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연주 기자

서울에서 인천 송도까지. 참 멀고도 가까운 거리다. 거리상으로는 멀지 않아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빙글빙글 돌아야 하니까. ‘국내 최대 가상현실(VR) 테마파크’를 향한 호기심이 꺾일 무렵에야 도착했다.

‘이 건물이 맞나?’ 의심부터 들었다. 신축 쇼핑센터 건물이다. 속는 셈 치고 승강기에 올랐다. 목적지는 꼭대기 층이다. 문이 열리자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공포에 질린 소리가 아니다. 신나서 지르는 소리가 확실하다. 놀이공원에서 들릴 법한.

눈으로 보기에도 놀이공원이다. 매표소에 줄을 서며 입장을 기다리는 모습이 딱 그렇다. 속을 들여다 보니 놀이기구처럼 생긴 게 잔뜩 보이고. 다들 즐거운 표정이다. 기대감이 치솟는다. 한편으론 두렵다. ‘놀이기구 못 타는데. 어차피 가짜니까 괜찮겠지?’

▲ 사진=노연주 기자

달콤 살벌한 VR 어트랙션 체험

입장하는 순간 스케일에 압도당한다. 400평 규모 공간에 오밀조밀 어트랙션이 자리한다. ‘오늘 안에 전부 탈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 놀이공원도 마찬가지 아닌가. 이용 제한시간이 3시간이니 벌써부터 아쉽다.

한 바퀴 휙 둘러본다. 구성이 다양하다. 번지점프, 정글 래프팅, 열기구, 우주 레이싱, 봅슬레이 등. 뭐부터 타야 할까. 구석에 있는 열기구가 눈에 들어왔다. 왜 열기구냐고? 만만해 보이니까.

기다림 끝에 열기구에 올라탔다. 직원 안내에 따라 VR 헤드셋을 착용했다. 체험 시작. 가상현실 속에서 열기구가 날아오른다. 덩달아 발 딛고 서있는 열기구가 떠오르는 느낌이 난다. 하늘 위에서 대자연을 내려다본다. 실감난다.

▲ 사진=노연주 기자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했다. 갑자기 눈앞에서 화산이 터진다. 옆에 있던 가짜 사람이 튀어 오르는 용암을 피해 급히 착륙을 시도한다. 갑작스러운 다급한 모습에 나도 당황했다.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엔 물리적 충격을 대비하게 되더라.

체험이 끝나고 VR 헤드셋을 벗자 현실세계는 지나치게 평온한 모습이다. 잠깐이었지만 여행 다녀온 기분이다. 자신감이 붙어 조금 더 무서워 보이는 어트랙션에 도전했다. 공중 그네를 타고 정글을 탐험하는 어트랙션이다.

체험이 시작되자 바로 후회했다. 그네가 자이로드롭마냥 아래위로 들썩이는데 어찌나 아찔하던지. 눈을 부릅뜨고 정면승부를 하려고 했는데 역부족이었다. 지그시 눈을 감았다. 가상현실 도피를 위해. 그래도 식은땀이 멈추지 않았다.

▲ 출처=몬스터VR
▲ 사진=노연주 기자

VR 테마파크의 표준?

이 공간 알짜배기는 따로 있다. 큐브가 그것. 흡사 노래방처럼 생긴 공간이다. 이용 방법도 노래방과 유사하다. 콘텐츠를 골라 체험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경험이 가능하다. 바다에서 고래를 만나고, 아이돌과 함께 춤을 추며, 칼로 날아드는 과일을 썰어버리거나 좀비를 사냥할 수 있다. 다 언급하기 어려울 만큼 준비된 콘텐츠가 풍부하다.

테마파크답게 먹을거리도 있다. 특히 치즈 타르트가 맛있더라. 넓은 야외 테라스도 있어 송도를 내려다보며 안정을 취할 수도 있고.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다. 몬스터VR은 잘 구성된 완성도 높은 VR 테마파크라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

“VR 콘텐츠 회사가 돈 버는 구조 만들겠다”

몬스터VR은 게임·콘텐츠 개발회사 GPM이 운영한다. 박성준 GPM 대표를 만났다.

