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가 사랑하는 물건들 ▶최근 그 남자의 물건 보기 #켄우드 BLP900 #야마하뮤직 TSX-B235 #에코백스 윈봇950 #라이카Q #니콘 키미션80

“어젯밤에 우리 아빠가~ 다정하신 모습으로~ 한손에는 크레파스를~ 사가지고 오셨어요~ 음음~” 그 남자 잔뜩 신났다. 노래도 못 부르면서 흥얼거리고 난리다. 동요라니 덩치에 어울리지도 않는다.

단순히 금요일 퇴근길이라서 신난 건 아니다. 그 남자 오른손에 뭔가 들고 있다. 서류가방 크기 검은 종이상자다. 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설마 크레파스는 아니겠지. 아닐 거야. 아니어야 해.

버스정류장이 가까워지자 그만 흥얼거렸다. 남들이 대신 창피해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버스에 올라타서도 들뜬 표정은 숨기질 못하더라. 박스를 품에 안고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30분쯤 지났을까. 그 남자가 자기 동네에 도착했다. 한걸음에 집으로 갔다. 불금인데 어디 나가 놀지도 않나보다. 옷도 안 갈아입고 박스를 풀기 시작했다. 도대체 뭐가 들었길래. 괜히 궁금하다.

▲ 사진=노연주 기자

아무래도 전자제품인 듯하다. 얼리어답터 흉내내는 사람 아니랄까봐. 푸른 검정색 물체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외장하드? 인터넷 공유기? 보조배터리? 셋톱박스? 분명 크레파스는 아니다.

그 남자 42인치 TV 앞으로 물건을 가져갔다. 유능한 인터넷 설치기사처럼 작업을 시작했다. AC어댑터로 전원을 넣고, HDMI 케이블로 TV에 연결했다. 아무래도 셋톱박스 아닐지. 60% 확실해졌다.

다시 크레파스 노래를 부르더니 TV를 켰다. 설치가 끝났나보다. 그 남자도 이제 자취방에서 IPTV를 볼 수 있는 걸까. 아니었다. 화면엔 전형적인 윈도10 바탕화면이 나타났다.

 

오늘의 준비물, 비보 미니 PC

정체가 밝혀진 순간. 검고 푸른 물건은 컴퓨터다. 에이수스 미니 컴퓨터 비보(Vivo). 정확한 모델명은 아무리 봐도 외워지지 않는다. UN45H-VM214Z. 한번 외워보시길.

크기가 정말 작다. 가로 세로 약 13cm 정도다. 두께는 5cm가량? 무게는 저울에 달아보니 0.7kg이다. 좁아터진 그 남자 자취방 그 어디에 놓아도 공간에 부담을 주지 않는 사이즈다. 더 좁은 고시원도 무리 없겠다.

▲ 사진=노연주 기자

그 남잔 실물을 확인하고는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디자인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짙은 푸른빛(에이수스 설명으로는 미드나잇블루)이 영롱하다. 하긴 그 남잔 에이수스 디자인을 유독 좋아한다. 참고로 노트북도 에이수스 제품이다.

작은 대신 컴퓨터 구실 제대로 못하는 건 아닐까. 그 남자 역시 걱정한 부분이다. 필요없는 걱정이다. 문서 작성, 인터넷 서핑, 동영상 감상 등은 충분히 해내는 스펙이다. 기술의 진보란.

비보 PC엔 HDD 말고 SSD가 달려있다. 데이터 처리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단 뜻이다. 용량은 32GB로 큰 편은 아니다. 추가로 2.5인치 HDD를 장착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또 에이수스가 100GB 웹 스토리지를 무료 제공하니 이걸 활용해도 된다.

그래픽카드까지 달려있다. 주로 노트북에 탑재되는 인텔 HD 그래픽스. 덕분에 4K UHD 해상도도 지원한다. 포트 역시 여러 가지가 달려 호환성이 뛰어나다. USB 3.0 포트만 4개나 있다. 주변기기는 물론 폰을 연결해 충전하는 것도 가능하다.

▲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디스플레이 장치를 연결하기도 좋다. HDMI와 VGA 포트가 있어 TV나 모니터 등으로 화면을 볼 수 있다. 총 3대의 디스플레이 동시 연결이 가능하다. 드넓은 화면에 여러 프로그램을 마구 띄워놓으면 딱이다.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연결은 기본이다. 윈도10도 기본으로 깔려 있다. 운영체제 사겠다고 추가로 10만원 돈 내는 일은 없단 얘기다. 가격은 30만원대다. 최소주의에 부합하는 가격이다.

 

미니멀 컴퓨팅 라이프

그 남자는 설치를 끝내고 소파에 앉았다. 원거리에서 무선 키보드와 마우스를 이용해 이것저것 실행해보기 시작했다. 포털사이트에 가서 괜히 이코노믹리뷰 기사를 읽었다. 기사가 정말 흥미로웠다. 유튜브에 들어가 영상을 틀어보기도 했다. ‘완벽하군.’

▲ 사진=조재성 기자

테스트를 마친 뒤 넷플릭스를 실행했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옥자’를 틀더니 잠들어버렸다. 꿈을 꿨다. 비보 PC로 영화도 보고, 기사도 읽고, 쇼핑도 하고, 업무도 처리하고, 음악도 듣고, 게임도 하는 꿈을.

자취방 미니멀 컴퓨팅 라이프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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