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새 오디오를 샀다며 자랑해댄다. 세상 다 가진 표정이다. 폰으로 집에 모셔둔 새 오디오 사진을 보여준다. ‘어쩌라고.’ 물건이 예쁘긴 하다. 비루한 그 남자 집 풍경에서 유독 돋보인다.

야마하뮤직 TSX-B235. 그의 새 오디오 이름이다. 야마하 올인원 오디오 스테디셀러 시리즈 최신 모델이다. 무난한 성능에 예쁜 디자인으로 인기 있는 제품이다. 아주 약간 부럽긴 하다.

그 남잔 자취 인생이다. 10년 가까이 혼자 살고 있다. 이 생활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영영 혼자 살긴 싫다 그러더라. 그가 습관처럼 하는 말이 있다. “음악은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라고.

출퇴근할 때든 집에 있을 때든 음악을 달고 사는 그다. 노랜 지독하게 못 부르지만 듣는 건 좋아한다. 음악 취향은 좀 고약하다. 어떤 장르를 골라듣진 않는다. 특정 가수 노래만 듣는 것도 아니다. 남들 안 듣는 음악만 발굴(?)해 재생 목록에 추가시킨다. 이렇게라도 특이한 척 하는 건지. 그러면서도 아이유 노랜 매일 듣더라.

▲ 사진=노연주 기자

 

가끔은 도구가 본질을 압도한다

그 남잔 공간에 울려퍼지는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한다. 출퇴근 시간엔 어쩔 수 없이 귀에 이어폰을 꽂지만. 아랫집 증언에 따르면 퇴근하고서 스피커 볼륨을 한껏 키우는 그다. 층간소음의 영역을 애매하게 넘나든다. 

음향기기엔 최소한의 관심만 있다. 그건 듣기 위한 도구일 뿐이지 본질은 음악이란 생각이다. 그럼 폰 스피커로 음악을 들으면 그만 아닌가? 그런데 오디오 비스무리한 걸로 듣는다. 과거 MP3 플레이어로 유명한 브랜드의 저렴한 올인원 오디오다.

무엇보다 편했다. 몇개 안 되는 CD를 듣는 건 물론 블루투스로 연결해 폰으로 음악을 틀을 수도 있으니. 결과적으로 오래 쓰진 못했다. 금방 먼지가 쌓이고 말았다. “뭔가 ‘풍풍’거리는 알맹이 없는 소리가 싫었어요. 또 갑자기 CD 트레이가 튀어나오질 않더군요. 고치기도 귀찮고.”

‘원룸에서 오디오로 음악 듣는 남자’의 꿈이 무너졌다. 그러다 어디서 블루투스 스피커 하나를 선물받았다. 작고 둥글고 파란 물건이었다. 아무리 ‘막귀’여도 싸구려 올인원 오디오보단 소리가 좋다는 걸 직감했다. 다만 동거는 오래 가지 못했다. CD를 들을 순 없으니.

 

다시, 올인원 오디오가 필요한 시간

‘올인원 오디오가 필요해. 대신 더 좋은 걸로.’ 생각 참 단순하다. 하긴 그 남자 매사 단순한 걸 선호한다. DNA에 각인된 귀차니즘 탓이다. 스마트폰처럼 ‘한큐’에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올인원 제품이 그에겐 제격이다. 대신 소리는 탈(脫)막귀급이어야겠다.

새로운 인연이 찾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남잔 야마하 올인원 오디오 TSX-B235를 본 순간 ‘내 물건이다’ 싶었다. 앰프, CDP, 튜너, 스피커가 한 몸뚱이에 묶인 다재다능 오디오다. 블루투스 재생은 물론 USB 입력 단자도 갖췄으며 라디오를 들을 수도 있다. 3.5mm 헤드폰 출력도 지원한다. 가격은 40만원대.

▲ 사진=노연주 기자

야마하는 이 제품을 라이프스타일 오디오라고 불렀다. 그 남잔 이유를 알 듯했다. ‘인테리어 치트키’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예쁘니까. 특히 화이트 컬러가 그 남자 취향을 저격했다. 천연나무 재질 상판과 화이트의 조화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그 남자는 야마하 오디오와 동거를 시작했다. 8cm 풀레인지 드라이버 2개에서 뿜어내는 출력이 30W이니 웬만한 자취방에선 오버 스펙이다. 그 남자 음악 듣는 습관이라면 아랫집에 층간소음주의보가 발령돼야 마땅하다. 그 남자가 '그 놈' 될 수 있다.

TSX-B235의 소리는? “전에 쓰던 싸구려 오디오나 블루투스 스피커는 가볍게 제압하는 수준이에요.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디자인처럼 조화로운 소리를 내더라고요. 중저음이나 고음이 돌출되지 않는단 얘기죠. 그래서 가끔 밋밋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 출처=야마하뮤직

그 남자를 황금귀로 만들어줄 대단한 사운드는 아니다. 2% 부족한 부분을 디테일이 채워준다. 무엇보다도 그의 귀차니즘을 보완해줬다. 침대에 누워 리모컨으로 모든 컨트롤이 가능했다. 폰에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아 리모컨처럼 활용할 수도 있고.

NFC 기능으로 터치만으로 빠르게 페어링이 가능하다. 2개의 USB 포트가 있어 음악 재생과 충전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그 남잔 보통날엔 블루투스 연결을 통한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다가 가끔씩 CD를 재생한다.

뜻밖의 깨알 같은 기능도 발견했다. 인텔리 알람 기능 말이다. 원하는 소스로 알람을 설정할 수 있는데 일반 알람하곤 좀 다르다. 어떤 음원을 택하든 스트레스를 발생시키는 높은 주파수 대역을 필터링해 낮은 볼륨에서 알람 재생이 시작된다. 점차 볼륨이 커지고 전 대역을 들려준다. “기분 좋게 잠에서 깰 수 있어요. 의외의 소득!”

▲ 출처=야마하뮤직

 

올인원의 저편

허니문이 언제까지 갈진 모르겠다. 대부분 사람은 별다른 불만이 없어도 자꾸만 현재 상황의 반대편을 바라보지 않는가. 사진은 폰카메라로 찍으면 된다며 큰소리치던 사람 가슴에도 갑자기 DSLR 카메라를 사고 싶어 하는 마음이 피어나는 게 현실이다.

그 남자와 올인원 오디오의 동거가 언제까지 지속될까? 모를 일이다. 훔쳐보니 그 남자가 폰으로 이런 걸 찾아보고 있더라.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2.1채널 스피커, 앰프 등. '올인원'의 위상을 뒤흔들지 모르는 리스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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