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신분에 취미는 야구. 그 시절 옆집 친구랑 거의 매일 야구하러 나갔다. 싸구려 방망이 하나와 테니스공만 들고서. 1대 1로 투구와 타격을 번갈아 하는 식이다. 이승엽 선수랑 폼이 비슷한 친구는 재능이 있었다. 매일 패배는 내 몫이었으니.

서울에서 사회생활하며 알게 됐다. 야구가 일반인이 접근하기 쉬운 스포츠가 아니란 것을. 공원에서 캐치볼을 한다든가 타격 연습장에 가서 동전 넣고 방망이를 휘두르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작정하고 야구 동호회에 가입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부담이고.

비장의 카드가 남았다. 스크린 야구 말이다. 스크린 골프에 이어 스크린 야구가 빠르게 새로운 놀이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스크린 야구 대표 브랜드인 ‘스트라이크존’ 이야기는 익히 들어왔다. 가볼 순 없던 공간이다. 예약이 밀려 있을 정도이니.

▲ 사진=박재성 기자
▲ 사진=박재성 기자
▲ 사진=박재성 기자

“부장님, 회식 2차는 스크린 야구요!”

평일 낮 시간 공략엔 장사 없더라. 퇴근시간 이후엔 직장인으로 북적일 스트라이크존 종각구장이 한산했다. 스크린 야구? 처음이다. 스크린 골프도 해보지 않았다. 스크린 야구장이 어떤 모습일지 전혀 감 잡을 수 없었다.

의외로 쾌적한 인테리어에 놀랐다. 왜 어두침침한 DVD방 느낌을 떠올린 걸까. 밝고 깨끗해서 남녀노소 거부감 없이 캐주얼하게 놀다갈 분위기다. 스트라이크존 말고 다른 스크린 야구장은 다른 느낌일 수 있겠다.

경기장에 입장할 시간. 야구모자에 장갑을 착용하고 방망이를 손에 쥔다. 인조잔디가 깔린 직육면체 공간으로 들어간다. 정면엔 큼직한 스크린이 있다. 여기까진 사실 감흥이 없다. 동전 넣고 즐기는 타격 연습이랑 본질이 다르지 않을 거란 예감이 든다.

스크린을 통해 가상 야구장에 진입한다. 관중 함성소리와 장내 아나운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3D 그래픽이 제법 뛰어나다. 상대팀 투수가 마운드에 오른다. 와인드업. 순간, 화면에서 진짜 공이 튀어나온다. 방망이를 휘둘러보지도 못했다. ‘이거 진짜구나.’

몇 차례 헛스윙 끝에 배트에 공을 맞췄다. 잘 맞진 않았다. 공이 다시 스크린 속으로 들어갔다. 유격수 앞 땅볼. 이 공간 자체가 내 타격을 온전히 감지하고 있단 느낌이 들었다. 대강 맞췄는데 홈런 판정이 나오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타격 말고 투구 모드도 있더라. 스크린 속 포수가 내게 공을 건넨다. 역시 공이 현실로 튀어나온다. 글러브로 힘겹게 받아낸다. 화면 속 가상 타자와 승부를 벌여야 한다. 스크린에 표시된 스트라이크존에 정확히 던져야 점수를 얻을 수 있다. 구속이 빠를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 데 유리하다. 첫 투구는 데드볼.

▲ 사진=박재성 기자
▲ 사진=박재성 기자

가짜 스타디움에서 즐기는 진짜 야구

사실 혼자보단 단체가 낫다. 회식 끝나고 노래방 대신 가서 팀을 나눠 대결을 펼치면? 정말 건전하지 않은가. 물론 혼자 즐길 수도 있다. 인공지능과 싸운다든지 다양한 챌린지 모드에 도전 가능하다. 3명이 올 경우를 대비해 1대 1대 1 대결 모드도 있다.

