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상품 쏠림현상은 좋지 않다. 독점을 낳는다. 독점은 시장질서를 파괴하고 피해는 소비자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1885년 독일의 칼 벤츠가 휘발유 엔진 자동차 ‘벤츠 페이턴트 모터바겐 no.1’을 내놓은 지 130여년이 흐른 지금 세계는 친환경연료를 기반으로 한 자동차 개발·생산에 나섰다. 운전자 없이 운행하는 자율주행차까지 상용화 단계에 한 걸음 다가선 상황이다.

세계 자동차시장은 지금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휘발유로 시작했던 완성차제조업체들은 LPG(액화천연가스)를 거쳐 전기와 수소를 연료로 하는 자동차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수소차 생산에 공을 들인 대한민국의 현대자동차는 이 부문에서 세계 선두에 서 있다. 현대차는 이미 1998년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했고 2013년 ‘투싼 ix35 FCEV’ 상용화 양산체제를 갖췄다. 충전인프라 미비로 상용화가 보류된 후 올해 보다 진화한 ‘넥쏘’를 출시하며 수소차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인프라구축 실패=상용화 실패' 

현대차가 지난 2013년 수소차 상용화에 실패한 것은 수소충전소 인프라 구축 실패와, 비싼 제조원가 때문이었다. 자동차는 도로와 연료(연료충전소)라는 사회간접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으면 상용화할 수 없다.

이후 세계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 개발에 몰두했다. 현대차도 마찬가지였다. 세계 자동차시장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유일무이한 자동차로 전기를 연료로 하는 ‘2차전지차(일명 전기차)’가 등극했다. 세계 자동차업계 역시 전기차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미래차 시장은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전기차 독점시대. 결국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겐 수소차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 현대차가 남들이 등한시할 때 포기하지 않고 홀로 개발해 얻은 결실이다. 그런데 상용화라는 문턱에서 안절부절하고 있다.

▲ 수소차와 전기차의 장단점

수소차, 전기차보다 장점많아 

여기서 우리는 따져봐야 한다. 전기차의 경우 전기를 연료라 한다. 전기차가 상용화돼 도로 위에 전기차 40만대가 달릴 경우 석탄을 원료로 하는 화력발전소 1기가 필요하다. 과연 친환경차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다. 충전하는 데 적어도 수시간이 소요된다. 충전시간을 단축할 만한 기술은 당분간 개발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주행거리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현저히 짧다.

반면 장점도 있다. 주행 시 매연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가격은 수소차에 비해 저렴하다.

수소차는 어떠한가. 단점부터 보자. 대표적인 것은 제조 원가가 비싸다는 것과 충전소 인프라 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장점은 주행 시 매연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공기정화기능이 있어 주행 시 오히려 인체에 좋은 산소를 공급하기까지 한다. 주행거리는 완전충전 시 600㎞는 거뜬하다. 내연기관차와 대동소이하다. 충전시간이 짧다. 전문가들은 수소 완전충전 시간은 가솔린이나 LPG가스 충전시간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수소차에 대한 단점으로 위험성을 지적하는 이들이 있다. 이에 대해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소폭탄 때문에 위험하다는 이미지가 생긴 것일 뿐 수소차가 LPG차보다 오히려 안전하다”면서 “만약 교통사고로 수소탱크가 폭발하더라도 수소는 순식간에 공기 중에 희석돼 발화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이런 수소차 상용화를 세계에서 처음 도전한다. 전기차 독주가 예상되는 글로벌 미래차 시장에 오히려 수소차라는 새 상품을 내놔 상품 쏠림, 독점을 줄이고 소비자 선택의 폭을 다양하게 하는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충전소 인프라 구축이 더딘 것은 큰 장벽이다. 수소충전소를 1개 건설하는 데는 약 30억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에 100개를 만들 경우 약 3000억원.

4대강 개발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우리 경제 사정을 살펴볼 때 정부가 지원하지 못할 문제는 아니다. 지금 수소차에 대한 해외 사례를 찾는 것은 논리적으로 적확하지 않다.

해외사례 찾지말고 '정책 퍼스트무버' 돼야 

현대차가 가장 빨랐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보다 100년 가까이 늦게 출발해 ‘패스트팔로워’ 지위에만 있던 현대차가 이제 처음 ‘퍼스트무버’가 되려 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만약 우리 정부가 해외 사례를 뒤적거리며 지원 규모를 연구한다면 답답한 노릇이다.

정부는 친환경과 미래 산업 관점에서 수소차, 전기차에 대한 지원금과 수소 충전소 구축에 나서야 한다. 1990년대 말 휴대폰 보급시기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정부의 휴대폰 단말기 보조금 지급은 국민의 복지향상과 편의 중심이었다. 휴대폰 제조업체와 이동통신사의 이윤확대를 지원한다는 논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국내서 유일하게 현대차만 수소차를 생산한다는 이유로 보조금 지급이나 인프라 구축 시 특혜 시비를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미래자동차는 휴대폰처럼 여러 업체가 동시에 개발하고 만들 수 없다는 현실만 인정해도 쉽게 풀릴 문제다.

<이코노믹리뷰>는 수소차가 과연 미래차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지, 현재 우리의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또 세계 자동차업체들과 주요 선진국들은 수소차 개발과 지원에 어느 정도 애를 쓰고 있는지에 대해 짚어봤다.

수소차는 주행하면서 공기정화기 노릇도 수행한다. 수소차가 새로운 미래자동차가 될 수 있을까? 꼼꼼히 살펴볼 시점이다. [이코노믹리뷰=한동수 자본시장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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