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과 마찬가지다.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는지 헷갈린다. 내비게이션도 똑 부러지게 알지 못하는 눈치다. 경기도 용인 외곽이다. 복잡한 도로 따라 언덕길을 올라가니 공장 건물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여전하구나.’

DJI아레나. 소비자 드론시장 글로벌 1위 DJI가 만든 실내 드론 비행장이다. 지난해 8월 오픈했다. 이탈리아 여행사에서 한국관광명소로 지정했을 정도로 유명세를 탄 곳이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 드론 날리는 손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은 건 아니다.

▲ 출처=DJI
▲ 출처=DJI

“허공에 장애물 보이지 않나요?”

여긴 공장으로 사용하던 400평 남짓 조립식 건축물을 개조한 공간이다. 평일 오전인 탓인지 한산하다. DJI아레나 매니저가 홀로 접이식 드론 ‘매빅 프로’를 날리고 있다. “저기요. 드론프리, 그리고 FPV….”

이 공간을 다시 찾은 2가지 이유다. 매니저는 바로 알아들었다. “FPV부터 체험하시죠.” 다람쥐 쳇바퀴처럼 생긴 조종석으로 날 인도한다. 어디선가 가져온 VR(가상현실) 헤드셋과 조종기를 건넨다.

FPV? ‘First Person View’, 1인칭 시점을 일컫는 말이다. VR 헤드셋을 착용하자 내가 드론이 됐다. 공중에 떠있는 드론 시점이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볼 수도 있다. 드론에 탑승한 느낌이다. 하늘을 나는 기분에 한껏 취해본다.

사실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다. ‘드론 프리(Drone Prix)’ 말이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엣지비스(Edgybees)가 DJI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활용해 개발한 증강현실(AR) 애플리케이션이다. 드론과 AR이 만나다니 오묘한 조합이다.

▲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드론 프리를 이해하려면 DJI 드론 조종 방식부터 알아야 한다. 스마트폰으로 기체를 조작할 수 있다. 폰 화면에는 드론 시점이 나타난다. 드론 프리를 실행하면? 허공에 가상 장애물 코스가 등장한다. 난이도가 다양한 30여개 코스가 있다. 화면을 보며 실물 드론을 조종해 가상 장애물을 통과하는 방식이다.

비행 연습에 적합하다. 드론 프리는 게임이기도 하다. 전 세계 유저와 누가 더 빨리 코스를 완주하는지 겨룰 수 있다. 완주 기록과 순위를 집계해준다. 근처 플레이어와 원격으로 실시간 경쟁을 벌일 수도 있고. 하다 보면 더 나은 기록을 향한 오기가 생긴다.

▲ 출처=DJI

드론이 증강현실을 만났을 때

드론 프리를 DJI아레나에서만 실행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비행제한·금지구역이 아닌 모든 장소에서 즐길 수 있다. 허공도 그럴싸한 레이싱 서킷으로 변신한다. 물론 DJI아레나의 매력은 분명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비행이 가능하니까. 실내인 까닭에 비행규제를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누군가는 4차 산업혁명 핵심을 ‘융합’이라 규정했다. 첨단기술도 이런 경향을 피해갈 순 없는 듯하다. 드론이 가상현실은 물론 증강현실 기술과 만나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 비행하는 모습을 그날 DJI아레나에서 두 눈으로 목격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

“아직도 진입장벽이 높다고 생각하세요?”

DJI아레나에서 조재환 DJI 매니저를 만났다.

▲ 사진=노연주 기자

#180만원짜리 진입장벽 평일엔 드론을 개인 소유한 사람들이 많이 찾아요. 공간 사용료를 내고 드론을 날리죠. 주말엔 대부분 체험 프로그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사실 드론을 날려보지 않은 사람이 100만원 넘는 제품을 바로 사긴 쉽지 않죠. 프로그램을 통해 체험해본 뒤 구매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드론으로 축구를? 드론을 처음 사서 사용자 워크숍에 참가할 수도 있어요. 워크숍에 많을 땐 20~30명이 참가하죠. 아레나에서는 레이싱드론 대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올해 벌써 3차례 진행했죠. 드론은 여러 방법으로 즐길 수 있어요. 예컨대 축구를 할 수도 있죠. 기체에다가 플라스틱 가드를 달아 골대를 세워놓고 돌진해 골을 넣는 방식이죠. 아레나를 통해 드론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드론과 증강현실의 만남 지금까지 드론과 가상현실을 접목한 사례는 많았는데 증강현실은 거의 없었죠. 생소한 조합이니 많은 사람이 아레나에서 드론 프리를 체험해보고 갔어요. 워크숍 마지막에 꼭 이를 소개합니다. DJI가 공개한 SDK를 통해 유저나 다른 업체가 드론 프리와 같은 앱을 제작할 수도 있습니다.

#드론 마니아의 아지트 국내에도 드론 마니아가 굉장히 많아요. 한국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잖아요. 아레나 방문자도 올 들어 많이 늘어났죠. 비나 눈이 와도 날씨에 상관없이 드론을 날릴 공간이 없으니. 아레나로 큰 수익을 얻기보다는 DJI라는 이름을 홍보하는 게 우선입니다.

#레이싱 드론 만들기 아레나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열고 있어요. 패밀리 페스티벌이라든가 드론으로 사진을 촬영해서 현장에서 인화해주는 행사도 열었죠. 시설이 변하지는 않겠지만 이벤트와 워크숍 프로그램은 계속 늘려갈 예정입니다. 드론을 날리는 것뿐만 아니라 레이싱 드론 만들기 워크숍과 같은 색다른 행사를 만나볼 수 있을 겁니다.

#규제 없이 드론과 친해지는 방법 사람들은 아직 드론에 진입장벽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른들은 장난감으로만 생각하는 경우도 많고요. 드론에 관심 있는 분은 언제든 아레나를 찾아오세요. 드론을 굉장히 쉽게 날릴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실내 비행장이기 때문에 비행제한 규제의 제약을 받지 않을 수 있고요.

 

#나의 기술×문화공간 답사기

①VR존 시네마_악마는 가로수길 뒷골목에 산다

②트릭아이 뮤지엄_트릭아트가 철 지난 유행이라고?!

③DJI아레나_드론 타고 증강현실 탐험하기

④스트라이크존_가을야구는 끝나지 않았다

⑤몬스터VR_놀이공원 뺨치는 VR테마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