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자동차는 흔히 ‘대기 오염의 주범’으로 불리곤 하지만 수소전기차는 얘기가 다르다. 최근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공기 정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수소차는 도로 위를 달리기만 해도 공기가 정화돼 ‘달리는 공기청정기’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2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수소전기차 넥쏘가 1시간 동안 도로를 달리면 공기 26.9㎏을 정화할 수 있다. 이는 성인 40명 이상이 1시간 동안 호흡하는 데 필요한 공기 정화량이다.

만약 넥쏘 10만대가 하루 2시간을 주행한다면 무려 854만명이 1시간 호흡할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 수 있는 셈이다. 854만명은 서울 시민 전체의 약 86%,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16%에 해당하는 인구 수다.

넥쏘에는 총 3단계의 공기정화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먼지와 화학물질을 걸러내는 1차 공기 필터를 거치면 초미세먼지를 최대 97% 가까이 제거할 수 있다. 가습 기능을 통해 공기를 걸러내는 2차 필터를 통해 나머지 초미세먼지를 추가로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연료전지 스택 내부의 미세기공 구조로 만들어진 기체확산층을 통과하면 초미세먼지 99.9% 이상이 제거된 청정공기가 배출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청정공기는 공기 중으로 그대로 유입되며 공기를 정화하는 것이다.

수소전기차의 공기정화 필터는 단순히 대기 중의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 것은 아니다. 수소차는 수소탱크의 수소를 연료전지 스택에 보내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할 때 생기는 전기를 이용해 모터를 구동한다. 깨끗한 공기일수록 모터의 기능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 결국 수소전기반응 효율을 높이기 위한 공기 정화 시스템이 대기 중의 초미세먼지 제거에도 효과가 있는 것이다.

수소전기버스의 경우 공기 정화 효과는 더욱 커진다. 버스는 일반 승용차보다 주행거리가 훨씬 길어 더 많은 청정 공기를 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수소전기버스 1대가 1㎞를 달리면 약 4.863㎏의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 수 있다. 수소전기버스가 연간 8만6000㎞을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총 41만8218㎏의 공기 정화가 가능한데, 이를 통해 수소차 운행구간 주변에 있는 성인 76명이 1년 동안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게 된다.

현재 서울에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을 맞아 현대차의 3세대 수소전기버스 4대가 투입된 상태다. 서울시에서 운행 중인 6951대가 모두 수소전기버스로 대체된다면 1년간 약 53만명이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