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릭아트’라 하면 뭔 생각이 드는지? 자문자답하자면 ‘뭐 새로울 게 있다고. 철 지난 느낌’이랄까. 처음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착시를 이용한 눈속임 작품 앞에서 재미있는 사진을 건질 수 있으니. 애석하게도 더 이상 신선하단 느낌을 주지 않는다.

SNS에 올릴 사진 찍으러 여기저길 유랑하는 젊은 층을 사로잡기엔 역부족 아닐까. 오히려 내 편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확인해보니 SNS에서 여전히 핫플레이스 대우를 받고 있는 게 아닌가. 이미지 속 트릭아트는 어딘지 전과 달라보였다. 그림이 3D로 살아 움직인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려고 홍대 주변엘 들렀다. 트릭아이 뮤지엄이다.

▲ 사진=노연주 기자

 

홍대 인근에 북극곰이 산다?

지하 매표소 주변이 평일인데도 북적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공간에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밀은 증강현실(AR)에 있다. 현실세계와 단절되는 가상현실(VR)과 달리 증강현실은 현실과 가상이 어우러진 모습으로 다가온다. 증강현실 모바일 게임 ‘포켓몬 GO’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트릭아트가 증강현실을 만났다. 안내에 따라 휴대폰에 트릭아이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다. 준비가 끝났다. 트릭아이를 실행하면 폰으로 카메라 기능을 사용할 때와 비슷한 화면이 뜬다. 여기까진 새로울 게 없다.

▲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카메라 시점을 전시된 트릭아트 작품으로 가져가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박물관이 살아 있다>라는 영화 제목이 곧장 떠오른다. 3D 증강현실 애니메이션 효과가 나타난다. 이런 식이다. 평범한 빙하조각을 트릭아이 앱으로 바라보면 북극곰이 걸어오고, 범고래가 뛰어오른다.

벽에 그려진 상어가 보인다. 사람들은 그 앞에서 쫓기는 포즈를 취한다. 이걸 사진으로 남기며 키득거린다. 과거 트릭아트라면 여기서 끝이다. 증강현실 접목으로 한 발 더 나아간다. 이젠 상어가 벽에서 튀어나와 무섭게 사람을 덮친다. 사진이 아니라 영상을 찍어야 할 판이다.

▲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트롱프뢰유’의 재구성

과도한 스포일러는 해롭다. 예시 하나만 더 들겠다. 레드카펫이 있어 그 앞에 섰다. 같이 온 동료가 내 모습을 폰으로 담으며 웃음을 참지 못한다. 결과물을 확인해보니 납득이 간다. 세상에서 제일 진지한 표정으로 서 있는 내 옆에 두 사람이 나타나 격하게 춤을 춰대고 있더라.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트릭아트는 사실 오랜 전통이다. 트롱프뢰유(trompe l'oeil) 기법이 미술사에 등장한 지 긴 세월이 흘렀으니. 전통 기법을 요즘 취향으로 각색해 인기를 끈 공간이 트릭아트 미술관 아닌가. 여기에 증강현실 기술이 접목되며 공간이 재탄생했다. 기술이 공간을 바꿨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

“증강현실 다음은 홀로그램”

트릭아이 뮤지엄은 소셜네트워크가 운영한다. 문상훈 소셜네트워크 엔터사업팀 과장을 만났다.

▲ 사진=노연주 기자

#홍대에서 세계로 기존 트릭아이 전시장에 증강현실(AR)을 접목한 지 오래 되지 않았어요. 올해 초에 시작했으니까요. 해외 지점에도 AR을 적용했고 더 확장할 예정입니다.

#셀피족 발길이 머무는 곳 AR을 접목한 뒤 방문자가 확실히 늘었죠. 요즘 셀피족이 많잖아요? 인스타그램에 올릴 인생샷 찍으려고 트렌디한 공간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요. 우린 트릭아이 벽화에 3D AR 효과를 넣어 전시 트렌드를 바꾸고 있습니다.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죠.

방문자는 단순히 셀프 카메라를 찍는 게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공간을 영상으로 담아가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재미있는 장면을 많이 찍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입소문이 퍼졌습니다. 덕분에 방문자 연령대가 내려갔고요. 아이와 함께 찾는 가족단위의 고객이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습니다.

#증강현실 파급효과 AR 적용 이후 방문자가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특히 스마트폰을 쉽게 다루는 2030세대가 급증했죠. 그들은 우리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쉽게 AR 앱을 설치해 공간을 이용합니다. 한때 AR 모바일 게임 ‘포켓몬 GO’가 유행했잖아요? 그 영향인지 10대 어린 친구들도 AR에 거부감이 없더라고요. 외국인들도 많이 옵니다. 해외에 방영하는 드라마나 예능에서도 트릭아이가 자주 소개되고, 한국여행을 다녀왔던 많은 여행객들의 입소문으로 많이 찾아오십니다.

#포켓몬 GO 현상의 교훈 젊은 층은 상관없지만 스마트폰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공간 체험에 어려움을 호소했어요.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고민했죠. 일단 메인 타깃인 AR을 완전히 이해하면 결국 파급효과가 날 거라고 결론을 지었습니다. 포켓몬 GO도 처음엔 어른들이 즐기지 못했는데 아이들이 쉽게 즐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퍼졌잖아요.

#생활 필수 증강현실 우린 AR 사업을 오래 해왔어요. 거의 8년 전부터. 국내에서 증강현실이란 단어가 생소할 때부터죠. 지금은 노하우가 쌓여 문제점이 발견되면 바로 처리하고, 트렌디한 콘텐츠를 빠르게 업데이트할 수 있습니다.

AR을 대중화하려면 내 생활에 들어와야 해요. 지금은 재미로 게임을 즐기는 정도죠. AR이 생활 필수가 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플랫폼이 있어야 합니다. 우린 트릭아이 AR 앱을 바탕으로 실생활에서 어디서든 AR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홀로그램 전시 콘텐츠 이 공간에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해 더욱 트렌디하게 구성할 예정입니다.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은 물론 홀로그램 기술도 접목해 공간을 리뉴얼할 계획이죠. 내년에는 홀로그램과 전시를 접목한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을 거예요.

 

#나의 기술×문화공간 답사기

①VR존 시네마_악마는 가로수길 뒷골목에 산다

②트릭아이 뮤지엄_트릭아트가 철 지난 유행이라고?!

③DJI아레나_드론 타고 증강현실 탐험하기

④스트라이크존_가을야구는 끝나지 않았다

⑤몬스터VR_놀이공원 뺨치는 VR테마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