대차가 수소차 ‘넥쏘’로 고속도로 자율주행에 성공하면서 수소차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교수에게 수소차의 미래와 인프라 구축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수소차와 전기차의 차이는.

▲수소차의 정확한 표현은 ‘수소연료전지전기차’다. 수소를 가지고 직접 연소를 하는 것이 아니고 차량 내부에 장착된 발전기(연료전지)에서 수소를 연료로 전기에너지를 만들고 이를 배터리에 옮긴 뒤 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이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에 전기에너지를 직접 충전해 모터를 구동한다. 그래서 ‘2차전지차’로 불리기도 한다. 둘 모두 ‘전기차’다. 그러나 전기 에너지를 발전시키는 소스가 어디서 오느냐에 따라 수소면 일명 ‘수소차’, 전기를 사용하면 일명 ‘전기차’가 되는 것이다. 즉 전기에너지 발전 소스에 따라 구분짓는 것이다.

-수소 에너지는 안전한가.

▲수소폭탄에서 오는 이미지 때문에 수소가 위험한 물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수소폭탄과 수소연료전지전기차는 완전히 별개이기 때문이다. 수소차에 장착된 수소봄베(수소저장장치)가 폭발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수소가 유출됐을 경우 발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데 수소는 가볍고 확산이 빠르게 때문에 공기 중으로 금세 희석된다. 반응성은 있지만 LPG차량과 비교해서 오히려 더 안전하다. 지금도 LPG차가 잘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수소차의 위험성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글로벌 수소차의 연구개발 정도는. 또 한국의 위치는 어디인가.

▲수소차의 연구개발은 한국의 현대차와 일본의 토요타가 가장 앞서 있다. GM은 수소차 연구개발을 시도했지만 현재는 중단됐는지 최신 기술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토요타의 ‘미라이’의 경우 실증 테스트를 계속 하고 있다. 현대차의 ‘넥쏘’는 미라이 뒤에 나온 모델이기 때문에 차량 전자화가 (미라이에 비해) 더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와 토요타의 경우 차에 관련한 기술은 개발이 어느 정도 진전된 상태다. 경쟁력 유지를 위한 선결조건은 인프라 구축이다. 현대차도 차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왔으니 정부에서 인프라를 도와달라는 입장이다.

리튬이온계 이차전지를 쓴 전기차의 경우 이미 물이 오른 상황이지만 에너지원인 2차전지 기술력이 정체상태이기 때문에 수소차 가능성이 좀 더 높게 점쳐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에너지밀도를 높인다거나 충전속도를 높이는 것보다 수소차의 상용화가 더 빠를 수 있다는 얘기다. 쉽게 말해 전기차 상용화의 핵심은 배터리 충전속도일 텐데, 현재 충전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만한 기술이 개발되는 것보다 수소차 상용화가 빠를 수 있다는 것이다.

-수소차 상용화를 위해선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인프라는 정부에서 깔아주는 것이 맞다. 수소차가 실제 도로에서 운행되려면 충전소가 필요하다.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엄한 곳에 돈 쓰는 것보다는 배터리 전기차 쪽에 과도하게 투자된 자금을 수소연료전지전기차 쪽으로 옮기는 방향을 검토하는 편이 좋을 것으로 본다.

인프라 구축에는 여러 방식이 있다. 기존 가스공사가 깔아놓은 도시가스 라인을 활용해 개질기로 충전소에서 직접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 있고 지역마다 충전소를 설치하고 수소를 수송해 공급할 수도 있다. 일장일단이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검토가 필요하다.

-수소차 상용화에 가장 앞선 것은 현대차다. 정부가 인프라를 구축해줄 경우 현대차도 이에 상응하는 사회적 역할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한국에서 기업에서 할 일은 당연히 일자리 창출이다. 현대차가 수소 연료전지 생산공장 증설 등을 비롯한 일자리 창출 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한다면 특혜 시비도 자연히 사그라들 것이다. 청년실업률이 고공행진 중인데 미래 신산업을 일으켜 일자리 창출을 해낸다면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기업의 사회적 공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정부에서도 수소 충전소 인프라를 전국에 깔아줬을 때 현대차가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는지 현대차 스스로는 물론 정부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민관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에서야 앞선 정부에서 벌어진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인해 정부 입김이 작용하면 관치라는 소리부터 나오지만 선진국의 예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독일·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들은 새로운 산업모델이 제시될 때마다 정부가 기업과 머리를 맞대고 플랜을 만드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자동차는 도로가 필요하고 연료가 있어야 하는 기간산업이기 때문 아니겠는가. 이를 위해 정부도 기업에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모든 것이 투명하게 이뤄진다면 문제될 것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