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가 2년 전으로 기억을 더듬는다. 한창 이사 갈 집을 알아보던 때라고 한다. 이방 저방을 보던 중 장고 끝에 마음에 드는 방을 찾았다. 남향을 바라보고 있는 덕에 햇빛이 잘 들고 정사각형의 방은 어떤 인테리어를 해도 평균 이상을 해줄 것 같았다. 게다가 벽 한쪽을 오롯이 창문으로 할애해 영등포를 넘어 신도림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날이 좋거나 구름이 보기 좋게 떠 있는 날은 그야말로 장관이라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덕분에 이 남자는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거나 주말 늦은 오전을 시작할 때 꼭 하는 일이 생겼다고 한다. 창문의 커튼을 걷고 침대에 누워 멍 때리는 일이다. 창문에 맺힌 푸르거나 어두운 하늘 덕에 멍 때리기 제격이라고 한다. 이 남자는 이런 창문을 두고 “열일한다”(열심히 일한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종종 이 남자는 개인 SNS에 창문에 비친 하늘을 올리면 제법 반응이 좋다고 한다고 만족해한다.
이런 창문을 이 남자는 격하게 아꼈다. 청소 역시 자주 했다. 자주하다 보니 여러 에피소드가 있다고 한다. 한 번은 전 세입자가 붙여놓은 테이프로 인해 고생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테이프가 유리에 들어붙어 좀처럼 떨어지지 않은 것. 손으로 떼어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오히려 잔여물이 창문에 붙었다. 결국 살충제와 철 수세미를 사용해 고생고생하며 떼어냈다고 전했다.
변수는 또 있었다. 바로 미세먼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먼지는 창틀과 창문 가리지 않고 쌓였다. 창문의 바깥쪽은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 12층에 살고 있는 터라 함부로 바깥 창문을 청소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오피스텔에서 청소를 해주는 것도 아니었다. 이 남자가 애정 하는 창문은 이렇게 더러워지기 시작했다. 관리실에 말할까 고민도 했지만 일이 커질 것 같아 주저했다.
철 수세미, 신문지, 마른수건 등 창문 청소를 위해 써본 도구만 4~5개다. 청소 직후에는 깨끗했지만 그때뿐이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이러던 중 이 남자는 우연한 기회에 로봇 청소기를 접하게 된다. 무려 유리창을 청소해주는 로봇 청소기를 말이다.
에코백스란 중국 기업이 만든 윈봇 950. 이름은 생소했다. 박스를 열자 윈봇 950을 이루고 있는 구성품이 한눈에 들어왔다. 본체의 크기는 27.3cm×27.3cm×12.3cm로 정사각형이었다. 여기에 최대 4.3m까지 가능한 전원코드 덕에 웬만한 창문은 문제없어 보였다. 설치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고 이 남자는 전했다.
단 유념할 것이 있다고 한다. 급한 마음에 본체만 창문에 붙이면 안 된다. 청소용 패드를 꼭 붙여한다는 것. 패드 위에 전용 세정제 뿌리는 것 또한 잊지 말라고 이 남자는 당부한다. (알아서 잘 할 건데)
준비를 마치고 작동을 시작했다. 윈봇 950은 창문 한편에 자리를 잡았다. 센서로 방향을 감지한 뒤 이곳저곳을 누볐다. 움직임이 꽤나 일정했다. 좌에서 우로 위아래 움직이며 청소를 진행했다. 청소를 끝낸 패드는 구정물이 가득 나올 것 같은 모습이다. 반대편 창문 역시 같은 방법으로 청소를 마무리했다.
청소를 마친 이 남자는 제법 만족한 눈치다. 일단 시작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청소를 시작했다. 혹시 추락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안전 거치대와 고정 코드가 마련돼 사고의 위험을 최소화했다. 뒤처리 역시 패드를 세척하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선 정리 정도? 대범하지 못한 이 남자 성격 탓에 바깥쪽 창문은 청소를 하지 못했지만 윈봇 950 제법 쓸 만했다.
▲ 윈봇 950 작동영상