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코노믹리뷰 강기산 기자

이 남자가 2년 전으로 기억을 더듬는다. 한창 이사 갈 집을 알아보던 때라고 한다. 이방 저방을 보던 중 장고 끝에 마음에 드는 방을 찾았다. 남향을 바라보고 있는 덕에 햇빛이 잘 들고 정사각형의 방은 어떤 인테리어를 해도 평균 이상을 해줄 것 같았다. 게다가 벽 한쪽을 오롯이 창문으로 할애해 영등포를 넘어 신도림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날이 좋거나 구름이 보기 좋게 떠 있는 날은 그야말로 장관이라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덕분에 이 남자는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거나 주말 늦은 오전을 시작할 때 꼭 하는 일이 생겼다고 한다. 창문의 커튼을 걷고 침대에 누워 멍 때리는 일이다. 창문에 맺힌 푸르거나 어두운 하늘 덕에 멍 때리기 제격이라고 한다. 이 남자는 이런 창문을 두고 “열일한다”(열심히 일한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종종 이 남자는 개인 SNS에 창문에 비친 하늘을 올리면 제법 반응이 좋다고 한다고 만족해한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강기산 기자

이런 창문을 이 남자는 격하게 아꼈다. 청소 역시 자주 했다. 자주하다 보니 여러 에피소드가 있다고 한다. 한 번은 전 세입자가 붙여놓은 테이프로 인해 고생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테이프가 유리에 들어붙어 좀처럼 떨어지지 않은 것. 손으로 떼어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오히려 잔여물이 창문에 붙었다. 결국 살충제와 철 수세미를 사용해 고생고생하며 떼어냈다고 전했다.

변수는 또 있었다. 바로 미세먼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먼지는 창틀과 창문 가리지 않고 쌓였다. 창문의 바깥쪽은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 12층에 살고 있는 터라 함부로 바깥 창문을 청소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오피스텔에서 청소를 해주는 것도 아니었다. 이 남자가 애정 하는 창문은 이렇게 더러워지기 시작했다. 관리실에 말할까 고민도 했지만 일이 커질 것 같아 주저했다.

철 수세미, 신문지, 마른수건 등 창문 청소를 위해 써본 도구만 4~5개다. 청소 직후에는 깨끗했지만 그때뿐이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이러던 중 이 남자는 우연한 기회에 로봇 청소기를 접하게 된다. 무려 유리창을 청소해주는 로봇 청소기를 말이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에코백스란 중국 기업이 만든 윈봇 950. 이름은 생소했다. 박스를 열자 윈봇 950을 이루고 있는 구성품이 한눈에 들어왔다. 본체의 크기는 27.3cm×27.3cm×12.3cm로 정사각형이었다. 여기에 최대 4.3m까지 가능한 전원코드 덕에 웬만한 창문은 문제없어 보였다. 설치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고 이 남자는 전했다.
 
단 유념할 것이 있다고 한다. 급한 마음에 본체만 창문에 붙이면 안 된다. 청소용 패드를 꼭 붙여한다는 것. 패드 위에 전용 세정제 뿌리는 것 또한 잊지 말라고 이 남자는 당부한다. (알아서 잘 할 건데)

▲ 사진=이코노믹리뷰 강기산 기자

준비를 마치고 작동을 시작했다. 윈봇 950은 창문 한편에 자리를 잡았다. 센서로 방향을 감지한 뒤 이곳저곳을 누볐다. 움직임이 꽤나 일정했다. 좌에서 우로 위아래 움직이며 청소를 진행했다. 청소를 끝낸 패드는 구정물이 가득 나올 것 같은 모습이다. 반대편 창문 역시 같은 방법으로 청소를 마무리했다.

청소를 마친 이 남자는 제법 만족한 눈치다. 일단 시작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청소를 시작했다. 혹시 추락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안전 거치대와 고정 코드가 마련돼 사고의 위험을 최소화했다. 뒤처리 역시 패드를 세척하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선 정리 정도? 대범하지 못한 이 남자 성격 탓에 바깥쪽 창문은 청소를 하지 못했지만 윈봇 950 제법 쓸 만했다.

▲ 윈봇 950 작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