▲ 사진=노연주 기자

#시장 없는 가상현실 시장 1998년부터 게임을 개발해왔어요. GPM은 2010년에 설립했고요. 게임 시장이 대기업 위주로 편성되면서 작은 개발사가 설 자리가 좁아졌죠. 온라인과 모바일게임의 ‘넥스트’는 뭘까 고민 끝에 가상현실(VR)이란 답을 얻었어요. 2년 전부터 VR 콘텐츠를 개발했습니다. 막상 시작하니 시장이 없더라고요. 하드웨어가 고가에다가 복잡하니 마니아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더라고요. 일반 사람들이 노래방처럼 쉽게 콘텐츠를 고르고 개발사들이 VR 콘텐츠를 쉽게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자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만든 플랫폼 이름이 ‘몬스터VR’입니다.

#모객 특효약 VR 플랫폼을 만들고 나니 오프라인 매장을 차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쇼핑센터들은 더 이상 맛집이나 옷가게로 모객이 어렵다는 고민을 안고 있죠. 그중 하나인 트리플스트리트에서 제안이 왔어요. 굉장히 좋은 조건으로 공간을 임대하게 됐죠. 결국 몬스터VR을 통해 트리플스트리트가 알려지면서 대형 상가 관계자로부터 연락을 계속 받고 있습니다. 모객 효과가 검증됐으니까요. 내년 여름 전국에 1000평 내외 오프라인 매장 7~8곳을 오픈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새로운 핫플레이스 오픈 첫 달엔 3만명이 입장했어요. 이후엔 2만~2만5000명 선을 유지하고 있죠. 사람이 많을 땐 티켓을 끊는 데만 1시간이 걸릴 정도예요. 입장해서도 또 30분을 줄 서게 되고요. 20대 이용자가 가장 많으며, 10·30대 순입니다. 가족이나 커플 고객이 많습니다. 외국인도 제법 오고요. 여행사와 협력해 평일 한가한 시간대에 외국인 단체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입니다.

#VR 대중화가 더딘 이유 VR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접목할 분야가 무궁무진합니다. 학교에서 역사를 배울 때를 예로 들어봅시다. 임진왜란을 글과 그림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VR을 통해 이순신 장군이 있는 현장을 간접 체험하는 거죠. 뇌리에 박힐 수밖에 없는 경험이죠. 게임, 관광, 교육, 애니메이션 등 VR 활용 분야는 정말 다양합니다. 그런데 대중화가 안 되니까 문제죠. 콘텐츠는 쌓이고 있고 VR을 하고 싶은 사람이 많은데 접점을 못 찾았던 거예요.

#“밥 먹고 몬스터VR이나 가자!” 저녁에 친구들이 밥 먹은 뒤 “당구장이나 가자!”, “노래방이나 가자!” 이런 말이 쉽게 나와야 하는데 VR은 그렇지 않죠. 제가 생각하는 대중화는 생활 속 곳곳에 VR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겁니다. 룸 타입으로 규격화해 여러 공간에 VR 체험공간을 설치하고 있어요. 키오스크 형태로 숙박업체에도 들어가고 있고요. 일반 대중이 VR을 접할 때가 시장이 커지는 거죠.

#VR로 돈버는 구조 VR 대중화를 위해 플랫폼 회사로서 콘텐츠 개발 업체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먼저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편하게 VR에 접근하게 할지, 함께 즐기게 할지를 고민하고 있어요. 뭐든 함께 해야 더 재미있거든요. 사람들에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를 만들면 수익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고 봅니다.

 

#나의 기술×문화공간 답사기

①VR존 시네마_악마는 가로수길 뒷골목에 산다

②트릭아이 뮤지엄_트릭아트가 철 지난 유행이라고?!

③DJI아레나_드론 타고 증강현실 탐험하기

④스트라이크존_가을야구는 끝나지 않았다

⑤몬스터VR_놀이공원 뺨치는 VR테마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