야구의 묘미 중 하나는 데이터 아니겠나. 공식 애플리케이션에서 개인 기록을 분석해볼 수도 있다. 홈런을 치면 타격 장면이 영상으로 폰에 저장되기도 한다. 친구들한테 자랑하기 쉽도록 공유 기능도 넣었다. 먹을거리도 판다. 이쯤이면 정말 야구장 놀러 온 기분.

스트라이크존은 남자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디테일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일단 안전하다. 공이 딱딱하지 않고, 타석에 온전히 들어서야만 공이 날아오며, 안전 장비 착용이 기본이다. 배트 무게라든지 난이도를 고를 수 있어 운동신경이 빵점이거나 ‘야알못(야구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금방 익숙해질 수 있겠다.

스트라이크존에서 가상과 현실을 구분 짓는 건 의미가 없다. 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 두 세계가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니 말이다. 융합현실이다. 홈런 한 번 쳐보겠다고 땀 좀 흘렸더니 몸이 개운하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야구 문화가 핵심”

스트라이크존은 뉴딘콘텐츠 작품이다. 박보람 뉴딘콘텐츠 마케팅팀 대리를 만났다.

▲ 사진=박재성 기자

#300만명의 스크린야구 스트라이크존은 지난해 2월에 오픈했어요. 업계 후발주자인데 빠르게 성장하고 있죠. 스크린 야구 브랜드가 20여개에 달하는데, 메이저는 우릴 포함한 3개로 보고 있습니다. 전체 매장 수는 150여개, 직영점이 3개입니다. 누적 이용자는 300만명을 돌파했고요. 특히 종각 구장은 매출이 월 기본 1억원 이상입니다. 주로 회사원들이 오는데 저녁엔 예약을 꼭 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좋죠.

#야스모와 골프존 우린 골프존을 운영한 본사 기술력을 가지고 왔기에 센서 기술이 경쟁사 대비 월등합니다. ‘야스모’ 기능도 우리만의 차별화 포인트죠. 야스모는 야구 스윙 모션을 줄인 말입니다. 타격 모습이 스마트폰에 자동 저장되는 기능이죠. 이걸 SNS나 카카오톡에 공유해 자랑할 수 있습니다.

#모두의 야구 문화 개발 단계부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야구 문화를 만들자’고 생각했죠. 여성이나 아이들까지. 일단 콘텐츠를 안전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우린 타사와 달리 특수 제작한 안전한 연식 공을 사용해요. 맞으면 아프긴 하지만 다치진 않죠. 공이 부드러운 재질이라 타격할 때도 손목에 무리가 덜 가고요. 또 타석에 올라서면 센서가 사람을 인식해 공을 발사하며, 타석에서 벗어나면 자동으로 작동이 멈추죠. 이 역시 안전장치입니다. 안전해야 다 같이 즐길 수 있잖아요?

#마치 프로야구 선수처럼 업계 최초로 KBO 라이선스를 취득했어요. 덕분에 프로야구 엠블럼이나 실제 구장 모습을 게임에 반영했죠. 프로야구 팬들 반응이 뜨겁습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골라 직접 경기에 임하는 거죠. 또 장내 아나운서 목소리도 넣어 현장감을 살렸습니다.

#스크린 골프 잇는 문화 공간 스크린 야구 시장에 20여개 브랜드가 있지만 점유율 대부분을 3개가 차지하고 있어요. 포화시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프로야구 관객은 매년 늘어나고 있어요. 야구에 관심 깊은 사람이 많죠. 한편으론 우리가 야외에서 액티비티를 즐길 공간은 많지가 않아요. 그러니 스크린 야구가 새로운 놀이공간으로서 매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크린 골프를 잇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해요. 향후 몇 년간은 인기가 이어지지 않을지.

 

#나의 기술×문화공간 답사기

①VR존 시네마_악마는 가로수길 뒷골목에 산다

②트릭아이 뮤지엄_트릭아트가 철 지난 유행이라고?!

③DJI아레나_드론 타고 증강현실 탐험하기

④스트라이크존_가을야구는 끝나지 않았다

⑤몬스터VR_놀이공원 뺨치는 VR테마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